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론은 ‘선택’의 교리인가 ‘유기’의 교리인가

김진영 기자  jykim@chtoday.co.kr   |  

“하나님의 예정은 위로와 확신의 근거”

“1580년대 말, 목회자 사무엘 후버와 독일 하이델베르크 신학자들 사이에 심한 논쟁이 일어난다. 논쟁의 주제는 예정론. 후버는 그리스도의 죽음이 모든 인간에게 차별 없이 미친다고 주장했다. 즉, 그리스도가 창조 이후부터 마지막까지 있을 모든 사람들을 위해 죽었다는 것인데, 이것은 ‘믿음’의 여부와 상관이 없었다. 이러한 주장의 이면에는 칼빈주의자들이 그리스도가 모든 사람들을 구원했다는 것을 부정해 복음의 위로를 빼앗아갔다는 비판이 있었다.

칼빈의 신학을 지지했던 하이델베르크 신학자들은 후버의 주장을, 믿지 않아도 모든 사람이 구원을 얻을 수 있다는 교리라고 생각해 배척했다. 그리스도가 모든 사람들을 위해 죽었다면 그리스도인과 비그리스도인의 차이가 없게 된다는 것이다. 그들은 그리스도 죽음의 힘은 오직 신자들, 곧 선택받은 자들에게만 미친다고 주장했다.

특히 하에델베르크대학의 교수였던 다니엘 토사누스는 ‘시온의 딸아 크게 기뻐할지어다 …(중략)… 네 왕이 네게 임하시나니…’(스가랴서 9장 9절)의 내용을 근거로 그리스도는 처음부터 택자들의 소망이요 위로였다고 역설한다. 시온의 딸, 곧 교회가 기뻐하는 이유는 유기자(遺棄者) 혹은 멸망자의 존재 때문이 아니라 오직 왕의 임하심 때문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그에게 예정론은 택자에게 주어진 위로와 확신의 근거였다.”

▲이남규 박사

▲이남규 박사
이상의 내용은 29일 아침 서울 방배동 백석대학교에서 열린 한국복음주의신학회(회장 최갑종 교수) 신학포럼을 통해 네델란드 아펠도른 신학대학교 이남규 박사가 발표한 논문의 일부이다. 그는 ‘위로와 확신의 근거-하나님의 예정’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 박사는 “예정론은 종종 사변적인 것으로 오해되기도 한다”며 “그러나 예정론을 가르쳤던 개혁신학자들에게 이 교리는 철저히 성경에 근거한 것으로써 신자들을 위로하며 그들을 구원과 선택의 확신 가운데 굳게 세우는 교리였다”고 강조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후버와 같이 예정론을 비택자들로부터 구원의 소망을 빼앗는 ‘비인간적’ 교리 쯤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이 박사에 의하면 예정론은 택자에게 위로와 확신을 주기 위한 교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렇다면 예정론은 왜 오해를 받는 것일까. 그것은 예정론에 접근하는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이 박사의 견해다.

이 박사는 “우리의 선택과 구원을 확신하고 그 열매들을 얻기 위해 절대로 위로부터, 즉 선택의 처음을 따지는 것에서 시작하면 안 되는데 그것은 이 처음에 관한 것이 우리만이 아니라 천사들에게도 닫혀있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아래로부터, 즉 선택의 결과들로부터 선택과 구원의 확신을 잡아야 하고 얻어야 한다”고 했다.

다시 말해 예정론 논의를 과연 하나님이 누구를 택하셨고 누구를 버리셨는가 하는 ‘위로부터’의 판단에서 벗어나, 이 땅에서 신앙의 열매를 맺고 살아가는 신자들이 어떻게 선택의 확신과 구원의 위로를 얻을 수 있는가 하는 ‘아래로부터’의 판단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의미다.

하이델베르크대학에서 교리학을 가르쳤던 야콥 키메돈키우스는 구체적인 ‘아래로부터’의 예정론을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설명했다.

①먼저 선택의 결과들이다. 그것은 그리스도를 참되게 믿고, 칭의와 중생, 의를 향해 사는 삶이다. 믿음과 회심은 결과적으로 선택의 특징이며 신자들의 거룩을 향한 노력은 선택의 가장 확실한 증거가 된다. ②다음으로 이것은 하나님의 약속의 말씀과 연결된다. 믿는 자는 영생을 얻었고 결코 버려지지 않는다고 하나님은 약속하셨다. ③그러므로 내가 현재 믿고 있다는 것은 곧 나자신이 구원받았다는 것이고 이는 결과적으로 선택받았다는 확신에까지 이른다.

이 박사는 토사누스의 말을 인용해 이러한 ‘아래로부터’의 방식이 교회가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하고 또한 초신자들에게 예정론을 전달하는 데 있어 유용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토사누스에 따르면 인간은 가장 먼저 자신의 비참함을 깨닫게 되고 이후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을 통해 하나님의 자비를 본다. 이 상태에 이른 신자는 또한 세상의 유혹과 고난들에 직면하는데 바로 이 때 예정교리의 필요성이 나타난다. 시련에 직면한 신자는 ‘이렇게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하나님을 믿는 적은 무리가 어떻게 끝까지 견디며 그 인내의 원천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지’ 생각할 것이다. ‘아래로부터’의 예정론은 바로 이러한 물음에 답을 준다.

이 박사는 “16세기 말 하이델베르크대학은 예정론 논쟁에 깊게 관련되어 있었다. 하이델베르크 신학자들은 신자들의 위로와 구원의 확신으로 예정을 말했다”며 “예정론을 다루는 방식에 있어 ‘위로부터’의 방식과 ‘아래로부터’의 방식을 구분하고 둘 다 인정했다. 다만 대중들에게 가르치는 방식에서 ‘아래로부터’의 방식을 제안했던 것이다. 그러나 둘 모두 성도들을 향한 위로와 구원의 확신을 강조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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