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생명’을 선택한 美 연방대법원의 판결을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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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대법원이 낙태 합법화의 흐름을 뒤바꾸는 중대한 판결을 내렸다. 여성은 임신 후 6개월까지 임신중절을 선택할 헌법상의 권리를 가진다고 1973년 판결했던 ‘로 대 웨이드’ 사건을 무려 49년 만에 뒤집은 것이다.

연방대법원은 6월 24일 ‘토마스 돕스 대 잭슨여성보건기구’ 사건에서 찬성 6, 반대 3으로 미시시피주의 ‘임신 15주 후 낙태금지법’에 손을 들어 줬다. 2018년 미시시피주가 낙태 금지 기준을 기존 ‘임신 20주 후’에서 ‘임신 15주 후’로 변경하는 하원법안 1510호(HB 1510)를 통과시키자, 미시시피주 낙태시술업체인 잭슨여성보건기구는 주정부 보건책임자인 토마스 돕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이 판결이 나오게 된 것. 해당 법안은 낙태 가능 조건에 산모의 생명을 위협하는 의료 응급 상황 또는 심각한 태아 기형은 포함시켰으나, 강간 또는 근친상간은 제외했다.

다수 의견서를 작성한 앨리토 대법관은 “헌법은 낙태에 관해 권리를 부여하지 않는다. ‘로(대 웨이드)’ 및 ‘(가족계획연맹 대) 케이시’ 판결은 기각된다”라며 “낙태를 규제할 권한은 국민과 그들이 선출한 대표들에게 반환된다”고 명시했다. 다시 말해 이제 낙태 금지 권한은 각 주에 달린 것이며, 각주 시민들의 결단이 너무나 중요해진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26개 주에서 낙태를 금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AP통신은 남부와 중부의 13개 주가 즉시 시행 가능한 낙태 금지 법안을 마련해 놨다고 보도했다.

기독교 국가인 미국에서 이 같은 판결이 나오기까지 무려 반 세기에 달하는 시간이 걸렸다는 사실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그 사이 미국에서만 무려 수천만에 달하는 생명들이 낙태로 사라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전역에 있는 낙태 시술자와 접촉해 자료를 모으는 구트마허연구소에 따르면, 미국 내 낙태 건수는 2020년 93만 160건으로, 2017년 86만 2,320건에 비해 3년 새 8% 가까이 증가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2020년 심장병으로 인한 사망자가 69만여 명, 암으로 인한 사망자는 59만 8천여 명으로 각각 사망 원인 1위와 2위를 기록했다. 낙태를 사망 원인에 포함시킨다면 압도적 1위가 되는 것이다.

이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낙태는 2020년과 2021년 2년 연속으로 전 세계 사망 원인 1위를 기록했다. 건강, 전 세계 인구, 기타 지표 등을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데이터베이스인 ‘월드미터’에 따르면, 2021년 사망 원인 중 낙태는 약 4,260만 건으로, 2위인 전염병 사망자 약 1,300만 명보다 3배 이상 많았다. 이 외에 약 820만 명이 암으로, 약 500만 명이 흡연으로, 약 250만 명이 알코올로, 170만 명이 HIV/AIDS로, 130만 명 이상이 교통사고로 사망했고, 110만 명이 자살했다.

지난 3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전 세계가 코로나19 때문에 그 난리를 겪었지만, 코로나19를 포함한 모든 전염병 사망자 수를 합친 것보다도 훨씬 더 많은 수의 생명이 ‘낙태’로 인해 허무하게 스러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음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 엄청나고 무수한 죽음들에 대해서는, 사람들의 관심마저 크지 않은 듯하다.

그래도 이번 미 연방대법원의 판결은 늦었지만 다행이라 할 수 있다. 미 연방대법원의 판결은 단지 한 국가만이 아닌, 자유민주주의를 공유하며 세계를 선도하는 모든 국가들에게 크건 작건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를 보면, 낙태 건수가 1994년 갤럽 조사에서는 한 해에 약 150만 건, 2005년 최초 정부 조사인 보건복지가족부 통계조사에서는 1년에 34만 건, 그리고 2010년에는 17만 건으로 보고됐다. 그러나 이는 실제로 낙태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과거에 낙태가 불법이었던 탓에 집계되지 않은 숫자가 많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실제 2017년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낙태 건수는 하루 약 3천 건, 연간 110만여 건에 이른다. 반면 2020년 신생아 수는 27만 5천여 명으로, 태아의 5명 중 1명만이 생명을 건지는 셈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금 우리나라에는 낙태죄가 사실상 폐지돼 있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2019년 형법상 낙태죄 조항인 제269조와 제270조에 대해 헌법불합치를 선고함에 따라 국회가 2020년 말까지 관련 법을 개정해야 했지만, 국회가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서 기존 법률은 2020년 말 이후 효력을 상실했고, 이후 긴 입법 공백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교회는 절대로 이를 좌시해선 안 된다. 모든 생명은 하나님께서 지으신 것이고, 하나님의 주권 아래 있는 것이다. 하나님의 형상을 담고 있는 ‘천하보다 귀한 생명’들이 허무하게 스러지지 않도록, 기독교인들이 생명운동에 앞장서야 한다.

기독 정치인들과 전문인들은 생명을 보호하는 법들을 만들고 제정하는 일에 앞장서고, 기독시민들은 저마다의 영역에서 투표권 행사와 또 기타 여러 모양으로 이 일에 합력해야 한다. 또한 기독교계는 여성의 인권과 동시에 태아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도록 다양한 해결책을 모색하고, 올바른 성윤리 확립을 위해서도 힘써야 한다. 이번 미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하나의 원동력이 되어 한국에서도 생명수호운동이 거대하게 일어날 수 있도록 모든 기독교인들이 기도하며 마음과 뜻과 힘을 모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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