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적·편파적·비합리적 문화, 과감· 명쾌 개혁
관혼상제 허례허식 개혁 후 기독교적 결혼 제시
이태원 참사 슬픔 진심 위로, 상처 어루만져야

하이패밀리
▲기념촬영 모습. ⓒ하이패밀리
가정사역기관 하이패밀리 30주년 기념 학술대회가 ‘다시 가정이다’라는 주제로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법무법인 율촌 사무실에서 개최됐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이사장 우창록 대표(율촌)의 개회사와 이사 김상민 부회장(이롬)의 축사 후 안인섭 교수(총신대)가 ‘하이패밀리 30년, 역사의 현장에서’라는 제목으로 발제했다.

안인섭 교수는 “1992년 하이패밀리가 처음 설립될 당시 세계는 구소련이 붕괴하고 있었고, 이데올로기에서 문화 중심 세계로 접어드는 급변기였으며, 그 과정에서 가정은 더욱 파괴되고 있었다”며 “이때 설립된 하이패밀리는 시대를 앞장서 이끄는 역할을 선도적으로 감당해 왔다”고 회고했다.

하이패밀리 20년사를 작업한 뒤 10년 만에 30년을 돌아보게 된 안 교수는 “교회 안에서도 가정이 한없이 무너져 내리던 시기, 하이패밀리는 가정에 가치를 두고 선두에 서서 가정 회복의 나팔을 불었다”며 “하이패밀리는 가정 사역을 통해 한국 사람들과 사회에 내재돼 있던 권위적·편파적·비합리적 문화를 과감하고 명쾌하게 개혁하는데 앞장선 ‘문화 변혁자(transformer of the culture)’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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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민 이사가 축사하고 있다. ⓒ하이패밀리
안 교수는 “특히 하이패밀리 가정사역은 관혼상제 문화를 전면 개혁하는 데 크게 공헌했다. 구태의연한 결혼 문화, 혼수 문제가 오히려 가정을 파괴하던 상황 속에서, 허례허식을 벗어나 기독교적 결혼 문화를 제시하고 결혼 예비학교를 통해서 결혼의 본래적 의미를 살려냈다”며 “장애인과 다문화가정 등 소외 가정 사역을 비롯해 출산 장려, 이혼 방지, 기러기 서포터즈 등 다양한 문화와 삶의 영역에서 가정을 세우는 사역에 앞장섰다”고 전했다.

그는 “하이패밀리 사역의 핵심은 교회 사역을 통해 가정사역을 활발히 전개하면서 사회 변화까지 확산해 나간 것이다. 당시에는 ‘신앙 따로 가정 따로’, 삶의 분리가 가장 큰 문제였다”며 “이때 하이패밀리는 ‘가정은 교회를 필요로 하며 교회는 가정을 필요로 한다’는 모토로 교회를 가정처럼, 가정을 교회처럼 세워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깨어지는 가정에 대한 하이패밀리의 유일한 치유책은 말씀 위에 가정을 세우는 ‘창조질서 회복, 성경적 가치관 회복’이었다”며 “이를 위해 시대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가정사역 프로그램을 개발하며, 평생교육을 통해 가정사역 전문가를 발굴·양성하고, 서포터즈를 통해 프로그램을 보급하며 교회를 체계적으로 지원했다. 이를 통해 ‘가정 건축가’ 일을 수행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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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인섭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하이패밀리
최근 10년 간의 주요 특징으로는 △종교개혁 500주년 △미투 운동 △정인이 사건 △코로나19 △선진국 진입 등을 꼽았다. 이에 대한 하이패밀리의 사역은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세대 통합교육 △성폭력 피해여성 위한 치유상담센터 ‘위드유’ 개소 △어린이들을 위한 ‘365 어린이 세상’ 창설 △비대면 교육을 통한 자립형 가정사역 전문가 양성 △코로나19 가족심리통합 지원 △21세기 자립형 가정사역 전문가 양성 등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가 지속되면서 역설적으로 공동체의 필요성이 대두됐고, 경제적 타격이 강화되면서 가정에 대한 도전은 더 극심해졌다”며 “선진국에 진입했지만 건강한 사회 구조를 갖지 못했고, 사회적 불안과 분열은 더 심화되고 있다. 하이패밀리가 사회의 아픔에 공감하면서 시의적절한 가정 사역을 창의적으로 펼쳐 나가는 일은 한국교회와 사회 전체를 위한 중요한 이슈가 됐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안인섭 교수는 “하이패밀리는 이전 양재 시대의 가정사역이 양평 시대 더욱 성숙하고 심화됐다. 도시에서 자연으로 나가는 시대 흐름에 맞춰, 적절하게 새로운 패러다임의 가정 사역을 펼치게 됐다”며 “특히 2010년 이후 한국 사회가 겪는 시대적 아픔에 깊이 공감하고, 그 속에서 더욱 무너지는 가정을 회복하고 힐링하는 사역을 전개하고 있다”고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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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향숙 원장이 발표하고 있다. ⓒ하이패밀리
안 교수는 “하이패밀리 30년은 단절과 분리를 넘어 통전과 협력, 그리고 전인격적 치유와 힐링 사역으로 나아갔다. 송길원 목사와 김향숙 원장이 공동대표로 협력하면서, 신앙적·심리적뿐 아니라 몸의 영역과 삶의 측면을 아우르는 통전적 회복과 치유를 지향했다”며 “팬데믹 시대라는 위기를 맞아, 오히려 사이버 교육을 통한 자립형 가정사역 전문가 양성 방향으로 발전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0월 29일 비극적인 압사 사고로 또 다시 깊은 아픔의 상처가 생겼다. 이 끔찍한 사고의 원인이 무엇이든, 한국 사회는 세월호 사건 이후 다시 큰 슬픔에 빠졌다”며 “기독교는 이때 유족과 한국 사회를 진심으로 위로하고 상처를 어루만지는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동시에 할로윈 축제에 숨어있던 현대인의 탐욕적 상업주의를 경계하지 못하고, 젊은이들을 위해 건강한 대안 문화를 창출하지 못했던 점을 회개하며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오후 대표 송길원 목사는 ‘데이터로 들여다본 가정과 그 미래’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이슈 진단으로 ①초저출산: 민족의 자살 시작 ②초고령화: 조로증 걸린 국가 ③1인 가구 시대: 천만 시대 눈앞에 ④가족구조 재편: 혈연 중심 전통 가족 붕괴 ⑤다(多)죽음사회 도래: 죽음을 죽여준다고? ⑥스마트폰 과의존: 신인류 스몸비족 등장 ⑦빈곤노인 증가: 이미 동맥경화에 걸리다 ⑧성소수자 증가: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 ⑨가정학에서 가족학으로: 인류의 미래는 가족에서 ⑩지구온난화: 지구의 울음에 귀 기울이라 등을 소개했다.

오전 발제는 한홍 목사(새로운교회)와 최일도 목사(다일공동체), 오후 발제는 장범 이사장(미주 하이패밀리)과 강태신 목사(염광교회)가 각각 논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