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투데이 결혼정보 & 웨딩 특집] 결혼, 그 높은 고지를 향하여

크리스천데이트 2-6

나 얘네 싫어 ㅜㅜ
-MBC우리 결혼했어요 中, 황정음이 김용준 친구들을 가르키며

  흔히 결혼을 이야기할 때, "개인을 넘어선 가문끼리의 만남"이란 표현을 쓰곤 한다. 경우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굉장히 공감하는 말이다. 가족들의 축복 없이 이루어진 결혼은 상상보다 더 힘들고 고되다. 부모님께서 반대하는 이성과 곧 죽어도 결혼을 해야겠다면, 굉장히 큰 리스크를 안고 결혼생활을 시작하는 거란 사실을 알았음 싶다.

가족뿐만이 아니다. 하다못해 중학생끼리의 만남에도 외부의 인사들이 개입된다. 남녀가 헤어지고 만나게 되는 요인 중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친구이다. 남자는 연애를 시작하면 여자친구 뒤에 자리하고 있는 수많은 상담가들을 상대하게 된다. 여자 역시 남자친구를 빼앗기기 싫어하는 늑대 패거리로부터 내 남자를 뺏어오는 작업을 수반하게 된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생기는 데미지는 고스란히 커플에게 돌아간다. 애먼 사람들 덕택에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언성을 높이게 되고 상처받게 되는 것이다. 연애란 때로 굉장히 불합리한 관계이기도 하다.

혼자서는 못해요

  앞서 말했듯 연애는 패거리와 패거리간의 만남이다. 비단 로미오와 줄리엣과 같은 어마어마한 케이스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우리 주변엔 이를 뒷받침할 소재들이 널려있다. 어쩌면 남과 여는 소속팀을 대표하는 대표선수 격으로 서로 만나게 된 건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남녀의 패거리들은 마치 한 팀의 서포터즈처럼 선수들을 독려하고, 훈수를 두고, 화를 내고, 상대방에 대해 반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어쨌거나 저쨌거나, 경기를 뛰는 당사자는 남과 여, 단 둘이라는 사실이다.

나의 오랜 친구 기리군은 현재 자존감이 바닥에 떨어져 있다. 어떤 여성도 자신과 단 둘이 있는 걸 좋아하지 않으리라 생각한 기리군이 마련한 해결책은 소개팅 장소에 친구들을 데리고 가려는 것이었다. 이 미친 생각은 다행히 나를 필두로 한 좋은 친구들에 의해 저지당했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연애에 패거리를 투입하려고 한다.

둘이 노는 것보다 여럿이 노는 게 더 재밌다며 시도 때도 없이 친구들을 부르기도 하고, 서로 간의 다툼이나 분쟁의 판결자로 지인을 초청하기도 한다. 심한 경우 누나를 동반하고 나온 남성과 소개팅을 치뤘다던 선배의 이야기도 들어본 적이 있다. 연애경험이 적어 미지의 상대에 대한 두려움은 크고, 궁지에 몰린 듯 용기도 없는 사람들은 패거리에 의존하기 마련이다.

 애들도 아는 사실, 독립하라

 연애에 있어 독립적인 성향을 갖추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나는 5년 동안 유아부에서 봉사를 했는데, 5,6세의 영아들에게 있어 어머니와 떨어져 예배드리는 일은 정말이지 어려운 일이다. 아이들은 거의 발광을 하며 엄마와 떨어지지 않으려 한다. 땅바닥을 아등바등거리며 패악을 부리던 아이들 앞에 엄마들은 어쩔 수 없이 아이 손을 꼭 붙잡고 함께 예배를 드리게 된다.

하지만, 이런 아이들도 차근차근히 연습을 하다 보면, 조금씩 어머니와 떨어져 예배드리는 것에 익숙해진다. 그런데, 아주 단번에, 한순간에, 엄마와 떨어지는 아이들이 더러 있다. 선생님과 엄마 사이에서 대치하며 아주 석고대죄라도 하듯 엎어져서 엉엉 대성통곡을 하던 아이가 주도적으로 신발을 벗고, 엄마 따위 내던져버리듯 자리로 뛰어가게 되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이성친구다. 가방 속에 꼭꼭 챙겨온 사탕을 슬쩍 내밀며 이성친구에게 찰싹 달라붙는 순간, 아이는 엄마로부터 독립하게 된다. 엄마로서는 약간 서글플 수도 있겠지만, 6세 미만 영아들조차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연애사 만큼은 엄마의 개입이 배제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 간단한 사실들을 성인들 역시 꼭 깨우쳤으면 좋겠다. 연애가 패거리 대 패거리의 만남이란 사실은 불변의 진리이다. 하지만 두 사람의 연애에 패거리가 개입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남녀는 상대방의 패거리를 존중하고, 배려하되 주도적이고 합리적으로 연애를 리드할 줄 알아야 한다.

 두 사람만의 리그
어느 날 아사다 마오가 “김연아 스고이데스. 하지만 한국인이노 빠가데스."라는 인터뷰를 했다고 치자. 과연 김연아가 칭찬 받았다고 좋아하겠는가. 반대로 "와따시와 한국 좋스므니다. 하지만 연아상 이빠이 짜증나무니다."라고 인터뷰를 했다고 치자. 한국 국민들이 아사다 마오의 개인취향이라고 존중해줄리 만무하다. 일종의 김연아와 대한민국 간의 공동체 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

연애 역시 이와 비슷하다. 상대방을 사랑한다면, 그 뒤에 있는 패거리까지 존중할 수 있는 너른 마음을 가지길 바란다.
연애는 우선적으로 두 사람만의 리그가 되어야 한다. 맘에 안든다고 관중이 링크로 난입하는 건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링크는 어디까지나 선수들의 몫이다. 너무 주변 사람들의 말에 좌지우지 되지 않았으면 싶다. 두 사람 간의 일이라면 판단의 기준이 서로간의 믿음과 애정이 되길 바란다.

사랑이라는 경기에 자신의 힘으로 최선을 다하는 것이 페어 플레이다. 만약 두 사람이 아낌없이 서로 사랑하며 아름다운 경기를 한다면, 관중들은 그 누구보다 뜨겁게 박수를 쳐줄 것이다. 우리는 당신의 사랑을 응원한다.

[출처] 크리스천데이트 christiandat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