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희성
▲길희성 박사가 강연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서울대와 서강대에서 철학과 종교학을 가르쳤던 길희성 박사(서강대 명예교수)가 '신앙과 이성 사이'를 주제로 2일 오후 경동교회(담임 채수일 목사)에서 강연했다. 그는 같은 주제의 책을 최근 출간하기도 했다.

길 박사는 이날 강연에서 "기독교 신앙의 최대 문제는 여전히 '역사적 계시'의 특수성과 보편적 진리의 관계"라며 "즉 역사적 계시와 철학적·과학적 이성, 혹은 계시와 이성, 초자연과 자연, 신학과 철학, 성과 속, 종교와 문화, 교회와 국가 등의 관계"라고 했다.

그는 "기독교는 진리의 보편성을 확보해야 한다. 보편적 진리의 광장에서 진리를 추구하고 공유해야 한다"며 "종교다원주의는 아니라도 종교다원적인 신학은 필수이고, 이것이 최소한의 시대적 요청이다. 이는 결코 한 종교의 특수성을 무시하거나 도외시하자는 게 아니다. 다만 진리와 하나님 앞에서 겸손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길 박사는 많은 사람들이 신을 믿고 싶어도 믿지 못하는 두 가지 큰 이유로 역사적 계시, 즉 성경에 등장하는 여러 기적 이야기와 악의 문제를 꼽았다.

먼저 전자에 대해 그는 "기적에 대해서는 신앙주의(fideism)의 입장"이라며 "신의 자유와 행위를 완전히 부정하지 않지만 기적은 입증될 수도 할 필요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라고 했다.

후자에 대해서는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을 믿는 한, 하나님은 모든 악에 대해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며 "악을 통해 더 큰 선을 이룬다는 잔인한 하나님을 믿기보다는, 차라리 유한한 힘을 지닌 하나님이지만 전적으로 선하신 사랑의 하나님을 선택할 것이다. 신은 악에도 불구하고 선을 이루지, 악을 통해 선을 이루지는 않는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역사적 계시에 입각한 성서적 신앙의 편협성을 극복하기 위해 동서양의 형이상학적, 그리고 과학적 통찰 및 이성과 조화를 이루는-적어도 모순되지 않고 양립 가능한-신학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