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빈주의, 복음주의, 은사주의 연결하는
중요 변증가요 대변자인 침례교 신학자
책임있는 사회적 책임과 행동도 강조해

기독교학술원 88회 월례포럼
▲포럼이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김영한 박사, 조동선 교수, 이승구 교수. ⓒ학술원
‘웨인 그루뎀의 영성’을 주제로 기독교학술원(원장 김영한 박사) 제88회 월례 기도회 및 발표회가 지난 10일 진행됐다.

이날 발표회에서는 원장 김영한 박사(숭실대 명예교수)의 개회사 후 조동선 교수(침신대)의 발표, 이승구 교수(합동신대)의 논평이 각각 진행됐다. 먼저 김영한 박사는 ‘웨인 그루뎀의 영성: 칼빈주의, 복음주의, 은사주의를 연결하는 <변증 영성>은 오늘날 기독교 변증에 큰 역할‘이라는 개회사를 전했다.

김영한 박사는 “보수적이며 세대주의적 성향의 침례교회에서 자란 웨인 그루뎀은 모든 교리적·윤리적 문제에 대한 해답을 성경을 인용하며 성경에서 찾도록 본을 보인 교회 담임목사를 통해 어려서부터 성경의 신적 권위, 무오성, 그리고 충분성에 대해 확신을 가졌다”며 “그는 복음주의 신앙의 유산 속에서 지성적 유산을 계승하고 개혁신앙의 전통을 중시하는 신학자로서 주목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김 박사는 “그루뎀은 은사 지속주의적 카리스마 신념(noncessationist charismatic beliefs)을 가졌고, 빈야드 운동의 자격있는 지지자(a qualified supporter of the Vineyard Movement)였다”며 “칼빈주의, 복음주의, 은사주의를 연결하는 중요 변증가요 대변자인 그는 침례교적 배경을 갖고 있으나 신학은 개혁신학의 토대 위에 있어 독특하며, 이는 기독교학술원의 입장에 가까이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그루뎀은 하나님의 주권적인 역사와 개인의 책임과의 놀라운 조화를 전부 이해할 수는 없지만 둘 다 성경적 진리라는 개혁신앙을 고백하면서도, 말씀에 순종하는 삶과 기도, 치유, 축사(逐邪)를 인정하는 복음주의 영성을 갖고 있다”며 “그리고 은사중지론자들에 반대하는 은사주의적 개혁주의(Charismatic Reformed)이고, 《기독교 윤리학》 3권을 출판하는 등 책임있는 사회적 책임과 행동을 강조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복음주의자로서 동성애를 비판하고 미국 기독교 전통을 강조하는 트럼프의 입장을 지지하는 것은 이해하나, 트럼프의 인종 차별 정책과 멕시코 국경 장벽을 찬성하는 등 인권 옹호에 소극적”이라며 “여성 안수를 부정적으로 보고, 삼위일체론에서 성자가 영원토록 성부에 복종한다는 ‘종속론자’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김영한 박사는 “그루뎀은 하나님의 계획에 순종하는 과정에 21세기 교회를 위한 성령의 강력한 역사를 강조한다”며 “복음주의, 개혁신학, 은사지속론을 연결시키면서 기독교 윤리학을 전개하는 그의 신학은 오늘날 개혁교회에 하나의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후 조동선 교수는 ‘웨인 그루뎀의 영성: 기도, 성령의 인도하심에 민감함, 순종을 통한 하나님과의 깊은 관계 형성’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조동선 교수는 “그루뎀은 ‘영성’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지만, 그의 기독교 영성은 개인의 기도 생활, 성령의 인도하심에 대한 영적 민감성, 말씀의 순종이라는 세 영역에 있어서 하나님과 얼마나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느냐에 대한 것”이라며 “이 3가지 영역에서 하나님과 깊은 관계를 추구할 때, ‘하나님의 모든 경륜(행 20:27)’에 순종할 것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삶의 모든 영역에서 성경적 가르침에 순종해야 된다는 그루뎀의 강조는 통전적 기독교 영성을 형성하는데 도움을 준다”며 “또 성령의 기적적인 역사와 은사들(사도직은 제외)의 연속성에 대한 그의 강조는 기적적 은사중지론을 지지하는 그리스도인들이 범할 수 있는 경직된 이성주의의 위험에서 벗어나 성령의 역동적이며 능력 있는 역사를 사모하도록 도전하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구체적으로는 “영성에 대한 정의에 나타난 세 가지 요소(기도, 성령의 인도하심에 민감함, 말씀에 대한 순종) 중, 기도에 대한 논의에서는 자신의 개혁주의적 이해와 은사주의의 강조점을 동시에 보여준다”며 “반면 성령의 인도하심에 민감함이라는 주제에서는 은사주의적 특징들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말씀에 대한 순종에서는 전형적인 개혁주의적 특징들이 현저하게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루뎀은 《조직신학》에서 ‘기도’를 별도 주제로 삼을 만큼, 기독교 교리의 핵심 중 하나로 다루고 있다. 성경에 하나님의 영원한 작정과 절대 주권만 있는 것이 아니라 기도해야 한다는 순종의 중요성, 즉 기도에 나타난 하나님의 경륜 전체를 보여주려 한다”며 “그는 하나님께서 기도에 대한 응답으로 자신의 행동 방식을 바꾸시고, 치유를 위해 기도해야 한다고 촉구한다”고 밝혔다.

기독교학술원 88회 월례포럼
▲포럼 기념촬영 모습. ⓒ학술원
‘성령의 인도하심에 민감함’에 대해선 “그는 성령께서 사람의 마음 속에 교리적이거나 도덕적인 원칙을 생각나게 하셔서 그리스도인을 인도하심을 인정한다(요 16:13; 행 15:28). 다만 성령의 인도하심은 그 이상이라고 한다”며 “그는 하나님께서 성경이 완성된 후에는 더 이상 성경을 넘어 우리를 직접적으로 인도하시지 않는다는 주장에 반대한다. 특별한 상황에서는 성경을 위배하지 않으면서도 성경에 추가적인 방식으로 우리를 직접 인도하실 수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그루뎀은 방언, 통역, 치유, 예언과 같은 기적적 은사들(사도직은 제외)이 성경의 완성과 함께 중단되었다고 주장하는 은사중지론자들에 반대한다. 21세기의 그리스도인들이 1세기 신약 성경 시대의 그리스도인들과 같은 구속사의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라며 “그루뎀은 특히 예언을 ‘성경에 기록되지 않은 삶의 상황에 처한 그리스도인들에게 성령의 인도하심을 받도록 해 주는 아주 유익한 은사’로 이해하지만, 그의 예언에 대한 주장은 수용하기 어려운 점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그루뎀의 주장과 달리 성경에서 예언이란 하나님의 계시를 사람의 영혼이 해석하여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님의 계시’이기 때문”이라며 “그러므로 오류가 없는 계시를 받는 것과 오류가 있을 수 있는 계시의 전달에 대한 그의 이분법적 구분은 구약과 신약에 존재하지 않는다. 성취되지 않는 예언이나 부분적으로 틀린 예언이란, 성경에서 낯선 개념”이라고 비판했다.

‘말씀에 순종하는 삶’에 관해선 “그의 영성에서 가장 근본적인 요소”이라며 “교회가 언제나 믿어왔던 교리들뿐 아니라 이 세대에 등장한 새로운 이슈들에 대한 성경적 입장을 정립하고, 하나님의 모든 경륜에 순종하여 하나님의 주권과 영광이 높여지는 것이 그루뎀이 가진 영적 삶의 궁극적 목표”라고 소개했다.

말씀에 순종하는 삶을 위한 그의 독특한 실천적 측면에 대해 “그루뎀은 자신이 수십 년간 가르치던 사상이라도, 더 성경적인 근거가 있는 견해가 있다면 그 오래된 견해의 문제점 지적에 주저하지 않고 더욱 성경적인 견해를 힘써 증거한다”며 “또 하나님의 모든 경륜을 가르치기 위해 교회 목회자들 사이, 그리고 목회자와 회중 사이 양 극단으로 치닫는 교회와 정치의 성경적 관계를 연구하고 있다”고 했다.

논의를 정리하면서 그는 “그루뎀에게 성경적 영성은 기도, 성령의 인도하심에 민감함, 말씀에 대한 순종을 통해 하나님과 깊은 관계를 맺는 것”이라며 “이 세 가지 영성의 영역들은 성경 전체에 드러나 하나님의 모든 경륜에 부합하고, 성령의 능력으로 실천돼야 한다”고 밝혔다.

조동선 교수는 “복음주의 그리스도인들은 복음의 진리를 전파하고 가르치는데 집중하지만, 그 복음이 성령의 능력을 통해 입증되기를 기도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리스도와 사도들의 사역에서는 복음이 치유의 기적을 통해 입증됐고, 하나님께 영광이 돌려졌다”며 “한국의 보수적인 개혁주의나 근본주의 전통 교회들이 귀 기울어 들어야 부분”이라고 제언했다.

조 교수는 “가르치는 은사와 설교의 은사는 오류의 가능성이 있지만 그것이 진리를 품고 있는 한 그 부분만큼은 하나님의 은혜의 통로가 될 수 있다”며 “그루뎀이나 신칼빈주의자들이 강조하는 예언이 신약의 예언이 아니라 사실 영적 ‘인상들(impressions)’이라고 이해될 수 있다면, 그루뎀과 고전적 의미의 개혁주의자들과 보수적 침례교회들은 오류가 있을 수 있지만 성령께서 이 시대에도 유익하고 거룩한 은사를 통하여 하나님의 백성들을 인도하심이 가능하다는 것에 동의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그에 의하면 정부가 부도덕한 것을 선전하는 정책을 세우거나 종교의 자유를 파괴하려는 독재 권력을 행사하려 할 때, 교회는 침묵해선 안 된다”며 “선한 일을 하도록 구원받은 그리스도인은, 정부 정책들이 하나님의 뜻에 부합할 수 있도록 말씀을 더욱 연구하고, 성령의 능력을 의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선 경건회에선 오성종 교수(전 칼빈대 신대원장) 인도로 최성대 목사(영성학수사과정 1기)의 기도 후 이일호 목사(칼빈대 은퇴교수)가 설교했다. 모든 행사는 박봉규 목사(사무총장)의 광고와 이영엽 목사(명예이사장)의 축도로 마무리됐다.

생존 신학자인 웨인 그루뎀(Wayne Grudem, 1948-)은 하버드 대학교에서 학사(B.A.), 웨스트민스터 신학대학원에서 교역학 석사(M.Div.),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신약학을 전공하고 ‘고린도전서에 나타난 예언의 은사 연구’로 박사 학위(Ph.D.)를 취득했다.

그는 침례교 목사이며 트리니티 복음주의 신학교(Trinity Evangelical Divinity School)에서 성서학과 조직신학 학과의 학과장 겸 교수로 일했으며, 현재 피닉스 신학대학원 교수로 있다. 전 3권의 《조직신학(Systematic Teology)》으로 유명하다. 현재 파킨슨병을 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