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진 칼럼] 인간을 인간으로 바라보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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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진 소장(성산생명윤리연구소장, 명이비인후과 원장, 의사평론가).
▲이명진 소장(성산생명윤리연구소장, 명이비인후과 원장, 의사평론가).

세상을 바라보고 판단하는 시각을 세계관이라고 한다. 각 사람마다 나라와 민족마다 다양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생명을 존중하는 세계관에서부터 생명을 단지 물질로 보는 유물론이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인간 생명의 존엄함을 파괴하는 행위를 하지 말자는 공동의 인식아래 생명윤리와 의료윤리를 지켜오고 있다.

하지만 지금도 생명의 가치와 인간이 지닌 인격권을 무시하는 나라에서는 많은 생명이 죽어가는 비극이 벌어지고 있다. 마음의 생각이 말로 표현된다. 평소 가지고 있는 가치관과 세계관을 반영한다. 대한민국에서도 비슷한 현상들이 벌어지고 있다. 위험한 세계관을 담은 언론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의사를 공공재라 부르고, 낙태를 전면 합법화하겠다고 공언하고, 독약을 주입해 사람을 죽이자는 안락사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우리는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과연 우리가 인간답게 살 수는 있을지 걱정된다.

의사들을 물건 취급하는 발언이 정부관리의 입에서 여과 없이 나왔다. 그는 의사를 공공재로 불렀다. 의료가 공공재 (public goods)냐 가치재(merit goods)냐의 논쟁은 끊임없이 있어왔다. 하지만 의사들을 물건 취급하는 상식에 벗어난 발언은 수긍하기 어렵다. 의사를 바라보는 그의 세계관과 지식이 상당히 왜곡되어 있어 보인다. 의사는 인간이지 사물이 아니다. 인간을 인간으로 보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것인지 실망스럽다.

전 세계가 COVID-19로 인해 큰 곤욕을 치르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나라간 교류가 막히고 사회활동이 제약을 받고 있다. 대한민국에 코로나가 발생한 후 대한의사협회에서는 7회 이상 외부 유입 차단을 제안했다. 밀려오는 환자들을 혼신의 힘을 다해 막아내고 있다. 현재 확진자가 늘고 있지만 사망자가 늘지 않는 것은 한국의사들의 헌신과 높은 의료수준의 공로였다. 생명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료진의 희생과 봉사의 결과다.

하지만 의료계의 이런 희생에도 불구하고 배신감을 주는 말과 정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일방통행에 익숙해 있는 정부는 ‘덕분에’라고 말했으니 의료진의 희생에 대한 보답을 다 한 것이 아니냐는 해괴한 발언까지 쏟아내고 있다. 급기야 분노한 젊은 의사들이 단계적 파업에 돌입했다. 의사만 많이 만들어 놓으면 된다는 잘못된 정치적 결정이 의료를 위협하고 있다.

의료를 단지 사물과 물량으로 판단한 구소련과 쿠바의 사회주의 의료를 보면 알 수 있다. 결국 국민들의 피해로 돌아간다는 사실이 역사적으로 증명이 되어있다. 치료약으로 사용하는 약물이 안정성을 확보하려면 전임상실험인 동물실험을 거쳐 1상, 2상, 3상의 임상시험을 거쳐야 한다. 그런데 이런 검증도 없는 첩약에 돈을 준다고 한다.

의사 한 명이 만들어지는데 십 수 년이 걸리는데 땅 부지에 건물만 만들어 놓으면 의사가 만들어지는 줄 안다. 의학은 공장에서 찍어내는 물건도, 기계도 아니다. 의사는 지식과 술기와 소명을 가진 인격체다.

국민의 생명과 권리를 지키고 보호해야 할 법무부가 일부 친정부 위원회의 의견을 들어 낙태를 전면 합법화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2019년 4월 11일 낙태죄에 대한 헌법 불합치 이후 2020년 12월까지 낙태에 대한 형법이 만들지 않으면 모든 태아를 마음대로 죽여도 되는 야만국가가 되어 버린다.

인간을 인간으로 바라보지 않는 생명경시 흐름이 일어나면 그 피해는 인간들이 받게 된다. 태아는 여성을 괴롭히는 세포 덩어리에 불과 하기에 태아를 죽여야 우리가 행복해 진다고 주장한다. 앞으로 인간을 물질로 보는 세계관을 바탕으로 낙태의 범위를 점점 더 확대해달라고 요구를 할 것이고, 기형이나 질병을 가진 영아살해로 이어질 것이다. 더 나아가 요양 병상에 누워있는 병들고 늙은 노인들이나 치매 노인을 없애버리자는 패악한 윤리적 타락현상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제라도 법무부내에서 인간을 인간으로 바라보는 건전하고 양심적인 의견이 나오길 촉구한다.

‘착한법만드는사람들’이라는 신생 변호사 단체에서 의사의 도움으로 약물을 주입해 죽음을 앞당길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이제 의사를 살인에 가담하라고 법을 만들겠단다. 인간의 생명에 대한 일부 법조인들의 위험한 세계관에 아연실색할 지경이다. 착한 법이란 이름을 가장하여 전혀 착하지 않은 주장을 하고 있다. 인간을 인간답게 바라보지 않는 세계관에서 착한법이 나올 수 없다. 아무리 포스트 모던 시대에 있다고 하지만 착함의 기준을 마음대로 바꾸어서는 안 된다. 윤리적 타락현상이 수면 위로 나타난 현상으로 판단된다.

인간에게는 인격권이 있다. 해서는 안 되는 일, 하면 부끄러운 일을 하지 않는 이유이다. 인간을 인간으로 바라보지 않는 위험한 소식에 답답하고 참담하다. 이들이 교육받은 교육의 내용에 문제가 있지 않나 판단된다. 교육계의 깊은 반성이 필요하다. 이제라도 혼란스러운 상황들이 상식적이고 윤리적인 방향으로 정리되었으면 한다. 모든 것이 비정상에서 정상으로 회복되는 날을 기대한다. 이것들은 인간을 인간으로 바라보아야 가능한 일이다.

이명진 소장(성산생명윤리연구소장, 의료윤리연구회 초대회장, 명이비인후과 원장, 의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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