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의회 나인권 의원(더불어민주당, 김제 2)
▲전라북도의회 나인권 의원(더불어민주당, 김제2). ⓒ전주=송경호 기자
반대 토론해도 통과될 줄… 민주당 의원들 반대한 것

용기? 망설였던 것 자체 부끄러워… 작은 용기였을 뿐
양식 있고 건전한 생각 가졌다면… 차별금지법 반대해

전북도의회에서 정의당 의원이 상정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건의안’이 지난 7월 16일 재적의원 39명 중 36명 참석한 가운데 찬성 11표와 반대 22표, 기권 3표로 부결됐다.

더불어민주당이 압도적 의석을 보유한 전북도의회에서 이 건의안이 부결된 것은, 나인권 도의원(김제2)이 평상시 소신을 전하며 반대 토론에 나선 덕분이었다.

현재 정의당 전북도당은 30여곳의 시민단체들과 합세해 나 의원에 대해 “출처도 불분명한 가짜뉴스에 근거해 혐오 발언을 했다”며 몰아붙이고 있다.

본지는 전주 전북도청 앞에서 22일 오후 진행된 ‘나쁜 차별금지법 반대 전북추진위원회’ 이후 나인권 의원을 직접 만나,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나 의원과의 일문일답.

-민주당과 호남 유권자들의 정서상 쉽지 않은 행동이었을 텐데, 어떻게 그렇게 나설 용기를 갖게 됐나요.

“지역 정서와 다르다는 말씀에는 오해의 소지가 있습니다. 이 지역이 민주당 의원들이 많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찬성하고 있다고 전제하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깜짝 등장한 것도 아닙니다. 저는 평상시 차별금지법에 대한 문제점들을 여러 루트로 접해왔고, 지역 기독교연합회에서 대사회적 반대운동을 펼치고 있다는 사실도 접하고 있었습니다. 누구와 대화하든지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이 확고했습니다.

그러한 가운데, 정의당 의원이 건의안을 갖고 나왔습니다. 도의회에서 반대 토론에 나서게 된 것은, 반대 토론을 하지 않았다면 건의안이 통과된 후 도의원 39명의 만장일치로 통과됐으리라고 보도됐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제가 반대 토론을 하더라도 건의안이 통과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자신을 포함해 9명의 동의를 구해서 건의안을 상정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제가 반대 토론을 하더라도 통과가 되겠지만, 제게 표를 준 김제 시민들과 하나님께 저 자신이 부끄럽지 않기 위해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순간적으로 3분 정도 의원님들 앞에서 차별금지법이 통과돼선 안 되는 이유와 제 소견을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22대 11, 반대가 두 배 가까이 많았습니다. 평상시 지역 정서도 그랬고, 동료 의원들도 차별금지법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전라북도 도의회는 현재 36명의 의원이 민주당이고, 나머지 3명이 정의당·민평당·무소속입니다. 결국 민주당 의원들이 반대표를 주셔서 부결된 것이지요. 그러므로 민주당 전체가 차별금지법 찬성이라는 말씀은 상당한 오해의 소지가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순간에도 용기 내어 나설 정도로, 평소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하셨나 봅니다.

“용기 있다고 말씀해 주시지만, 저 스스로는 망설였던 것 자체가 부끄럽습니다. 그럼에도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라도 제가 할 일을 해야 했기에 작은 용기를 냈습니다. 대단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성경적으로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가장 핵심이 무엇이겠습니까. 이미 차별에 대한 법안들이 개별적으로 다 마련돼 있습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에는 독소조항이 있습니다. 동성애와 성적 타락의 문제들까지 다함께 보호하고 차별하지 말자고 하면서, 기독교계에 재갈을 물리려는 악법 중의 악법입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자라나는 세대들이 동성애가 합법적이고 문제가 없으며 남자끼리 여자끼리 사랑하는 것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배우게 됩니다.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여러 성적 관계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다고 함으로써,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성적 호기심과 타락을 안겨줄 수 있습니다.

호기심으로 인해 관심을 갖게 되고, 그것이 실제 행위로 옮겨가다 보면 결국 중독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것을 치유하고 회복하고 원래 상태로 돌릴 수 있는데, 법안이 통과되고 나면 비판조차 할 수 없게 됩니다. 퇴폐적 문화가 만연될 수 있기 때문에, 법안이 절대 통과돼선 안 됩니다.”

-정의당에서 의원님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데요.

“가짜뉴스를 전파했다고 한 걸로 압니다. 그런데, 무엇이 가짜뉴스인지 말하지 않고 있습니다. 반대 토론에서 갑자기 말씀드렸기 때문에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발언도 있을 수 있지만, 그분들은 제 발언 중 무엇이 가짜뉴스인지 지목하지 않았습니다. 가짜뉴스를 유포했으니 사퇴해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차별금지법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자신들이 가짜뉴스를 갖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숨기려고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한 민주당 내 분위기는 어떤가요.

“호남 지역이 민주당의 강력한 지지기반이어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해서도 찬성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타 지역에서는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전라남북도와 광주는 보수적인 곳입니다. 정치적으로는 민주당을 지지하기에 다소 진보적일지 모르나, 생활이나 일반 개념에 있어서는 상당히 보수적인 고장입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있어서도 양식 있고 건전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면, 민주당 지지층 가운데서도 실체를 알거나, 실체를 모르더라도 여론조사를 한다면 반대 여론이 더 많을 것입니다.

다만 ‘포괄적 차별금지법’이라는 좋은 용어를 사용해 도민과 국민들로 하여금 착각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여론조사에서도 성적지향이나 성적취향, 동성애의 폐해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고, 뭉뚱그려서 차별을 금지해야 한다고 하기 때문에 여론조사가 80-90% 찬성으로 나오는 것 아닐까요. 그러나 그야말로 여론을 호도하고, 가짜뉴스를 양성하는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전라북도의회 나인권 의원(더불어민주당, 김제 2)
▲전라북도의회 나인권 의원(더불어민주당, 김제2). ⓒ송경호 기자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저지하기 위한 전략이 있으신지요. 이를 위해 미래통합당과도 연대할 의사가 있으신가요.

“미래통합당도 더불어민주당도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해 당론으로 정하지 않았고, 본인들의 개인적·정치적 판단을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봅니다. 정의당에서는 당론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조심스럽긴 하지만, 저희 지역 이원택 국회의원님이 오셨을 때 강력하게 말씀드렸습니다. 우리 지역은 교계가 활성화돼 있는데, 가장 관심 있는 부분이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한 입장이라고 말입니다. 그분도 반대한다고 하셨습니다. 이미 사전에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해 확실하게 인지하고 계셨습니다. 그분이 목회자들을 만나거나 교계 인사를 만났을 때, 그 말씀을 하도록 유도했습니다. 입으로 시인하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다른 지역에서는 못하더라도, 우리 지역 국회의원만큼은 확인하고 정확하게 나갈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의도가 있었습니다.

부끄러운 용기로 나섰고 차별금지법 관련 전문가도 아니지만, 그럼에도 제가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하겠습니다. 우리가 각 지역 국회의원들에게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폐해와 실상을 알리고, 차별금지법안에 반대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해야 합니다. 과거 민주당과 정의당은 하나 주면 하나 받는 입장이었습니다. 도의원도 국회의원도 서로 상부상조하는 입장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행인 것은, 지금 민주당이 압도적 의석을 갖고 있기에 다른 당과 상부상조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민주당만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각 지역 크리스천들이 지역 국회의원들에게 설명하고 설득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기독 의원들이 많다지만, 실제 의정 활동에 있어 신앙보다 당론을 따르거나 사람들 눈치를 보는 모습에 기독교인들이 많이 실망하곤 했습니다. 동료 기독 정치인들에게 격려나 당부의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제 반대 토론으로 건의안이 부결된 후, 가장 처음 전화를 받은 것이 당내 관계자였습니다. ‘의원님, 이제 죽었습니다. 많은 세력들이 공격하고 융단폭격할 것입니다’라고 했습니다. 도의원이라는 역할이 대단한 것일 수 있지만, 제 양심을 팔면서 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크리스천들이 각자 위치에서 작은 역할을 한다면, 교회가 살고 나라가 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행동하지 않고 말만 하거나, 우리끼리 머무는 경우가 있습니다. 크리스천이지만 밖에서는 때로 일반 세상 사람들보다 못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크리스천들이 욕을 먹고 실제로 사회에 우리의 말이 먹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크리스천 의원들이 오히려 이렇게 ‘나 죽었소’ 하고 발언할 것을 한다면, 더 큰 지지를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번 발언 이후 저도 비난을 많이 받았지만, 격려와 지지를 훨씬 더 많이 받았습니다. 양심 있는 분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다른 기독 정치인들도 오히려 소신 있게 치고 나가면 더 많은 분들이 성원하고 뒷받침하고 공격을 막아주실 것입니다. 앞으로 교계 일뿐 아니라 어떤 일이든 소신껏 하시면, 그 소신을 지역 주민들이 받아주고 더 압도적인 지지와 함께 그것이 정치를 계속 할 수 있는 기반이 되리라는 생각도 있습니다.”

-오늘 ‘교회 모임 금지 조치’ 해제가 발표됐습니다. 이 조치에 대해 어떤 입장이셨나요.

“민감하고 조심스러운 문제입니다. 그러나 이미 생활 속에서 식사와 소모임이 많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노래방이나 술집 출입도 일상화돼 있습니다. 극히 일부 교회에서 약간 감염이 발생했을 뿐인데, 언론에서 크게 확대한 탓도 있습니다. 정부에서 금지 조치를 하기 전, 대부분 교회들이 이미 조심해 왔습니다. 오히려 몸조심 하면서 방역을 하고 있었습니다. 정부에서 공개적으로 이런 조치를 내린 것은 상당한 오해가 있어서 그런 것 아니었을까요. 늦게나마 오해가 풀리고 총리께서 해제해 주셔서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끝으로, 현 정권과 여당의 좌편향 행보나 반기독교적 정책에 우려하는 기독교인들이 많습니다.

“민주당 선출직 일부 정치인들은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해 찬성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유력한 정치인들입니다. 그러나 당론으로 채택하거나 큰 틀에서 민주당 전체가 하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서울 지역에서 어떨지는 모르지만, 호남 지역에서는 민주당 지지 자체가 차별금지법 지지를 의미하진 않습니다. 이것은 정치적으로 내가 옳으냐 네가 옳으냐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조심스럽기도 합니다.

다만 민주당을 지지하기 때문에 포괄적 차별금지법도 지지하는 세력이 많으리라는 것은 오해입니다. 사실 영남보다 호남의 기독교인 비율이 더 높지 않습니까. 민주당을 지지하면 정치적 입장까지 그럴 것이라는 생각은 오해입니다.

정치적으로 진보적 성향이 있으니 차별금지법에 대해 좀 더 열려 있고 찬성하는 경우가 더 많지 않나 의심을 받습니다. 그러나 진보이지만, 오히려 그 진보가 잘못됐다는 걸 깨달아야 합니다.

기독교인들이 어디서 차별을 하고 있습니까. 전 세계에서 인권을 가장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바로 기독교인들입니다. 그런데도 기독교가 약자와 소수자, 사회적으로 힘든 사람들을 핍박하는 것처럼 포장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소외된 자가 아니라. 치유하고 안고 바꿔야 할 사람들입니다. 방치하고 조장하고 권장할 것이 아닙니다.

진보적 성향의 기독교인들이라도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폐해에 대해 한번 살펴보시고, 그래도 지지하겠다면 할 말이 없습니다. 그러나 양쪽을 다 보고 어느 쪽이 더 나라를 위한 일인가 고민하신다면,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결코 통과될 수 없으리라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