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리는 대상 선택, 20세기에 들어 생겨난 현상
연애 대상 선택, 하나님의 비전이 지대한 영향
스킨십 기준, 함께 하나님 의식 가능한 정도로

권율
▲강의 후 기도하고 있는 권율 목사.

권율 목사의 5번째 저서 <연애 신학>은 ‘하나님 나라를 꿈꾸는 연인’들을 위한 지침서이다. “무슨 연애를 그렇게 하냐”고 놀림받던 자신의 연애 경험을 바탕으로 크리스천 청년들의 연애에 관해 쓴 저자는 “크리스천 청년에게 연애야말로 세상과 다른 존재임을 확실히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영역”임을 강조한다.

“최고의 연애 교과서는 성경”이라고 단언하는 저자는 크리스천의 연애와 결혼이 이미 임한 하나님 나라의 일상이자 장차 완성될 하나님 나라를 바라보는 것이어야 함을, 연애부터 결혼까지, 스킨십부터 자녀 출산까지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 출발은 오래 전 연애 시절, 지금의 아내에게 보냈던 편지를 다시 발견하면서였다.

존 파이퍼의 <결혼 신학>이 떠오르는 이 책의 구체적인 내용은 책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청년 사역 경험과 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만들어져 실제적이다. 2020년을 사는 청년들이 느끼기에 꽤 ‘도발적인’ 내용들도 담겼다. 다음은 “연애 문제에서 하나님의 통치를 기꺼이 받으려는 연인들을 찾고 계신다”는 저자의 이야기.

-책을 읽어봐도 그렇고 경험해 봐도 그렇고, 연애와 결혼은 결국 ‘선택’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하나님의 섭리를 신뢰하는 가운데, 서로를 ‘선택’하는 문제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선택 행위가 하나님의 주권 하에 있다고 겸손히 고백하는 문제입니다.”

-목사님의 실제 연애 이야기는 아주 희귀한 사례(?)로 느껴집니다. 성경에는 거의 ‘하나님께서 준비하신 짝’을 만나는 장면들이 등장하는데, ‘성경적 연애’라는 것이 있을까요?

“아마 요즘 같은 시대라서 저희 부부의 연애 방식이 희귀하게 보이는 것 같습니다(웃음). 책에서도 밝혔지만, 나에게 끌리는 대상을 ‘내가’ 선택한다는 개념은 인류 역사에 있어 겨우 20세기에 들어와 생겨난 현상입니다(25-26쪽). 사회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이나 기독교 변증가 C. S. 루이스도 같은 말을 합니다.

성경에 나오는 연애 이야기는 자신의 선택보다는 외적인 요소가 정말 크게 작용합니다. 하나님께서 당신의 비전(하나님 나라)을 성취해 가시려고 결혼할 짝을 섭리하시는 걸 봅니다.

아담과 하와가 그러했고, 이삭과 리브가의 만남이 그러했고, 야곱과 라헬의 경우도 그러했습니다. 이들의 연애 방식이 우리 시대에 똑같이 적용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그 안에 담긴 ‘원리’는 동일하다고 생각합니다.

즉 하나님의 비전이라는 ‘외적 요소’가 연애하려는 대상 선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성경적 연애라고 생각합니다.”

권율
▲가족들과 함께한 권율 목사.

-사모는 ‘비전’이 될 수 있나요? 사모가 비전이 아닌데, 목회자인 상대와 결혼해야 한다면.

“성경이 말하는 비전은 개인적 차원의 꿈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완성을 뜻하는 종말론적 비전입니다. 요한계시록 7장 9-12절에 그 ‘비전’이 계시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그 비전을 꿈꾸는 자매라면, 누구라도 목회자의 아내(사모)가 될 수 있습니다. ‘사모’라는 비전(?)도 연애 중에 서로 조율해서 만들어 가면 됩니다.

참고로 목회자도 마찬가지이지만, 사모라고 해서 뭔가 특별한 직분으로 생각하기보다, 말씀 사역과 교회 섬김에 좀 더 구별된 위치라고 보시면 될 것입니다. 성경에 명시된 목사라는 직분자와 배우자로서 함께한다는 맥락에서, 일반 성도와는 구별된다는 뜻입니다.”

-연애에 있어 ‘의지’에 대해 강조하셨는데, 연애 단계에서의 ‘의지’란 무엇인가요.

“연애에 있어 ‘의지’는 사랑의 감정을 제 위치에서 표현하게 하는 일종의 안전장치입니다. 연애 중 커플은 십중팔구 ‘성적 각성 상태(감정의 극치)’를 자주 경험하는데, 이것이 하나님의 비전과 하나님 사랑에 초점이 맞춰지려면 ‘복음에 기초한 의지’가 필수적입니다.

서로를 향한 성적 이끌림은 아름답고 자연스러운 감정이지만, 만약 둘이 하나님을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불타오른다면 거의 100% 음란죄에 빠집니다. 모든 걸 공유할 수 있는 언약 관계가 아직 아니기 때문에, 연애 중의 의지는 사랑하는 감정을 제자리에 위치시키는 훌륭한 안전장치입니다.”

-스킨십의 정확한 ‘선’을 제시하셨습니다. 기준과 근거가 무엇인가요?

“책 5장에서 다뤘듯이, 스킨십의 기준은 커플을 지켜보시는 하나님을 동시에 의식하고 사랑할 수 있는 기준이어야 합니다. 이에 대해 허용 범위를 획일적으로 설정하지 않는 이유는 사람마다 그것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연애 때 저처럼 스킨십에 아주 취약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적절한 스킨십을 통해 오히려 안정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협할 수 없는 선은 ‘키스’입니다. 물론 이때 말하는 키스는 단순한 인사가 아닌 성적 행위로서의 키스(deep kiss)를 가리킵니다.

실제로 키스라는 단어가 포함된 성경 본문에서 그 의미를 도출해 보니, 모든 걸 공유하는 언약 관계에서 그것이 적용됩니다. 즉 부부가 아니면 키스 행위를 허용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자세한 논증 과정은 136-138쪽에 소개되어 있습니다.”

-혼전순결 자체가 ‘성경’에 명시적으로 나오지 않는다는 견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혼전순결’이라는 표현이 안 나온다는 말이지, 그 의미가 안 나온다는 건 절대 아닙니다. 마치 ‘삼위일체’라는 표현이 없다 해서 성경에 계시된 하나님이 삼위일체가 아니라고 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무엇보다 혼전순결이란, 결혼이라는 언약 관계에 진입하기 전에는 육체적 결합과 한 몸 됨을 금지한다는 의미입니다.

이것은 창세기 2장 24절에 나오는 언약 결혼의 원리에서 도출해 낸 것입니다. ‘이러므로 남자가 부모를 떠나 그의 아내와 합하여 둘이 한 몸을 이룰지로다.’

이 말씀을 뒤집어 보면, 결혼하기 전에는 서로 부모를 떠나 결합해서도 안 되고, 둘이 한 몸을 이루어서도 안 된다는 명백한 의미입니다.”

권율
▲선교지에서의 권율 목사.

-한 번의 연애로 결혼까지 이르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별도 잘 해야 할텐데, 노하우가 있으신지요.

“저도 이별의 아픔을 쓰라리게 경험한 적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도무지 그녀(첫사랑)가 이해되지 않고 용서되지 않았지만, 어느 날 기도 중 골고다 언덕에서 ‘위대한 이별’을 경험하신 예수님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제 이별의 아픔은, 성부 하나님을 완벽히 사랑하시고도 십자가에서 버림받으신 그분을 깊이 묵상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이게 노하우라면 저의 노하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 일상의 모든 순간을 그분과의 관계성 가운데 재해석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이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제 신앙고백을 대변하는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제24장 ‘결혼과 이혼’에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합법적 이혼의 근거로 2가지를 드는데, 하나는 배우자의 부정(간음)이고, 다른 하나는 고의적인 유기(또는 별거)입니다(마 19:9; 고전 7:15). 후자는 교회나 국가 공직자도 대책을 마련할 수 없는 경우입니다.

물론 이 2가지가 무분별한 이혼을 합리화시키는 명분으로 작용할 수는 없습니다. 고백서 내용대로, 이혼할 때는 공적인 법적 절차를 준수해야 하고, 이혼 당사자들의 뜻대로 이혼하도록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또 다른 측면을 고려해야 합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그저 용서하라는 명분으로, 어느 한쪽이 극도의 고통 속에 살아가도록 내버려 두어서도 안 됩니다.

용서는 가해자의 반성이 있을 때 의미를 지니는 것이지, 용서를 빌미로 계속 고통을 주는 인간은 반드시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참고로, 저는 가정폭력이 난무하는 비신자 집안에서 자랐습니다. 아버지의 끔찍한 폭력에 못 이겨 가출하신 어머니를 통해, 이혼이 어떤 것인지 온몸으로 지켜봤습니다. 그리고 교인을 상담하는 중에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상황 때문에 결국 이혼을 선택한 경우도 자주 봅니다.

이러한 경우들도 저는 이혼의 합법적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굳이 위 근거에 포함시키자면, 후자인 고의적인 유기에 해당한다고 봅니다.”

-결혼 결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연애 중에 서로 조율해 가는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피조물이기 때문에, 서로를 향한 사랑 하나만으로 결혼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결혼을 생각하다 보면, 결국 사랑 외에 다른 외적인 요소를 찾게 됩니다. 연애 중에 우리의 사랑이 이미 영원할 수 없다는 걸 경험적으로 알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아담을 지으시고 그에게 에덴 동산을 경작하고 지키는 사명을 부여하셨습니다. 그런 맥락 가운데 하와를 만드셔서 인류 최초의 ‘연애이자 동시에 결혼’을 진행하셨습니다(창 2:15-25).

다시 말해, 아담과 하와가 하나님이 부여하신 사명에 함께하도록 의도하신 것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책 84-87쪽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연애 신학
▲연애 신학(권율 | 샘솟는기쁨 | 224쪽 | 15,800원).

권율 목사는 경북대 영어영문학과(B.A.)와 고려신학대학원 목회학 석사(M.Div.)를 마치고 청년들을 위한 사역에 힘쓰고 있다. SFC(학생신앙운동) 캠퍼스 사역 경험으로 청년연합수련회와 결혼예비학교 등을 섬기고 있다.

비신자 가정에서 태어나 가정폭력 및 부모 이혼 등의 어려운 환경에서 복음으로 인생이 ‘개혁’되는 체험을 했다. 성경과 교리에 관심이 컸는데, 연애하는 중에도 계속 그 불이 꺼지지 않았다. 부산 부곡중앙교회와 세계로병원 협력목사로 섬기면서 가족 전체가 필리핀 선교를 준비하는 중이며, 4년째 선교지(몽골, 필리핀) 신학교 집중강의 사역을 병행하고 있다.

저서는 <21세기 부흥을 꿈꾸는 조나단>, <올인원 사도신경>, <올인원 주기도문>, <올인원 십계명>이 있고, 역서는 <원문을 그대로 번역한 웨스트민스터 소교리문답(영한대조)> 외 2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