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우크라이나 중앙에 있는 한 목사님이 저희 사무실을 방문했습니다. 성경을 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저희는 가진 성경을 모두 소진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자 목사님은 불량으로 폐기하는 성경이라도 줄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페이지가 잘리거나 일부가 파손되었더라도 교회 성도들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성경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때 저희는 너무나 가슴이 아팠습니다.” -우크라이나성서공회 관계자

우크라이나성서공회 관계자들.
▲우크라이나성서공회 관계자들. ⓒ대한성서공회 홈페이지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공포와 불안을 느낀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의 말씀에 의지하려 하는 경향을 보이면서 성경이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이에 그간 전 세계 곳곳에서 ‘빛도 없이 이름도 없이’ 성경 보급 사역에 헌신해 온 단체와 기관들이 재조명받고 있다. 이들은 기독교인들의 지원을 받아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성경이 절실히 필요한 세계 방방곡곡에 이를 전달하고 있다.

각국 성서공회들의 연합체인 세계성서공회연합회는 성경 보급을 위해 사역하는 가장 대표적 기관 중 하나다. 각국의 성서공회는 성경을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번역·출판·반포·활용하고 있다.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에도 성경이 품귀 현상을 빚자, 우크라이나성서공회(회장 흐리호리 이바노비치)가 도움을 호소하고 나섰다. 이에 대한성서공회(사장 권의현)에서도 최근 1차로 요한복음 쪽복음서 8만 권(컨테이너 1대 분량)을 제작, 발송에 나섰다. 2차로는 우크라이나어 성경 신·구약 전권 2만 5천 권과 요한복음 8만 권을 추가 제작해 기증할 예정이며, 현지 상황에 따라 추가 지원도 검토하고 있다.

핍박받는 전 세계 기독교인들과 동역하는 순교자의소리(Voice of the Martyrs)는 특별히 중국, 북한, 이슬람권 등 세계의 주요 분쟁지역에 성경을 보급하는 것을 단체의 핵심 사명 가운데 하나이자 가장 중요한 책임으로 여긴다.

한국 순교자의 소리, 중보기도
▲우크라이나 동부 어린이들이 액션 바이블을 받고 있다. 순교자의소리를 비롯한 몇몇 사역 단체들과 현지 기독교인들이 협력해 실행한 프로젝트를 통해 약 4만 권이 배포됐다. ⓒ한국순교자의소리 제공
한국순교자의소리(대표 폴리 현숙)는 이번 러시아에 의해 침공을 당한 우크라이나 동부 전역에 어린이 신약성경 10만 권을 가능한 한 신속히 배포하기 위해, 국제적인 단체들과 협력하여 헌신하고 있다.

국제기드온협회는 오직 모든 인류를 그리스도에게 인도하기 위해 성경을 전하고 비치하는 영혼구원을 위한 선교단체다. 이들은 신약성경(시편, 잠언 포함)을 배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지금은 이를 100개 이상의 언어로 인쇄하고 있다. 기드온협회는 회원에 의해 손에서 손으로 직접 성경을 전한다.

기드온협회는 우크라이나 난민을 위한 성경 15만권 제작에 나섰다. 특히 이들은 이를 우크라이나 주변국인 폴란드, 몰도바, 슬로바키아, 독일, 헝가리, 체코, 루마니아 등에 흩어진 난민들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인터넷과 각종 디지털 기기를 이용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 성경을 보급하는 단체들도 있다.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두고 있는 ‘홀리바이블소사이어티’(HBS)는 이 같은 사역을 위해 지난 2007년 세워진 단체다. 성경보급 외에도 다양한 성경 관련 프로그램들을 개발·보급하고 있으며, 기독서적을 비롯한 기독 콘텐츠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특히 이 단체의 회장은 재미동포 목회자인 장재형 목사로, 장 목사는 자신의 멘토이자 세계적 선교학자였던 故 랄프 윈터 박사에게서 영감을 받아 이 사역에 헌신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대표적 성경 앱인 ‘유버전(YouVersion)’은 지난해 말 애플(iOS) 앱스토어에서 누적 다운로드 5억 건을 돌파한 것으로 집계됐다. 유버전 앱의 사용 가능 언어는 처음 공개될 당시 영어와 스페인어뿐이었으나, 현재는 1,750개 이상이다. 이 앱은 2010년부터 신앙 주제, 성구 및 성경 주석을 제공했으며, 2017년 성경 읽기 모임에 참여할 친구를 추가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말씀과 연관된 기도를 안내해 주는 기능을 추가하면서, 2020년 매일 다른 성구를 주제로 한 대화형 비디오 콘텐츠 ‘오늘의 구절(verse of the day)’을 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