한국 순교자의 소리, 중보기도
▲우크라이나 기독교인 3명이 러시아군이 투척한 수류탄 공격으로 목숨을 잃기 며칠 전, 자신의 집 지하실에 갇혀 있던 한 남성을 구출하고 있는 모습.
우크라이나 마리우폴 지역 주민들이 최근 교회 지하실에 피신해 있던 난민 200여 명을 섬겼던 기독교인 5명을 추모하며 예배를 드렸다.

한국순교자의소리(한국VOM)에 따르면, 이 5명의 성도들은 러시아군이 투척한 수류탄으로 인해 숨지기 전까지 피신해 있던 기독교인들을 돌봐주었고, 화재가 난 집에 갇힌 한 남성을 구출해 주님을 영접시키기도 했다. 이 5명 중 4명은 교회 안뜰에 있는 공동묘지에 안장됐다.

한국VOM 현숙 폴리(Hyun Sook Foley) 대표는 “이 성도들은 마리우폴 중앙침례교회(Central Baptist Church) 지하에 몇 주 동안 피신해 있던 200여 명의 시민에게 음식과 약품 및 생필품을 조달해 주는 사역을 하고 있었다”며 “그 임시 대피소에 피신한 이들은 그 교회 교인 및 교인들의 친척과 이웃이었고, 그 가운데는 믿지 않는 사람도 일부 포함되어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숙 폴리 대표는 “그 5명의 성도는 교회 지하실에 대피한 사람들을 헌신적으로 섬겼을 뿐 아니라, 물품을 조달하기 위해 밖에 나왔을 때는 우연히 만난 시민들의 필요도 채워 주었다. 예를 들어 집 근처 담벼락마다 ‘도와 주세요, 아기가 먹을 것이 없어요’라고 적혀 있는 것을 흔히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럴 때마다 이 5명의 성도는 즉각 행동에 착수했고, 그 지역에 끊임없이 폭탄이 떨어지는 상황에도 하나님의 은혜로 분유를 구해 그 집에 갖다 주었다”고 덧붙였다.

그 5명 중 2명은 마리우폴 중앙침례교회 출신으로, 한 사람은 아내와 세 자녀를 둔 니콜라이 세메켄(Nicolai Semeken) 집사였고, 다른 한 사람은 6개월 전에 결혼한 스타니슬라프 버딘(Staneslav Burdun)으로 아직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다.

다른 3명은 마리우폴 베다니교회(Bethany Church) 출신으로, 세르게이 사벨레프(Sergei Savelev)는 아내와 두 자녀가, 그의 친동생 로만 사벨레프(Roman Savelev)도 아내와 두 자녀가 있고, 5명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린 스타니슬라프 엘레제프(Staneslav Eleseev)는 아직 자녀는 없고 아내만 남아 있다.

현숙 폴리 대표에 따르면, 3월 4일 밤 당시 5명의 성도 가운데 일부는 자동차를 점검하기 위해 교회 주차장으로 나갔다. 그러자 이웃들이 교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사는 어떤 사람이 자신의 집 지하실에 갇혀 있다는 소식을 그들에게 전했다.

자동차를 점검하러 나갔던 성도들과 한 성도의 아내는 그 말을 듣고 즉각 그 집으로 달려갔다. 그 집은 러시아 다연장 로켓포에 여러 차례 포격을 당해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었고 결국 불길에 완전히 휩싸였다. 소방대원도 없고 물도 거의 없었기 때문에 그 성도들은 현장에서 장비가 될 만한 것들을 찾아 화재 진압에 나섰고, 한편으로는 그 남자를 구출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그 성도들은 톱으로 마룻바닥을 잘라낸 뒤에 지하실로 내려갔고, 그곳에서 집 주인 보바(Vova)가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보바는 잔해 속에 허리까지 파묻혀 한쪽 팔은 부러져 있었고, 한쪽 다리는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였다.

신혼부부였던 스타니슬라프 버딘과 빅토리아는 구조대의 일원으로 그 집에 함께 갔다. 빅토리아는 남편이 보바에게 “살 수 있어요. 하나님께서 구해주실 것을 믿으세요?”라고 소리치던 모습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구조대는 보바의 집에 달려 있던 문을 들것으로 사용하여 그를 교회로 옮겼다.

현숙 폴리 대표는 “보바는 오후 5시부터 새벽 3시까지 잔해 속에 묻혀 있었기 때문에 몸이 얼어 있었다. 더욱이 현장으로 달려갔던 성도들도 보바 근처로 다가오는 불길을 막기 위해 여러 차례 그에게 물을 뿌려야 했다. 성도들은 그에게 따끈한 차를 끓여주고, 씻기고, 옷을 갈아 입힌 다음 아침에 병원으로 데려갔다. 나중에 성도들이 병문안을 갔을 때, 보바는 살아 있었을 뿐 아니라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고 전했다.

빅토리아는 “하나님께서 보바를 구해주셨다고 생각한다. 그날 밤 지하실에서 불길에 맞서 싸우는 동안, 모든 게 헛수고로 끝날 것 같았던 순간이 세 번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기도했고,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불을 끄고 보바의 생명을 구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그 집이 불에 타는 동안 러시아군의 포격은 없었고, 우리는 보바를 구할 시간을 허락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렸다”고 말했다.

그녀는 “나와 5명의 성도들은 이미 몇 주 전 주님을 위해 생명을 바치기로 결단했기 때문에 보바를 구조하는 동안 전혀 두렵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지난 2월 28일, 빅토리아는 페이스북에 “우리는 아무데도 가지 않고 여기 머물 것이다. 저와 남편은 두렵지 않다. 하나님의 뜻이라면 죽을 준비가 되어 있다”라는 글을 게시했다.

현숙 폴리 대표는 “순교자의소리는 이 5명의 성도를 순교자로 인정했다”며 “순교자란 목숨을 바쳐 주님을 섬기겠다고 의식적으로 결단하는 기독교인이다. 순교자들은 누군가를 위해 목숨을 희생하는 순간에도 주님을 증언함으로써 신실한 증인이 된다”고 말했다.

현숙 폴리 대표는 그러면서 “순교가 박해의 결과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그녀는 “때로 우리는 어떤 사람이 박해를 받기 때문에 순교자가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성경적으로 순교란, ‘신실한 증인’을 의미한다. 먼저 신실한 증인이 되었을 때, 그 결과로 핍박을 당하게 되는 것이다. 때로는 그 핍박이 다른 사람에게서 오기도 하고 때로는 영적인 영역으로부터 오기도 한다. 갇혔던 보바를 예수님의 이름으로 두 가지의 불, 즉 집에 붙은 불과 지옥의 불에서 구해낸 이 우크라이나의 성도들이 며칠 뒤에 산 채로 불에 타 숨진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리스도를 신실하게 섬기는 사람은 항상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했다.

한국 순교자의 소리, 중보기도
▲마리우폴 지역의 순교자 다섯 명과 그 가족들. 니콜라이 세메켄, 스타니슬라프 버딘, 스타니슬라프 엘레제프, 로만 사벨레프, 세르게이 사벨레프.
현숙 폴리 대표에 따르면, 지난 3월 9일, 5명의 성도로 구성된 사역팀은 의약품과 연료를 구하기 위해 승합차를 타고 교회 밖으로 나갔지만 돌아오지 못했다. 이후 불에 탄 승합차와 남성 4명의 시신이 발견됐다. 승합차는 러시아군이 발포한 수류탄에 맞은 것으로 보였다. 현숙 폴리 대표는 “이 4명의 시신을 발견한 사람은 그 자동차가 직격탄을 맞았다고 전했다. 뒷좌석에서 발견된 3명의 시신은 불에 탔는데, 운전자의 시신은 불에 타지 않고 승합차에서 5m 정도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 마지막 한 사람 스타니슬라프 버딘은 아직 실종 상태이고 숨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전했다.

현숙 폴리 대표는 “이 성도들은 죽기까지 신실하게 그리스도의 증인의 사명을 감당했다. 그리고 우리는 이 성도들의 전도 사역 덕분에 천국에서 만날 형제가 한 명 더 늘었다”고 말했다.

한편 VOM은  ‘순교자 및 수감자 가족 지원’ 사역 프로젝트에 들어온 헌금을 이 성도들의 남겨진 아내들에게 긴급 지원하고 있다. 현숙 폴리 대표는 “순교자의소리의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사역은, 믿음을 지키기 위해 순교하거나 투옥된 성도의 가족을 돌보는 것”이라고 했다.

VOM은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삶을 살다가 목숨을 잃은 우크라이나 기독교인의 가족들에게 ‘순교자 및 수감자 가정 지원 사역’ 기금에 들어온 헌금을 보내주는 사역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기독교인 긴급 구호 프로젝트’도 계속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