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탈북자 상세 정보 北에 전달… 재탈북 어려워져”

김신의 기자  sukim@chtoday.co.kr   |  

통일과나눔 긴급 프레스 컨퍼런스서 강제북송 대응 논의

▲2023 통일과나눔 긴급 프레스 컨퍼런스 현장. ⓒ김신의 기자
▲2023 통일과나눔 긴급 프레스 컨퍼런스 현장. ⓒ김신의 기자

재단법인 통일과나눔(이사장 이영선)이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센터포인트에서 ‘중국 체류 탈북민 강제북송 대응 방안: 재중 탈북민 강제북송! 정부와 국제사회,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주제로 2023 통일과나눔 긴급 프레스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번 컨퍼런스는 지난 9일 중국체류 탈북민 6백여 명이 강제북송됐다는 보도가 나온 데 대해, 학계 및 인권 전문가들을 모아 재중 탈북민이 직면한 위험을 진단하고 한국 정부와 국제사회에 적극 대응을 촉구하고자 마련됐다.

▲이영선 통일과나눔 이사장. ⓒ통일과나눔
▲이영선 통일과나눔 이사장. ⓒ통일과나눔

주제 발표에 앞서 인사를 전한 이영선 이사장(재단법인 통일과나눔)은 “오래 전부터 우려해 온 비극이 차가운 현실로 다가왔다. 이미 북으로 보내져 위험에 처했을 탈북민의 안전은 물론이고, 앞으로 북송될 위기에 처해 있는 탈북민들에 대해 수수방관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는 “통일과나눔은 우리나라 우리 민족의 통일의 공감대를 높이고 통일을 준비하는 임무를 가지고 활동하고, 이런 일을 하는 분들을 지원하고 노력하고 있다. 통일의 근본적 목적은 한반도에 사는 우리 민족의 평화와 번영인데, 이를 위해선 인권이 보장돼야 한다. 그런데 절대적 가치인 인권이 무시되거나 손상받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인권과 인도주의를 되새기는 날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국내 입국 탈북민 중 여성 비율 85%→36.5% 급감
실제 북송 1천여 명 추정… 발각된 수만 6백여 명
北 심문 중엔 갈취, 구타, 고문, 강제노동 등 일상

이영환 전환기정의워킹그룹(TWG) 대표는 ‘재중 탈북민 실태와 강제북송된 탈북민이 처한 위험’을 제목으로 발표했다. 이 대표는 “재중 탈북민이 수만 명이라 이야기한다. 최근 5년치 통일부의 북한이탈주민 입국 현황을 보면, 중국 내 현황과 상당히 맞물려 가는 부분이 있다. 이전에 70~85%에 달하던 여성 비율이 2020년부터 2022년 3년간 크게 감소했다. 2021년에는 여성의 비율이 36.5%에 그쳤다. 중국에서 탈북 여성이 이동 자체도 힘들었지만, 체포와 관련된 정황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주제발표하고 있는 이영환 전환기정의워킹그룹(TWG) 대표. ⓒ통일과나눔
▲주제발표하고 있는 이영환 전환기정의워킹그룹(TWG) 대표. ⓒ통일과나눔

이 대표는 “북한이 전면 봉쇄한 이후 2021년 7월, 창춘교도소에 450명, 투먼에 325명, 장백 47명, 린장 104명, 단동 189명, 선양에 64명 등 적어도 1,170명이 중국에 수감돼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올해 재중 탈북민이 2,000여명에 이른단 소식도 전해졌다”며 “현재까지 8월 29일 80명, 9월 18일 30명, 항저우 아시안게임 이후 10월 9일 약 500명 총 3번의 북송사건이 발각됐고, 총 620명이 북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때 북송된 분들 중에는 코로나 기간 중 체포된 여성 또는 국군 포로 가족이 있었다”고 했다.

이 대표는 “현재 중국 교도소에 남아 있는 인원은 1,000명 정도로 추정된다. 소수의 인원을 옮기는 것은 노출이 잘 되지 않아 확인이 어렵다. 이에 없어진 400명의 인원이 소규모로 강제북송되었거나 다른 곳으로 이감됐을 가능성을 보고 있다”며 “이전까지 북송된 사람들은 변방대, 북경 쪽으로 모아두었던 사람들이었다면, 남아 있는 사람들은 변방 지역이 아닌 교도소에 수감돼 있고, 중국이 정한 형을 다 완료한 후에 북송을 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체포가 계속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언제 또 북송이 있을지는 가늠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그는 “중국 공안은 심문 과정에 중국으로 나오게 된 시기, 같이 탈북한 사람, 도와 준 사람, 행적 파악을 샅샅이 한다. 과거에는 이름과 고향을 숨겨서 여러 번 탈북이 가능했는데, 중국이 사진과 상세 자료를 북한에 넘기기 시작한 후 어려워졌다”며 재중 탈북민이 북한에 강제북송된 후 국경지역 보위부 구류장에서 어떤 처우를 받는지에 대해 전했다.

그는 “이미 알려져 있다시피, 여성은 북한에 도착한 즉시에 알몸으로 벗겨진다. 그리고 ‘뽐뿌질’이라고 항문 등에서 숨겨 놓은 돈을 찾기 위해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하고 갈취를 당한다. 기관마다 다른데, 수백 회를 하기도 한다. 또 빨리 조사를 하기 위해 끊임없이 구타, 고문이 행해진다. 7평 방에 수십 명에서 40-50명까지 밀어넣어 꼼짝도 못하게 하고, 움직이면 때린다. 특히 여성은 생리를 하기 때문에 더 힘든 시간을 보낸다. 수십 명이 한 바가지에 담은 물을 나눠 쓰기 때문에 벼룩 문제가 심각하고 잠조차 제대로 자지 못하는 상황이다. 같은 죄수끼리 폭행을 시키기도 한다”고 했다.

그는 “국경지역 보위부 구류장을 지나면 집결소에서 대기하게 된다. 과거에는 집결소 대기 기간이 길었고 기다리는 과정에 탈북하는 사람도 있었으나, 최근에는 휴대폰을 통해 빠르게 확인이 들어간다. 거주지 조사를 하게 되면 구류장에서 당했던 것을 그대로, 혹은 더하거나 덜한 일을 당하게 된다. 강제노동을 당하기도 한다. 이때 집요하게 물어보는 질문은 한국 사람, 교회, 서양 사람과 연락했거나 이들에게 도움 받았는지 여부다. (그런 경험이 있다면) 이는 이후 중형, 중처벌을 받게 된다. 북한은 주기적으로 재조사를 벌이고, 없는 사람은 실종 처리를 하거나 사망처리를 해서, 오래 북한 밖에 있던 탈북민이 북한에 돌아가면 돌아갈 곳이 없어 다시 목숨을 걸고 탈북하게 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강제송환 시 구금, 강간, 처형 등 인권침해 분명
탈북민 강제송환, 국제법에 분명히 반하는 행위
정부, 북송 반대 대외 천명하고 국제적 협력해야

이어 UN 인권이사회 자문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 중인 백범석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재중 탈북민들의 국제법적지위와 중국정부 및 국제사회의 책무’를 주제로 두 번째 주제 발표를 했다. 백 교수는 국제법상 중국 정부의 책무와 재중 탈북민 난민 지위에 관한 협약 및 고문방지협약 등 국제인권 관련 조약 등을 설명했다.

▲백범석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UN 인권이사회 자문위원회 부위원장)가 주제발표하고 있다. ⓒ통일과나눔
▲백범석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UN 인권이사회 자문위원회 부위원장)가 주제발표하고 있다. ⓒ통일과나눔

백 교수는 “1951년 채택된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에 따른 기존 논의를 정리하면, UN총회 및 인권이사회 북한인권결의는 모든 UN회원국에 타국에서 난민 지위를 구하는 탈북자를 보호하며, 난민협약 당사국은 이들을 난민으로 보호하기 위해 협약에 따른 의무를 준수할 것을 지속 강조했다”고 했다.

또 “탈북자의 경우 난민협약 상 전통적 난민으로 인정하기 곤란하다 하더라도 자국에 강제 송환시 혹독한 처벌 받을 가능성이 있다면 난민협약상 보호대상이 된다. 문제는 사실상 어떠한 난민인정절차를 채택할지에 대해서는 각 당사국의 입법재량에 위임해, 탈북민의 경우도 난민 지위인정과 인도적 보호 여부는 결국 실제 체류하는 중국 정부의 의지에 의해 결정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백 교수는 비록 난민의 지위 인정은 중국의 재량에 따를지언정, 중국이 가입, 비준하고 있는 6개의 국제인권조역에 따르면 탈북민을 강제북송해선 안 됨을 강조했다.

백 교수는 “인권조약상 설립된 기구들은 재중 탈북민의 강제 송환을 포함한 다양한 인권문제를 중국에 제기했고, 중국의 국제인권법 의무 위반에 대한 우려를 2000년대 초반부터 지속 표명해 왔다”며 “재중 탈북민의 강제 북송 조치는 국제법에 분명히 반하는 행위이며, 이를 막아야 할 법적 의무가 중국정부애 있음은 명확하다”고 했다.

그는 또 “중국 정부가 국제여론과 외교관계를 고려해 재중 탈북민을 제3국 추방형식으로 용인한 사례가 있어, 조용한 외교 교섭을 통해 탈북민 문제를 해결하려던 접근 방식은 재중 탈북민의 강제송환을 실질적으로 개선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정부는 재중 탈북민을 적극 보호, 지원하는 정책을 수립하고, 강제송환 문제는 어떠한 상황에도 양보하기 힘든 인권문제임을 대외적으로 천명할 필요가 있다. 최소한 중국 정부가 탈북민의 기본적 안전만이라도 보장할 수 있도록 실질적 방안을 마련해두어야 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국제적으로는 국제 인권 메커니즘을 통해 곧 예정된 중국 및 북한에 대한 제4차 보편적 정례검토를 적극 활용하거나 인권이사회 주제별 특별절차와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으며, 국내적으로는 시민단체와 정부가 각자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한계를 파악 보완할 방안을 검토해 양자 간 유기적 협조 및 공조 체제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北·中 치밀한 협조로 강제북송… 90%이상이 여성
기독교·외국문화 접촉자, 처형 및 정치범수용소행
중국, 코로나 이후 방역 감시와 불법체류 색출 강화

이후 해외체류 탈북민 구출 활동을 장기간 지속해온 정베드로 북한정의연대 대표가 ‘재중 탈북민이 처해 있는 현실과 위험’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지난 10.9 강제북송의 구체적인 배경을 조망하고, 코로나19 전후의 재중 탈북자 실태와 현재 처한 위기 상황을 분석하며, 재중 탈북자 지위 보호를 위한 긴급 제안을 했다.

▲정베드로 북한정의연대 대표가 증언하고 있다. ⓒ통일과나눔
▲정베드로 북한정의연대 대표가 증언하고 있다. ⓒ통일과나눔

정 대표는 “북-중 국경에서 지난 7월부터 인적 왕래가 재개될 것이라는 소식이 있었고, 중국은 7월 27일 평양에서 열린 전승절 경축행사에 리흥중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대표단으로 파견했다. 이 시기에 재중 탈북자를 송환하기로 협의한 것으로 보인다”며 “북송이 이뤄진 지역은 랴오닝성 단동, 지린성 훈춘, 도문, 남평, 장백 등이었고, 일부 지역은 북한 보위부가 직접 중국으로 와 호송에 관여하고 지휘하기도 했다. 이는 중국과 북한의 치밀한 협조 아래 조직적으로 이뤄진 반인도 범죄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소식통에 의하면, 송환된 탈북민 중에는 탈북한 지 25년 이상 된 여성을 비롯해 유아와 아동 등 노약자를 포함하고 있고 90%이상이 여성으로 알려졌다. 강제송환 직후 고문과 감금이 시작되고, 기독교 등 외국문화와 사상에 깊이 접촉한 사람은 비밀처형, 정치범수용소가 예상된다”며 “재중 탈북 여성은 코로나 이전부터 인신매매, 강제결혼에 의해 팔려가는 경우가 다반사였고, 중국인 남성과 가족의 폭력에 노출되는 등 지속적인 인권 침해를 당해 왔다. 재중 탈북민의 강제송환으로 인해 비자발적으로 가족이 해체되어, 남겨진 자녀들의 경우 권리가 매우 위태롭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정 대표는 “북한은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며 국경을 봉쇄하고 탈북민 송환마저 거부하고, 여러 국가에 파견한 일꾼마저 귀국 일시 중단을 선포했다. 그러나 그 기간에도 북한과 중국은 탈북민 감시와 체포를 위한 협조를 이어갔다. 중국은 코로나 이후 방역 감시방을 설치, 가동하고 AI얼굴인식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등 불법체류 색출을 강화해 탈북민을 대거 체포, 구금됐다. 일부 단체와 브로커는 위험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위기에 처한 탈북민을 구출하려다 대거 체포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며 “또 방역에 드는 비용을 북한으로부터 수납할 수 없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수감시설에서 강제노역을 시키기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유엔난민에 관한 협약 당사국으로서 유엔난민기구의 활동을 허용하고, 탈북민을 보호, 수용할 수 있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 국제사회는 연대하여 탈북민 북송저지 국제 활동을 강화해야 하고, 유엔만민기구는 중국이 국제기구와 함께 난민보호소 방안을 위해 협력하도록 촉구해야 한다”며 “한국 정부는 현재까지 국무총리, 통일부장관, 외교부장관이 사석에서 개인적 발언을 하는 것 외에 단 한 번도 외교적 문서나 공식대변인의 정확한 발표가 없었다. 정부는 중국에 공식적으로 탈북난민 강제송환 중지를 촉구해야 한다”고 했다.

마지막 ‘라운드테이블’에서는 국제법 전문가인 성재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좌장으로 통일원 차관을 지낸 김석우 북한인권시민연합 이사장,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박선영 물망초 이사장, 배기찬 전 민주평통 사무처장, 배성규 조선일보 논설위원이 두 개의 주제발표와 증언을 토대로 한국 정부와 국제사회에 재중 탈북민 문제 해결을 위한 적극 대응을 촉구했다.

▲라운드테이블 현장. ⓒ김신의 기자
▲라운드테이블 현장. ⓒ김신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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