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원두막 풍경 희망 단풍 담양
▲담양의 원두막 모습. ⓒ픽사베이
① “그대의 삶을 살아라/ 젊은이여, 늙은이여/ 저기 저 참나무처럼/ 봄에는 밝고/ 싱그러운 금빛으로// 여름에는 호화로운/빛깔로 그 다음에는/ 가을색으로 물들어/ 다시 한결/ 수수한 금빛으로// 결국 이파리가 다/ 떨어져, 줄기와 가지만/ 남지만 보라, 우뚝/ 서 있는 나목(裸木)의 위용을”(알프레드 테니슨/ 참나무「The Oak」).

알프레드 테니슨(Alfred Tennyson/1809-1892)은 영국에서 목사인 아버지와 목사 딸인 어머니 사이 12자녀 중 넷째로 태어났다. 10세 전부터 시를 썼고, 케임브리지대를 나와 계관시인을 지냈다. 문학만의 힘으로 귀족(남작)에 올랐다. 빅토리아 여왕 시대 영국인들을 대변한 국민 시인이자 현자로 통했다.

참나무는 숯도 최고지만, 자기의 시든 잎을 끝까지 갖고 있다가 새봄에 나무 싹이 돋으면 인수인계를 하고, 잎이 떨어지는 신의의 나무다. 그래서 11월의 대표 시라고 할 수 있다.

② “사랑이 너무 많아도/ 사랑이 너무 적어도// 사람들은/ 쓸쓸하다고 말하네요// 보이게/ 보이지 않게// 큰 사랑을 주신 당신에게/ 감사의 말을 찾지 못해/ 나도 조금은 쓸쓸한 가을이에요// 받은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내어놓은 사랑을 배우고 싶어요// 욕심의 그늘로 괴로웠던 자리에/ 고운 새 한 마리 앉히고 싶어요// 11월의 청빈한 나무들처럼/ 나도 작별인사를 잘하며/ 갈 길을 가야겠어요”(이해인/ 11월의 나무처럼).

11월은 모든 나무들은 자기 사명을 완수한 때이다. 봄철 새순과 새잎이 나와 여름 내내 광합성 작용으로 생명을 유지하며 과수는 과수대로, 곡식은 곡식대로 한 해의 일과를 잘 마쳐 사람들에게 과일과 곡식을 내어주고, 사명 완수의 감사와 함께 모든 잎들은 뿌리로 돌아간다(草木歸根). 자연의 순환 질서를 충족시키고 있다.

그래서 모든 인간은 11월을 감사절(Thanks giving season)로 지키고 있는 것이다. 농경 문화에서는 이 추수감사와 수장절(收藏節)을 반드시 지키게 되는 것이다. 모든 축복은 감사할 때까지는 축복이 아니라고 한다. 감사하지 못하는 마음은 겨울 북풍보다 더 춥다고도 한다.

③ “가을은 참 이상한 계절이다/ 조금 차분해진 마음으로 오던 길을 되돌아볼 때/ 푸른 하늘 아래서/ 시름시름 앓고 있는 나무들을 바라볼 때/ 산다는 게 뭘까 하고 문득 혼자서 중얼거릴 때/ 나는 새삼스레 착해지려고 한다/ 나뭇잎처럼 우리들의 마음도 엷은 우수에 물들어간다/ 가을은 그런 계절인 모양이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의 대중가요에도/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그런 가사 하나에도/ 곧잘 귀를 모은다/ 지금은 어느 하늘 아래서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멀리 떠나있는 사람의 안부가 궁금해진다/ 깊은 밤 등불 아래서 주소록을 펼쳐 들고//

친구들의 눈매를, 그 음성을 기억해낸다/ 가을은 그런 계절인 모양이다/ 한낮에는 아무리 의젓하고 뻣뻣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해가 기운 다음에는 가랑잎 구르는 소리 하나에/ 귀뚜라미 우는 소리 하나에도 마음을 여는/ 연약한 존재임을/ 새삼스레 알아차린다/ 만나는 사람마다 따뜻한 눈길을 보내주고 싶다/ 한사람 한 사람 그 얼굴을 익혀두고 싶다/ 이다음 세상 어느 길목에선가 우연히 서로 마주칠 때/ 오, 아무개 아닌가 하고/정답게 손을 마주 잡을 수 있도록/ 지금 이 자리에서 익혀두고 싶다/ 이 가을에 나는 모든 이웃들을 사랑해주고 싶다/ 단 한 사람이라도 서운하게 해서는 안 될 것 같다/ 가을은 정말 이상한 계절이다”(류시화/ 가을은 이상한 계절).

④ “국화꽃 담박하다 누가 말했나/ 국화꽃 담박한 듯 더욱 짙다네/ 근심 잠겨 적막할까 염려가 되어/ 일부러 가을 겨울 골라 피었네(誰道黃花澹/ 黃花澹更濃/ 怕人愁寂寞/ 故故發秋冬). - 이건창(1852-1898).

김형태 총장
김형태 박사
한남대학교 14-15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