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호킹, 이번엔 “신학은 불필요하다” 주장

손현정 기자  hjson@chtoday.co.kr   |  

“과학이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 논쟁 심화될 듯

▲ 스티븐 호킹 박사. ⓒWikipedia.fr

▲ 스티븐 호킹 박사. ⓒWikipedia.fr

새 책 ‘위대한 설계(The Grand Design)’에서 우주가 신 없이 스스로 창조됐다고 주장한 세계적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68)가 “신학은 불필요하다”고 재차 선언, 그의 새 이론으로 인해 이미 촉발된 논쟁을 한층 더 심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호킹 박사는 지난 9일 영국과 미국에서 출간된 이 책에서 중력과 양자이론과 같은 자연법칙에 의해 우주가 무에서부터 스스로 창조됐다고 주장하고, 이 ‘자발적 창조(spontaneous creation)’가 우주와 인류가 존재하는 이유를 설명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이같은 우주의 기원에 관한 이론적 검증의 끝에 “따라서 우주나 인류의 존재를 설명하기 위해 신이 개입할 필요가 없다”고 결론 내려, 창조론을 지지하는 종교계로부터 과학의 영역을 넘어 신학의 영역을 침범했다는 비판을 이끌어내고 있다.

이 가운데 호킹 박사는 지난 10일 방송된 ‘래리 킹 라이브’에서, ‘위대한 설계’란 책은 “우주와 그 우주 안에 있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대한 폭넓은 그림을 제공하기 위한 시도”라면서 이 책의 요점은 “과학은 왜 무 이상의 것이 존재하는지, 또는 왜 자연법칙이 지금과 같은지 등의 질문들을 신을 필요로 하지 않고도 모두 설명할 수 있다는 것”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왜 당신의 책이 사람들의 강력한 반응을 낳고 있다고 생각하는가”란 킹의 질문에 “과학이 종교의 분야였던 질문들에 점점 더 대답하고 있다”며 “과학적 설명은 온전하며 신학은 불필요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호킹 박사의 새 책에 담긴 무신론적 우주 기원에 대한 설명은 이미 책의 출간 전부터 세계의 많은 창조론 지지자들로부터 비판을 받아 왔다. 영국과 미국의 창조론 단체들은 호킹 박사가 과학과 신학의 역할을 구분하지 못한 채 과학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앞선 인터뷰에서 드러난 “과학이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란 식의 태도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영국 왕립연구소장을 지낸 수전 그린필드 옥스퍼드 링컨대학 교수는 최근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과학이 (일부 학자들의) 오만에 의해 종종 시달린다”며 영국의 과학자 마이클 패러데이(1791~1867)를 인용,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사람만큼 무서운 것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학이 모든 해답을 갖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탈레반과 같은 행동”이라고 맹비난하고, 호킹 박사를 향해 “모든 학문 분야를 아우르는 주장을 펴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호킹 박사의 주장은 그동안 신의 존재에 대해서 중립적인 입장을 취해 왔던 물리학계의 오랜 전통을 깨고, 본격적으로 무신론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데서 그 영향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만들어진 신’ 등의 저자인 리처드 도킨스를 비롯한 무신론자들은 호킹 박사의 새 이론을 ‘물리학계의 진화론’에 비유하며, “호킹 박사가 물리학계의 신의 존재 논란을 결말지을 결정적 시도를 하고 있다”며 지지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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