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북한교회 세우기, 일정한 틀 갇히는 우려 있어
교단·교파, 교회 간 경쟁, 물량주의, 성과주의 부작용 등
게임이론으로 문제 실체와 해법, 패러다임 전환 등 모색

기독교통일학회
▲온라인으로 포럼이 진행되고 있다.
기독교통일학회(회장 안인섭 교수) 제22회 학술포럼 멘사토크가 ‘새 정부에 바란다: 기독교적 통일의 관점에서’를 주제로 최근 온라인 개최됐다.

개회사에서 안인섭 교수(총신대)는 “새 정부에 대한 방향 제시 전에 먼저 한국교회, 즉 우리 자신의 반성적 성찰을 하게 된다”며 “한국교회가 세상 관점에 오염된 복음이 지배하지 않았는지, 돈과 명예와 권력을 성공의 잣대로 보지 않았는지, 비본질에 목숨을 걸지 않았는지, 그래서 오늘 한국교회의 목소리를 경청하지 않는 일반 대중들을 양산하지 않았는지 진지하게 돌아보자”고 밝혔다.

안 교수는 “새 대통령과 정부는 어느 한쪽에 편중되지 않고, 모든 국민, 남과 북을 대표해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지도자로 우뚝 서서, 미래를 향해 정책을 세우고 집행해 주시길 바란다”며 “저희 학회는 새 정부가 통일과 국민과 미래를 향해서 그렇게 일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격려하고 제안하고 협력하고 감시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포럼에서는 이수봉 박사(하나와여럿통일연구소)가 ‘게임이론의 관점에서 본 한국교회 북한교회 세우기의 문제점’에 대해 발표했다.

이수봉 박사는 “게임이론은 사회적·개인적 갈등 등 세상의 모든 갈등을 분석하고 해법을 찾는 이론으로, 갈등의 실체가 무엇인지 이해하는 관점을 열어 해결책 모색의 가이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한국교회 북한교회 세우기 담론은 교단·교파, 교회 간 경쟁, 물량주의, 성과주의가 일으킬 부작용에 대한 우려 등 일정한 틀에 갇히는 면이 있는데, 게임이론을 통해 문제의 실체를 드러내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과 패러다임 전환을 통한 해법 모색을 시도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 박사는 “1993년 한기총에서 발표된 북한교회 재건강령은 역사에서 배워 잘못을 재현하지 않기 위해 북한 교회 세우기에 있어 ①창구 일원화 ②단일 기독교단 ③독립적·자립적 등 3개 원칙을 세웠지만, 정작 북한 교회는 배제돼 있다”며 “북한에 건강한 교회를 세우자는 취지에는 전적으로 공감하지만, 남한 교회가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으므로 보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독교통일학회
▲이수봉 박사가 온라인으로 발표하고 있다.

그는 “이후 한기총 북한교회재건위원회 총무였던 김중석 목사가 2006년 북한교회세우기연합을 세워 이를 이어가고자 했다. 그리고 통일소망선교회가 북한에 교회를 개척할 사역자들을 양성하는 북한교회개척학교를 2021년부터 운영하고 있다”며 “여기에는 통일 후 북한에 건강한 교회 몇 곳을 세우기 위해 준비하자는 흐름, 한기총과 북한교회세우기연합이 하던 운동을 이어가려는 흐름 두 가지가 있다”고 소개했다.

이수봉 박사는 “북한교회 세우기는 북한 선교의 가장 중심이자 가장 걱정되는 주제이다. 기회의 문이 열리면, 의미와 상징성 있는 교회를 선점하거나 더 많은 교회를 세우려 할텐데, 과거 선교지에서처럼 경쟁의 부작용을 걱정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게임이론에 따르면, 여기에는 무임승차 문제가 있다. 합의에 참여하지 않으면 압박을 받거나, 합의하지 않는 교회나 교단에 불이익이 되도록 해야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박사는 “북한교회 세우기에서는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처음엔 어느 교회가 어디에 교회를 세울지 모르다가,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면 상황을 분석하고 대응해 계획을 세우고, 그런 상황이 계속 이어진다. 이는 게임이론에서 동시게임과 순차게임”이라며 “동시게임은 경쟁 상대가 어떤 전략을 세우고 있는지 모른 상태에서 예측에 의해 판단·행동하는 게임이고, 순차게임이란 먼저 선수를 두는 경쟁자의 전략을 보고 자신의 전략을 정하는 게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교회 세우기는 새로운 도시에 처음 교회가 세워질 때마다 동시게임의 성격을 가졌다가 순차게임으로 넘어간다. 다른 교회들의 움직임을 모른 채 동시에 여러 교회를 세운다면, 북한 측은 이를 불순하게 보거나 비용을 크게 부를 수 있다”며 “그러므로 북한교회 세우기는 동시게임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순차적으로 교회를 세울 경우 전에 세운 교회들보다 잘하려는 경향 때문에 문제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러므로 북한교회 세우기는 경쟁적으로 좋은 위치를 차지하려는 제로섬의 비협동게임이 아닌, 협동게임이 돼야 한다. 교회는 선점한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고, 이미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라며 “비협동적 제로섬 게임으로 북한에 교회를 세우면, 북한에서 교회 이미지가 손상돼 전도의 문이 막히고, 한국교회도 서로 큰 상처를 받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협동게임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군 체스 보드 갈등 보드 게임 경쟁 체크 승리 말 확인 패배
▲북한교회 세우기는 남한 교회끼리 경쟁하거나 어느 한쪽을 쓰러트리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픽사베이

이수봉 박사는 “ 한국교회는 북한교회 세우기가 ‘죄수의 딜레마’에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자신도 비협동을 고민하면서 남의 비협동을 비판하거나, 신앙양심을 지키다 손해보기 싫으니 다같이 협동하자고 하는 마음을 읽어야 한다”며 “다같이 협동하지고 하면서도 조정 역할의 주도권을 누가 잡을 것인가? 그 주도권을 과연 정직하게 사용할 것인가도 의심한다. 그러므로 비협동으로 유리할 수 있는 게임에서 벗어나, 협동할 때 유리한 게임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박사는 “북한교회 세우기는 단판승부가 아니라 10년 이상 이어지는 것이므로, 협동 전략이 유리하다. 교회 건축에 대해서만 합의할 뿐 아니라, 교회 이름으로 하는 복지관과 병원, 학교 등 모든 활동을 합의해야 한다”며 “함께 협력하면서 교회 규모와 용도, 비용 조달 등을 현지 조건에 따라 해야 하고, 규칙에 대한 자율적 감시와 제재도 해야 한다. 위반자에 대한 제재는 누진율이 적용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상 게임이론으로 한국교회 북한교회 세우기를 분석한 목적은 문제의 실체를 직시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게임이론도 복잡하고, 북한교회 세우기도 복잡한 문제이기에, 앞으로 더 세심한 연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이번 발제가 한국교회 북한 선교의 중심 과제인 북한교회 세우기에 대한 건강함 담론을 형성하는 계기가 된다면 목적이 달성된 것”이라고 정리했다.

이후 최준호 박사(숭실대)가 ‘남아공 진실과 화해위원회 화해 사역이 갖는 한반도 평화에 대한 시사점’, 윤현기 교수(아신대)가 ‘탈북민 지원의 문제점과 통일 대비 탈북민 지원에 관한 연구’, 최재덕 교수(원광대)가 ‘미중 패권경쟁 시대 한국의 통일실용 외교’를 각각 발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