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에 걸렸던 현수막. 조계종 측은 조계사 옆 부지에 사업비 1,687억원을 들여 기념관 건립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사업비 중 1,534억원을 국민 세금으로 충당하려 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크리스천투데이 DB

종교자유정책연구원 2014년 학술토론회가 ‘정부의 종교문화재 예산지원 어디까지 해야 하나?’를 주제로 11월 29일 서울 장충동 만해NGO교육센터에서 개최됐다.

이날 발표한 황평우 문화재 전문위원(전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은 최근 종교 관련 예산 중 논란이 되고 있는 것으로, 불교의 템플스테이와 10·27 법난 피해자 명예회복을 위한 기념관 건립, 천주교의 서소문 일대 순교성지 조성사업 등을 꼽았다.

먼저 템플스테이 관련 예산에 대해 황 위원은 “템플스테이 지원 예산은 2012년부터 종무실에서 관광국으로 변경됐고, 올해 예산은 2011년의 3배”라며 “문제는 템플스테이 예산에 대한 문화체육관광부의 인식에 있다”고 폭로했다. 템플스테이 예산은 2012년 200억원, 2013년 195억원, 2014년 205억원이다.

구체적인 예산지원 내역을 살펴보면, 2014년의 경우 전용시설 구축에 45억원, 특화프로그램 시설에 50억원 등 시설비에 95억, 사찰지원 및 관리 42억여원, 홍보 및 마케팅 24억여원, 인력양성 7억여원, 사찰음식 25억원, 사업단 운영비 12억여원 등 사업비 명목으로 110억원을 각각 사용했다.

종무실은 템플스테이 사업을 관광국으로 이관하고 전통문화 체험지원 예산 명목으로 바꾼 이유에 대해 “특정 종교 활동에 대한 지원이 아니라, 한국 전통문화인 불교와 유교를 관광자원으로 개발, 우리나라 대표적 문화관광 상품으로 정착시키기 위함”이라며 “템플스테이 및 서원·향교 체험 등 ‘전통문화’의 범위를 확대하고,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할 목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종교자유정책연구원 2014년 학술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교계 기자 밴드

그러나 황 전문위원은 “이는 템플스테이가 불교라는 특정 종교와 결합된 문제임을 간과한 것으로, 기독교 단체로부터 불교편향 예산이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며 “종무실에서 해당 사업을 관광국으로 이전한 것은 사실상 기독교 단체의 비난을 피하기 위한 편법이라고밖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고 지적했다. 기독교 단체에 굴복했다는 불교계의 비난을 감당할 수 없어 예산을 전액 삭감하기도 어려워졌고, 그래서 담당부서를 바꾸는 ‘꼼수’를 냈다는 것.

황 전문위원은 “정부는 템플스테이가 한국 전통 불교문화 체험이라며 종교와 무관하다고 항변하고, 템플스테이 뿐 아니라 다른 종교문화 행사 지원에도 종교와 관련 없는 문화예술진흥 차원이라고 변명하고 있다”며 “그렇다면 외국인 이용현황을 냉철히 분석해야 할 텐데, 2002-2007년의 경우 외국인 이용자 수가 15%를 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자본의 논리로 외국인 이용이 저조한 사찰에 지원을 중단하는 것도 문제라 할 수 있겠으나, 국민들의 혈세가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철저한 사후관리를 통해 논란에 빠지지 않도록 확고한 기준과 원칙을 세워 투명하게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템플스테이는 사찰에서 진행되는 만큼 불교 관련 의식이 포함돼 있고, 이 점은 특정종교에 대한 지원이라는 비난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했다.

황 전문위원은 “템플스테이 참여자 중 무교가 38%, 개신교가 10%, 가톨릭이 9%인데, 이들에게 불교를 전파할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며 “그러므로 특정 종교 포교를 위한 예산지원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이 나올 수밖에 없는데, 무교 혹은 타종교인들의 참여로 성과를 얻고 있다는 평가는 종교 간 이해와 갈등 문제에 전혀 관심이 없거나 외면하는 것밖에 안 된다”고 평가했다.

다음으로는 천주교의 서소문공원 성지 추진사업의 문제를 짚었다. 국회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을 계기로, 서소문공원 지역을 천주교 박해 등을 소재로 한 역사문화 전시·체험 공간으로 조성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는 460억여원(국비 50%, 지방비 50%)이 소요되고, 2014년 국비 예산으로 설계비로만 10억원이 책정됐다.

황평우 전문위원은 이 사업의 문제점에 대해 “서소문 성지 사업은 2012년 관광 목적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이 일부 보도됐으나 주목받지 못했고, 올해 사업이 시작되면서 설계공모 결과가 발표되고 국고보조금 교부와 교황 방한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며 “서울 중구청장이 관광명소 만들기 일환으로 추진했다지만, ‘성지’라는 용어 자체가 종교적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곳에서는 천주교 외에 동학혁명을 이끌던 수많은 사람들이 숨져갔는데, 천주교 단독 성지화 하는 것은 차별일 수 있고, 조선시대에 처형된 사람들에 대해서는 유교에 대한 차별일 수 있다”며 “여기에 국고와 지방비만 460억여원을 들이겠다니 종교차별과 정교분리 위반 문제가 나오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고, 특정 종교의 성지 조성에 전체 예산의 90% 이상을 국고와 지방비에 투입하는 게 더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조계종의 ‘10·27 법난 피해자 명예회복을 위한 기념관’ 건립 문제를 제기했다. 이 기념관 건립은 사업비 1,687억원 중 1,534억원을 국민 세금으로 충당하고 사업비로 매입한 땅과 건물은 조계사로 귀속시키는 등, 민간추진 사업에 국가가 땅을 매입한 전례가 없는 가운데 논란을 부르고 있다.

황평우 전문위원은 이에 대해 “관련 법률 개정과정과 해당 위원회 과반수가 불교계 인사로 구성되는 등 일련의 흐름을 보면 종교계 갈등이 충분히 예상되는데도 깊은 고민이 없어 보이는 점은 명백한 사실”이라며 “철저한 검증이 있었어야 했다”고 했다.

종교문화재 보존을 위한 국고보조금 지급에 대해서는 “문화재 보호를 위해 필요한 예산을 사용해야 함은 당연하나, 종교 문제를 떠나 국민의 눈높이에서 예산과 법률 개정 과정을 보면 특혜 시비를 부를 수밖에 없다”며 “법률 개정 과정에서 불교계의 압력과 로비를 받은 게 아닌지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라고 비판했다.

황평우 전문위원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만큼 예산에 관한 사후관리가 중요함은 재론할 필요도 없지만, 현재 전통사찰 문화연구원 설립에 관한 규정마저 삭제해 이를 관리할 최소한의 기구마저 사라진 형국”이라며 “현 법률의 구조에 따른 보조금 지급은 태생적으로 주먹구구식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므로, 사후관리에 대한 구체적 연구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 전문위원은 “이제 더 이상 종교예산으로 인한 갈등과 다툼을 접어야 하고, 종교라는 이유로 각종 세제 등 혜택을 받고 있다는 사실도 잊지 않아야 한다”며 “종교가 국고보조금을 가져가야 할 헌법·법률상 권리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