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진화론개정 추진위원회(교진추)의 ‘시조새 삭제’ 청원이 끝내 받아들여지지 못했다. 대신 관련 내용을 대폭 보강해, 교진추의 지적이 틀리지는 않았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됐다.

서울신문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의 ‘2013년 고등학교 과학 교과서 출판사별 수정 대조표’에서 고등학교 과학 교과서 7종 중 6종은 진화론 관련 내용을 대폭 수정하기로 했다.

출판사들은 당초 교진추의 문제제기를 타당하다며 받아들였으나, 과학계 자문단체인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지난달 ‘진화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자 대부분 여기에 맞춘 내용으로 다시 수정했다.

구체적으로는 미래엔 출판사의 경우 “시조새는 조류가 파충류로부터 진화하였음을 알려준다”는 단정적 표현에서, “시조새 화석에 의하면 조류가 파충류로부터 진화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바꿨다. 그러나 ‘추정된다’는 표현을 과학 교과서에서 사용해도 되는지는 논란이 일 수 있다. 다른 출판사들도 한두 문장에 불과했던 시조새 관련 서술을 자세히 설명하는 형태로 개정했다.

‘말의 진화는 상상의 산물’이라는 교진추의 문제제기도 받아들여졌다. 교학사의 경우 ‘말의 진화도’를 직선형에서 관목형으로 바꾸고 “다양한 종의 말이 출현했다가 사라지는 매우 복잡한 진화 과정을 겪어왔음을 보여준다”는 내용을 집어넣었다.

교진추는 이에 대해 “실제 개정과 자문 절차에 철저하게 진화론 학계 의견만 수용됐다”며 강력한 유감을 표시했다. 실제로 과학 교과서 진화론 논란 중 과학계는 학문단체인 교진추를 종교단체라며 ‘언론플레이’를 펼치는 등 학문적이지 못한 자세를 보였다.

이와는 별도로 지난 14일 정부종합청사 내 교육과학기술부에 침입해 방화 후 투신자살한 60대 김모 씨는 ‘시조새’ 논란을 놓고 자신의 블로그에 “종교단체인 창조과학회의 집요한 청원에 교과부가 밀렸다”고 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