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 모세
그 사람 모세

김영봉 | 복있는사람 | 320쪽 | 15,000원

한 사람의 일대기를 생각해 보자. 일대기 속에서 나의 삶과 비슷하고, 자신이 경험했던 상황과 유사한 경험을 했던 일들을 보게 된다.

우리는 코로나19 팬데믹 속에 살아가고 있다. 일상생활이 제한되고, 제한된 일상 속에서 당연하게 여겼던 부분들을 이제는 하지 못하는 어려운 경험을 맞이하고 있다.

광야 시대에도 팬데믹은 존재했다. 출애굽기에 나타난 전염병의 출발은 모세와 아론이 바로에게 “광야로 사흘 길을 가서 여호와께 제사를 드리게 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에서 ‘전염병’이란 단어가 처음 등장했다.

왜 모세와 아론은 광야로 나가 여호와께 제사를 드리지 못하면, 전염병이나 칼로 자신의 백성을 치실 것이라고 했을까? 이것은 히브리인의 정체성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히브리 백성은 애굽 땅뿐 아니라, 세계 어디를 가든지 유일하신 하나님을 드러내는 삶을 살아야 하는데, 그 방법이 바로 하나님을 예배하는 것이었고, 이스라엘의 존재 이유였다. 다시 말하면, 누가 누구를 섬기느냐는 이스라엘의 정체성의 가장 핵심적인 가치였다.

하나님은 자기 백성이 노예의 삶으로 더 이상 있기를 원하지 않으셨고, 해방의 하나님으로 나타나셨다. 그래서 히브리인의 하나님은 애굽 땅에서도 여호와이심을 나타내기 위해서 전염병을 보내신 것이다.

이런 시대 속에서 사람들이 경험했던 불편했던 상황들과 오늘날 우리가 팬데믹을 경험하면서 맞이하는 상황은 시간과 장소와 환경적 요소가 다르다 할지라도, 사람들이 경험하는 어려움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런 어려움은 신앙생활 속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매 주일 예배당에 모이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지만, 그것조차 힘들고 어려운 일이 되었다.

이처럼 신앙 기초가 흔들리는 시기에, <그 사람 모세>를 저술한 저자는 이 시기를 ‘광야의 시기’라고 규정하고, 광야의 시간 속에서 우리가 어떤 유익함을 얻을 수 있을지에 집중했다. 그리고 그 시기에 하나님이 불러 귀하게 사용하신 모세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다.

모세의 삶은 이집트 왕궁에서의 삶 40년, 미디안 광야에서의 삶 40년, 이스라엘 백성과 약속의 땅을 찾아 행진하는 광야의 삶 40년이라고 말한다.

저자인 김영봉 목사는 미국 이민 교회를 목회하는 목회자로서, 팬데믹 상황에서 어려워하는 성도들과 모세의 삶을 나눔을 통해 성도들이 경험하는 불안감 속에서 다시금 하나님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로 삼기 위해 모세를 생각했다고 말한다.

모세도 이민자라고 할 수 있다. 이스라엘 전통적 가정에서 태어난 모세, 그러나 그의 삶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고, 그 상황 속에서 모세의 부모와 형제들은 모세 한 사람을 위한 계획을 만들었다. 그리고 모세가 이집트 왕궁에서 생활할 때도 끊임없이 모세와 소통하면서 이스라엘 민족의 정체성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그랬기에 모세의 몸 속에는 이스라엘의 피가 흐르고 있었고, 그는 왕궁에서 이집트의 다양한 문화와 지식을 습득할 수 있었다. 그런 과정 속에서 모세가 가지는 갈등과 어려움은 이민 사회에서 경험하는 어려움과 일맥상통할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100주년기념교회 집회 김영봉
▲저자 김영봉 목사. ⓒ크투 DB
저자는 그런 관점 속에 모세의 갈등과 어려움을 그의 뛰어난 상상력과 이민 사회에서 경험한 사람들의 어려움을 잘 비교하며 묘사했다.

특히 책의 제목이 <그 사람 모세>다. 모세라고 하는 인물에 정관사를 붙여 놓았다. 이것은 모세라는 한 사람이 가지는 의미가 크다고 생각된다.

이스라엘의 많은 인물 가운데, 특별한 사람 모세라는 의미일 것이다. 특별함을 강조한 책의 제목이지만, 그래서 그 책 속에서 흘러나오는 모세의 삶도 나와 다른 특별한 무엇인가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과연 이 책 속에 나타난 모세의 삶은 팬데믹 속에서 신앙적인 갈등이 있고,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내가 살아가는 환경 속에서 고민하고 힘들어하는 우리 삶을 17개의 명사로 정리해 놓았다.

믿음, 성장, 광야, 연단, 체험, 소명, 순종, 희생, 정의, 역경, 선택, 갈등, 인생, 영성, 겸손, 죽음, 섭리 등은 필자의 삶 속에서도 동일하게 경험되어지는 단어이고, 삶의 흔적이고, 삶의 고민일 뿐 아니라, 하나님을 향한 감사와 찬양, 내 삶의 처음과 마지막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제목에서 나타난 그 사람 모세는 바로 나를 향한 이야기이고, 나의 삶의 이야기이고, 내가 경험했고, 경험하는 중이며, 앞으로 경험되어지는 삶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게 된다.

하나님께서 한 사람 모세를 선택하셔서 그를 하나님의 사람인 그 사람으로 만들어 주셨다면, 나 한 사람도 하나님이 선택하셔서 하나님의 사람으로 성화시켜 주시리라는 하나님의 전능하심과 신실하심을 이 책을 통해 다시금 느끼게 된다.

모세의 삶에 관한 이야기는 성경에서 그렇게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 태어났을 때의 환경에 대한 배경에 관한 이야기, 이집트 궁전에서 살인과 미디안에서 가정을 이룬 이야기 외에 특별하게 모세의 개인적인 삶에 이야기는 성경에 언급되지 않는다.

그러나 모세의 삶은 결국 이스라엘의 삶이었고, 이스라엘을 약속의 땅으로 인도하는 삶이었고, 그 삶이 마무리되었을 때, 그의 죽음을 통해 하나님을 발견하는 아름다운 삶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게 된다.

성경은 수천 년 전에 일어난 역사의 이야기다. 역사 속에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고, 그 인물 중에 하나님께서 특별히 사용하신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 사람들 중에, 그 사람 모세는 온유함이 지면의 모든 사람보다 컸던 사람이었고, 위대하게 하나님께 붙들린 선지자의 이야기이다. 그 이야기를 아름답게 풀어놓은 그 사람 모세는 감동과 삶의 경륜을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서상진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대구 미래로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