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의 의미
광야의 의미

폴라 구더 | 이학영 역 | 학영 | 248쪽 | 15,000원

21세기에 전쟁이라니? 많은 사람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에 대해 놀라고 있습니다. 절대 침략하지 않을 것이라는 푸틴 대통령의 계속된 장담도 거짓임이 만천하에 드러났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전쟁에 무뎌진 21세기 유럽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은 것을 차치하더라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묘한 관계는 타국으로 하여금 함부로 간섭하지도 못하도록 차단하고 있습니다. 까마득한 유럽의 일이 실시간으로 보도되는 것도 신기하지만, 그로 인해 전 세계가 요동치고 있는 것이 더욱 놀랍습니다.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인해 러시아는 서방 국가와 미국으로부터 엄청난 경제적 제재를 받을 것이며, 그들의 경제는 수십 년 뒤처질 것이 뻔합니다. 그럼에도 왜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침략했을까요?

모스크바에서는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략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수천 명 집결했다고 합니다. 즉 모든 러시아 사람들은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략에 동조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반대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고 합니다.

이 모든 상황을 알고 있고 예상했음에도, 푸틴은 왜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까요? 지금은 몰라도 나중에는 알게 될 것입니다.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과학과 문명의 발달이 인간의 악함과 죄악성을 바꾸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인간은 변하지 않습니다. 다만 다른 옷으로 갈아입을 뿐입니다. 기독교 신학은 기본적인 역사적 틀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창조-타락-구속입니다. 알버트 월터스의 책을 말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이것이 기독교가 성경을 통해 역사를 해석하는 틀입니다.

하지만 여기에 매우 중요한 하나의 관점이 더 추가되어야 합니다. 그것은 ‘재림’입니다. 재림은 ‘다시 온다’는 말이며, ‘다시’는 예수님의 첫 번째 탄생인 ‘초림’을 전제한 것입니다.

푸틴 대통령
▲러시아 푸틴 대통령. ⓒ픽사베이
예수님의 초림은 세상을 구원하기 위한 구속의 목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재림은 구속이 아니라 심판을 위한 것입니다. 물론 재림 때에 믿는 자들은 구원을 받을 것입니다. 하지만 믿지 않는 자들은 더 이상 회개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채 심판을 당하게 됩니다.

그리스도인들은 구속받은 존재로서 재림을 기다리는 자들입니다. 즉 종말론적 긴장 속에서 ‘코람데오’의 정신을 담지하며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인생 자체가 광야이며,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이상을 꿈꾸나 악을 행하는 존재론적 모순을 결코 극복할 수 없을 것입니다.

사순절을 앞두고 폴라 구더의 <광야의 의미>를 읽는 것은 시의적절해 보입니다. 저자는 신자의 삶을 제자도로 규정하고, 광야의 삶을 통해 실현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출애굽한 이스라엘에게 광야는 양날의 검이었습니다. 애굽의 군대로부터 안전한 피난처인 동시에, ‘굶주려 죽을까 봐 두려움을 느낀 곳(20쪽)’이었습니다. 하지만 생존의 위협은 하나님의 약속과 보호로 극복됩니다. 광야는 ‘위험하면서도 동시에 구원을 가져다주는 장소(21쪽)’입니다.

저자는 사순절 동안 안전한 항구를 벗어나, 배의 존재 목적인 바다로 항해를 떠나자고 제안합니다. 편하고 익숙한 것들로부터 떠나 실존의 자리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광야에 있을 우리는 우리의 연약함과 무능을 직시합니다. 하지만 바로 그곳에서 ‘우리를 기다리시는 하나님(27쪽)’을 만날 수 있습니다.

광야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여기가 광야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너무나 편리한 생활과 환경에 함몰되어 정신과 생각이 착각을 일으킵니다.

우리는 예수님께서 평생 떠돌이같이 자발적 광야를 사셨던 것처럼, 주님을 따라가야 합니다. 예수님은 우리의 구속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랍비(선생님)입니다. 주님의 제자가 된다는 것, 즉 ‘따른다는 것은 곧 배운다는 것(36쪽)’입니다.

묵상은 크게 여섯 가지 주제로 분류되어 있으며, 서른네 개의 묵상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사순절 기간 동안 매일 하나의 묵상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매일 본문을 읽고 묵상하며 우리가 누구인지 하나님은 누구신지를 깨달아가는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시대가 혼란합니다. 전쟁과 난리의 소문이 여기저기서 들려옵니다. 종말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하나님의 면전 의식, 즉 코람데오 정신입니다. 지금 광야로 나갑니다. 그곳에서 우리를 도우시고 보호하시는 하나님을 만나야 합니다.

정현욱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인, 서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