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명수 교수(서울신대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장, 교회사).

 

Ⅰ. 문제제기
Ⅱ. 현행 고등학교 국사교과서에 나타난 종교 서술의 구조와 개신교
Ⅲ. 한국 국사교과서에 나타난 개신교 이해의 변화
Ⅳ. 근대문명의 유입과 개신교
Ⅴ. 일제시대와 개신교
Ⅵ. 해방 이후 한국과 개신교
Ⅶ. 평가
Ⅷ. 제언

필자는 개정교육과정의 목적에 분명한 지지를 보낸다. 하지만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지난 국사교과서에서 나타난 종교에 관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보다 온전한 역사 교과서를 만들기 위해 다음 몇 가지를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역사교과서에 개신교를 소개하는 항목을 신설해야 한다. 국사교과서가 불교나 유교는 말할 것도 없고, 천주교와 천도교, 민간신앙까지도 별도의 항목을 할애해 도입과 발전을 설명하고 있는데 비해, 개신교는 여러 종교를 설명하는 가운데서 단 한 줄로 설명하고 있다. 이것은 한국 개신교가 한국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치와 영향력을 볼 때 명백하게 기독교를 축소시키고 있는 것이라 본다. 적어도 미래의 교과서에는 왜 기독교가 들어오게 되었는지, 이것이 한국의 종교 전통과 문화에서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개신교가 한국 사회에서 뿌리를 내렸는지 설명해야 할 것이다. 한국의 전통 종교는 말할 것도 없고 근대에 들어오거나 형성된 종교에 대해서 언급하는데, 개신교만 빠졌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둘째, 근대 사회에서 종교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역사적 중요도에 따라 서술해야 한다. 현행 국사교과서는 종교를 공평하게 다루어야 한다는 전제 아래 근대 사회의 모든 종교를 한 문장, 혹은 두 문장으로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역사 교과서는 그 종교의 역사적 중요성과 한국 사회에 미친 영향을 고려해 설명해야 한다. 과거 한국사에서 불교와 유교가 중요했다면 근대 한국사에서는 기독교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것은 정치, 사회, 교육, 문화, 모든 면에서 이 사실을 입증할 수 있다. 그렇다면 모든 종교를 똑같이 설명하기보다는 중요도에 따라서 기술해야 할 것이다.

개신교만 유독 홀대하는 건 사실적 기술에 어긋나는 것

셋째, 새로운 역사 교과서는 개신교를 공정하게 설명해야 한다. 우리가 위에서 살펴본대로 국사교과서가 국정 체제로 개편된 후 개신교가 한국 사회에서 미치는 역할은 점점 축소 기술돼 왔고, 초기 국사교과서에 나타나는 긍정적인 평가는 모두 삭제됐다. 예를 들면 초기 국사교과서에서 개신교는 애국 계몽운동의 중심으로 소개되고 있는데 비해 최근 국사교과서는 단지 개신교 선교를 교세확장 차원이라 설명하고 있다.

이에 비해 초기 국사교과서에 나타난 다른 종교에 관한 부정적 서술은 점점 삭제되고, 긍정적인 부분만 부각돼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면 불교가 일본 불교의 영향을 받은 것은 삭제하고, 반대로 한용운의 개혁 노력만을 언급하고 있다. 이같은 국사 서술은 기독교를 외래 종교로 분류하고, 기독교가 한국사회에 미친 영향을 적극적으로 평가하는 것을 꺼려하는 ‘지나친 민족주의적인 경향’ 때문이라 생각된다.

넷째, 새 교과서는 개신교가 한국에 근대 문명을 소개한 것을 보다 사실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초기 국사교과서에는 교육과 의료가 개신교 선교사에 의해서 시작된 것으로 분명하게 서술됐다. 그러나 민족적 자긍심을 높이려는 민족주의 사학의 영향으로 교육에서는 원산학사가 강조되고, 의료에서는 선교사보다 한국 정부를 그 주체로 설명하고 있다. 사실적으로 볼 때, 원산학사는 근대적인 교육 기관으로 보기 힘들며, 서양 의술은 서양 의사인 선교사를 통해 들어왔다고 서술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오늘의 한국은 서양 문명과의 교류를 통해 형성됐고, 그 통로 가운데 가장 중요한 곳 중 하나가 개신교였다. 이런 점에서 한국 근대화에서 개신교의 역할을 인정하는데 인색할 필요는 없다.

개신교의 민주화 운동과 민족 운동, 올바른 평가 뒤따라야

다섯번째, 역사 교과서는 한국 개신교가 민족 운동과 민주화 운동에 공헌한 것을 분명히 서술해야 한다. 현행 교과서에는 3·1운동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천도교를 비롯한 종교가 참여했다’고 말하는데 천도교 못지않게, 아니 그 이상 활약한 개신교는 언급하지 않는다. 3·1운동에 불교와 유교의 참여는 매우 미미했다. 해방 이후 한국 민주화를 소개하는 항목에서는 일부 종교계가 참여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해방 이후 민주화 운동과 통일 운동에는 개신교와 천주교의 역할이 컸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일부 종교계 활동이라고 설명하는 등 사실을 객관적으로 서술하지 않고 있다.

여섯번째, 역사교과서가 종교문제를 다룰 때 그 시대가 어떤 상황이었고 어떤 종교정책을 가지고 있었으며, 종교가 사회에 어떤 역할을 했고 종교 인구가 어떻게 변화돼 왔는가를 설명해야 한다. 예를 들면 개화기와 일제시대, 그리고 해방 이후에는 각각 종교 정책이 달랐고 시대마다 종교가 갖는 사회적 의미도 달랐는데, 이를 고려하지 않고 단지 모든 종교를 나열식으로 한 줄씩 설명한다면 역사 교과서의 종교 설명은 매우 단편적이며 무미건조해진다. 예를 들면 해방 이후 한국사회는 정교분리와 신앙의 자유를 헌법으로 규정하는 새로운 사회였다. 하지만 6차교과서를 제외한 모든 교과서는 이런 중요한 변화에 대해 전연 언급하지 않는다.

개정 교육과정은 “현대와 가까운 과거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킴으로 현대 세계와 우리 국가와 사회에 대한 통찰력을 확대한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역사 교과서는 한국의 종교 가운데 우리와 가장 밀접하게 관련을 맺고 있는 기독교 역사를 보다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다뤄 현대 사회와 국사, 사회에 미친 종교의 영향력을 학생들에게 올바로 알려줘야 할 사명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