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11일 오전 9시
제1회 해맞이거북이마라톤이
2000만 광장과 한강고수부지에서 열렸습니다.

노숙 형제 자매 100명과
이들을 사랑하는 교우 1000명이
늦가을 햇살 아래 한강변을 함께 걷고 달렸습니다.

10킬로미터 달리기와 5킬로미터 달리기

혹은 걷기로 종목을 나누어 진행되었습니다.

이 마라톤은 산마루교회가 섬기는
노숙 형제 자매들과 교우들
그리고 온누리교회 교우들과 교역자들이
사랑으로 주 안에서 연합한 것입니다.

계층과 나이, 교파와 대형교회 소형교회를
뛰어 넘은 사랑의 일치이며 실천이었습니다.

이 마라톤은 지난 봄 고난주간 때에
제가 설교 초대 받아 온누리에 갔더니
이재훈 목사님이 올해엔 노숙인 목욕빨래 시설을
꼭 주님께 봉헌하자고 간절한 마음을 표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노숙 형제 자매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면서
교파와 세대와 계층과 남녀노소를 넘어
모두가 주님의 사랑으로 하나되는
자선 마라톤을 열게 된 것입니다.

온누리 마포공동체는 음식자선바자회를 열어
국밥과 떡, 커피와 한방차를 팔고
산마루교회에선 호떡 장사를 하였습니다.

모두가 기쁨과 행복의 대박이었습니다.
노숙 형제 자매들에게는 정성껏 무료식권과
좋은 기능성 배낭(영원무역 제공), 음료
하룻밤 씻고 쉴 수 있는 찜질방 티켓과
교통비를 제공하였습니다.

새벽부터 연습하고 나온 20여 명의 노숙인 찬양대는
힘차게 "행군 나팔 소리에..."를 부른 후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을 부르자
마침내 모든 참석자들이 하나되어 합창을 했습니다.

몸풀기를 청년봉사자들이 인도한 후 마라톤이 시작되자
힘 차게 달려 나가는 이들 뒤로는
여성 노숙인과 손을 잡고 걷는 집사님

휠체어를 밀어주며 기쁘게 대화를 나누는 성도들
어깨를 맞대고 서로 격려하며 뛰는 남성들과
젊은 남녀 커플들!
손자의 손을 잡고
흰 머리칼을 날리며 걷는 장로님
 
교역자들끼리 오랜만에 바람을 가르며
파안대소를 하며 농담을 주고 받느라
천진난만한 발걸음으로 걷는 모습은

가을 하늘 아래 한강 물줄기를 따라
사랑과 기쁨도 흐르고 또 흘렀습니다.

저도 10킬로미터를 달렸습니다.
형제들의 요구도 있었고
저 스스로 자신을 점검하려는 마음에서
기쁨을 마음에 압축시키며
달리고 또 달렸습니다.
기록은 1시간 3분 40초
꼭 따지자면 60평생 가장 저조한 기록이지만
가장 기쁜 여정이었습니다.

주님께 영광과 감사를 올립니다.
함께 걷고 뛴 모든 분들
그리고 특별히 힘이 되어준 온누리에
커다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헤어지며 노숙 형제 자매들이
손을 흔들며 말했습니다.
"목사님, 좋았어요!
행복했어요. 수고 많으셨어요.
감사합니다. 힘내세요.
내년에 또 해요!"

계속 함께 주님과 더불어 갑시다.
누워서는 아니 됩니다.
우리 모두 뛰던지
아니면 걸어서 가야 합니다.
천국까지!
<이주연>

*오늘의 단상*

때론 긴 기다림이 필요합니다.
포도가 하루 아침에
포도주가 되지 않기에
<산>

* '산마루서신'은 산마루교회를 담임하는 이주연 목사가 매일 하나님께서 주시는 깨달음들을 특유의 서정적인 글로 담아낸 것입니다. 이 목사는 지난 1990년대 초 월간 '기독교사상'에 글을 쓰기 시작해 지금까지 펜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은 온라인 홈페이지 '산마루서신'(www.sanletter.net)을 통해, 그의 글을 아끼는 수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