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후보 20대
▲대통령 후보 토론회 안내 썸네일. ⓒMBC
20대 대통령 선거 출마자들 중 일부 후보가 포괄적 차별금지법 관련 입장이 때와 장소에 따라 달라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이를 따져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자료가 공개됐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의장 이용훈 주교)가 최근 발표한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에 대한 한국 가톨릭 교회 정책 질의서(이하 질의서)’가 바로 그것. 질의서는 이재명(더불어민주당)·윤석열(국민의힘)·심상정(정의당)·안철수(국민의당) 후보에게 발송했으며, 안철수 후보를 제외한 3인이 응답했다.

낙태 전면적 허용: 이재명 △ 윤석열 △ 심상정 O

먼저 ‘임신 초기 14주까지 아무런 제한 없이 낙태 허용’하는 정부의 모자보건법 개정안에 대해 이재명 후보는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적 합의”라며 “정부 개정안도 여러 의견 중 하나로 인식하고, 국회가 국민의 뜻을 충분히 수렴하여 결정하길 바란다”고 답했다.

윤석열 후보는 “생명보호는 언제나 소중하고 중요한 이슈이고, 저출생 문제가 매우 심각한 사회이슈가 된 후 태내 생명 보호는 국가 존속과 관련된 일이 됐다”며 “다만 부득이한 경우 여성의 선택권을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대해서도 점진적으로 수용해가는 자세는 필요하다”고 전했다.

심상정 후보는 “임신을 중지할 권리와 건강, 안전 보장을 핵심으로 아이를 낳을 권리와 낳지 않을 권리 모두 존중해야 한다”며 “정의당은 형법상 낙태죄를 삭제하는 법안을 발의했었고, 근로기준법상 임신중절 수술에 따른 유산을 배제하는 단서규정을 삭제해 안전한 임신중단과 여성 권리를 보장하고자 한다”고 소개했다.

낙태 허용에 반대하는 국민들의 양심·사상·신앙의 자유 보장 방안에 대해 이재명 후보는 “누구든 어떠한 이유로도 특정한 선택을 강요받아선 안 되고, 아이를 낳을 권리와 낳지 않을 권리를 모두 온전히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개인의 양심·사상·신앙의 자유를 보장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후보는 “입법을 반대할 자유는 언제든 보장돼야 한다”며 “임신중단이 권리로 인식되는 만큼, 예를 들어 개별 의료기관이 임신중단을 거부할 권리도 당연히 인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심상정 후보는 “아이를 낳을지 말지, 누구와 어떻게 낳을지, 낳는다면 몇 명을 낳을지 등은 개인이 자유롭게 결정하도록 보장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여성의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 보장돼야 한다”고 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이재명 △ 윤석열 X 심상정 O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 항목이 포함된 차별금지법(평등법)에 대해 이재명 후보는 “헌법상 평등 원칙 실현을 위해 차별금지법 제정이 중요하고, 제정을 위해 국회 심사과정에서 종교단체 등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공청회 및 토론회 등의 충분한 토론과정을 통해 종교단체 등과 오해의 소지를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성적지향에 관한 사항은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기 때문에, 이를 제도적으로 인정할 것인지는 종교단체 등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결정해야 할 것”이라며 “다만 이로 인한 사회적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전했다.

윤석열 후보는 “실질적 의미에서 이미 부문별 차별금지 관련 법안과 제도가 존재하는데,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따로 떼낼 필요가 없다”며 “특히 현재 발의된 차별금지법에 포함된 내용 중 노력을 통해 차이를 만들어낸 것(학력 등)과 주어진 것(인종, 성별 등)의 구분이 없어 논란의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윤 후보는 “성적지향을 본인이 선택할 수 있다 하더라도, 생물학적 성의 구별을 부정하게 되면 결혼제도 등 사회적으로 미치는 파장이 크다”며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심상정 후보는 “성별정체성 차별금지는 태어날 때 생물학적 성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성별이 태어날 때와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며 “역사적으로 태어날 때의 성별과 자신의 성 정체성이 다른 시민들이 존재해 왔고,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시민들의 인식과 선택(성별 정정)은 자의적이거나, 누군가의 주입이나 강요에 의해서도 불가능하다. 성별정체성 문제는 ‘자기 결정권’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심 후보는 “만약 가톨릭 교회가 태어날 때의 성별만이 진리이고 이를 사회적으로 인정(차별금지)하지 않는다면, 교회의 반대에도 성소수자를 강제치료의 대상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라며 “결국 성소수자의 권리와 존엄은 존중받지 못하고, 성소수자는 인권 없는 시민이 돼야 한다. 저도 가톨릭 교인이지만, 성소수자 역시 시민이기에 이들의 보편적 인권을 존중해야 하고,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불평등이 더 이상 용인돼선 안 된다”고 했다.

이재명 윤석열
▲(왼쪽부터) 지난 1월 2일 윤석열 후보가 명성교회에서 기도하는 모습, 이재명 후보가 새에덴교회에서 박수 치는 모습. ⓒ선대위
‘차별금지법 일부 조항은 혼인과 가정에 관한 사회의 보편적 가치와 가톨릭 교회의 신앙과 윤리관에 어긋난다’는 지적에 대해 이재명 후보는 “이는 갈등이 아닌 사회적 합의를 통해 조율해야 할 문제이다. 교회의 신앙과 윤리관은 마땅히 존중받아야 하지만, 사회 변화를 국가가 방치할 수는 없다”며 “입법 과정에서 충분히 의견을 수렴하고, 각 주체들은 의견을 가감없이 개진하는 과정을 통해 해결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윤석열 후보는 “차별금지법이 현 제정안으로 통과된다면 그 연장선상에서 가족의 법적 인정 범위가 달라질 수 있는데, 이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충분히 도출되지 않은 상태”라며 “따라서 저는 차별금지법 제정에는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했다.

심상정 후보는 “아직 우리나라는 동성혼뿐 아니라, 혼인은 아니지만 가정을 이루는 동반자 관계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정의당은 동성혼과 동반자 관계 제도화에 찬성한다”며 “동성애 관계는 역사적으로 이미 존재해 왔고 계속 존재할 것이기에, 많은 인권 선진국들은 동성혼과 동반자 관계를 제도적으로 인정하고 있다”고 했다.

차별금지법 통과 시 ‘정당한 사유 내지 합리적 이유’라는 단서 조항에 의해 교회의 가르침과 충돌할 우려에 대해 이재명 후보는 “정당한 사유 또는 합리적 이유라는 규정이 포괄적이고 해석의 소지가 다분하다면, 법안심사 과정에서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구체화하고 명확히 함으로써 문제의 소지를 없애고 충돌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후보는 “현재의 차별금지법 제정안 등은 차별금지 대상이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다양한 분야에서 부작용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고 했다.

심상정 후보는 “정의당 발의 차별금지법상 차별금지 사유와 관련, 교회의 설교나 종교행사에서 성직자의 설교 등은 적용대상이 아니다”며 “단 신학교나 교회 운영 일반 교육기관의 경우에는 차별금지법이 적용되므로, 교육과정과 내용상 차별금지법이 정한 차별금지 행위를 할 경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가족 범위 확대: 이재명 O 윤석열 △ 심상정 O

‘비혼 동거와 사실혼’까지 가족 범위의 법적 확대 여부(건강가정기본법 개정안)에 대해 이재명 후보는 “국가의 가족 정책 방향은 변화된 시대와 상황에 따라 다양화 된 가족을 포용하는 데 있다”며 “현실에 존재하는 사실혼, 가령 노년의 고령 커플이나 아동 양육을 위한 가정위탁가족 등은 가족정책 대상에서 배제, 소외돼 왔다”며 “향후 개정되는 법과 제도는 보다 포용적인 방향에서 국가의 보편적 복지 정책에서 소외되거나 차별이 없도록 모든 가족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논의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윤석열 후보는 “전통적인 가족 형태만이 아니라 다양한 가족 형태의 보호가 해당 가정의 아동을 실질적으로 보호해야 할 국가의 책무와 연결된다면, 시대 흐름상 불가피한 선택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답했다.

심상정 후보는 “2020년 가족다양성 국민인식조사에서는 혼인·혈연 관계가 아니더라도 생계와 주거를 공유하면 가족이라는 문항에 응답자의 69.7%가 동의했다”며 “다양한 가족에게 차별적인 내용 전반을 정비하는 건강가정기본법의 정비와 인식의 변화를 반영하는 정책 설계를 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지속적인 결합이라는 교회의 혼인관’에 관해 이재명 후보는 “천주교의 교리에 따른 결혼관을 존중한다”며 “다만 국가는 법이 정한 바에 따라 혼인에 대한 개인의 선택과 판단이 보호되도록 노력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윤석열 후보는 “전반적으로 동의한다”고 했다.

심상정 후보는 “혼인은 행복을 추구하는 개인의 자유로운 의사와 선택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며 “유(有)배우자 가구 또는 정상가족 중심에서 다양한 삶의 양식을 포괄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다양한 형태에 따른 개별적 지원 대신 가족의 법적 개념이나 정의 자체를 변경 또는 삭제하려는 시도에 대해 이재명 후보는 “가족의 정의를 변화된 시대와 상황에 맞게 수정하는 것은 가족 개념을 국가가 임의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형태의 가족을 국가정책에서 소외하거나 차별하지 않기 위해서”라며 “국회 논의 과정에서 가톨릭 교회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윤석열 후보는 “가족의 법적 개념이나 정의를 변경하는 시도보다는 여러 가정 형태에 따라 다양한 지원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에 동의한다”고 했다.

심상정 후보는 “가족 개념이 혼인, 혈연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 개념에서 확장되고 있고, 다문화 가족을 포함해 1인 가구, 비혼 동거 및 비혼출산, 입양 가정 등 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해 수용도가 전반적으로 높아지는 추세”라며 “시대상을 반영한 정책 설계,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를 강화함으로써 다양한 형태의 가족 차별을 초래하는 법 제도는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사형 제도 폐지에 대해 이재명 후보는 “찬성한다. 다만 전쟁범죄, 집단살해 등과 같은 범죄에서는 사형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심상정 후보도 “찬성한다”고 했다.

윤석열 후보는 “우리나라가 실질적인 사형폐지국가로 분류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형제 완전 폐지는 사회의 성숙한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질의서는 산하 7개 전국위원회가 가톨릭 사회 교리 주제에 따라 위 항목들을 포함해 생명과 인권, 언론, 경제, 정치, 노동, 농업, 생태보호, 평화증진, 장애인, 청소년, 여성, 이주민·난민 등 13개 사안에 관한 60개 문항으로 작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