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의 역사
죄의 역사

게리 A. 앤더슨 | 김명희 역 | 비아토르 | 414쪽 | 22,000원

이 책은 제2성전기 이전과 이후로 죄의 의미와 용법이 바뀌었다는 놀라운 사실을 착상하여, 이러한 죄의 역사의 반전이 인류에게 가져온 위대한 진실을 숨막힐 듯 제시한다.

이렇게 죄에는 역사가 있으며, 죄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성경의 이념을 실행하는 방식이 달라진다.

저자에 따르면 죄는 막연한 실체가 아니라 구체적인 실체이며, 누가 죄를 범하게 되면 실체가 있는 일이 일어나게 된다. 그 사람의 등에 짐을 지게 될 수도 있고, 그 사람의 손에 오염될 수도 있고, 빚이 생길 수도 있다.

이렇게 죄가 만들어 낸 실체는 그것과 씨름하여 처리할 때까지 죄를 범한 사람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으며, 하나님과의 갈등과 고뇌를 만들어내었다.

그렇기 때문에 죄를 지은 사람은 오염된 손을 깨끗하게 하거나, 짐을 벗거나, 빚을 청산함으로써 면죄를 받아야 한다(20-21쪽).

죄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죄와 용서의 개념이 달라진다. 오늘날 죄를 용서받는다는 개념은 죄를 빚으로 보는 이미지에서 왔으며, 주로 제2성전기 이후 대중화된 죄의 개념에서 왔다.

이렇게 죄를 무엇으로 표현하는가, 죄의 배경에 흐르는 내러티브가 무엇이냐에 따라 인간 상황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구성 요소를 얻게 된다.

예를 들어서 레위기의 속죄일, 제1성전 시대와 마태복음의 주기도문, 제2성전 시대 등을 비교해 보면, 죄의 개념이 사뭇 다르다는 사실을 볼 수 있다.

제1성전 시대에 죄는 하나의 짐이었고, 짐으로서 죄는 아사셀 염소에게 전가한 후 광야로 보내졌다. 속죄일에 이스라엘 백성의 죄를 없애는 의식에는 속죄 염소가 필요했던 것이다.

이를 통해서 이스라엘 백성 하나하나의 어깨에 얹힌 죄라는 물리적 실체를 망각 속으로 사라지게 할 수 있었다(24-25쪽).

하지만 제2성전 시대에 죄는 빚의 이미지를 입었고, 죄는 탕감받아야 하는 빚이며, 이로써 우리는 하나님께 빚을 탕감받아야 하는 죄인으로서 “우리 빚을 탕감해 주소서(마 6:12 KJV 참조)”라고 기도해야 할 뿐 아니라, 우리 자신도 하나님께 탕감받은 자로서 이웃의 빚 또는 죄도 탕감해야 하는 의무를 지게 된다(마 18:23-35).

면죄부
▲면죄부를 파는 종교개혁기 당시 가톨릭교회의 모습.
저자는 이러한 죄의 역사의 변천을 제1성전 시대에서 제2성전 시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히브리어의 변화에 따라 착상하고, 더욱 흥미진진한 성경의 세계로 독자를 이끌고 들어간다.

그리고 드라마틱한 죄의 역사를 모세오경으로부터 시작해 예레미야, 다니엘 등 예언서 등을 관통하면서 사복음서와 바울서신서에 이르기까지, 죄가 인류에게 가져온 그리고 인류가 감당할 수 없었던 형벌의 폐해와 채무 변제의 의무를 하나님은 어떻게 합법적으로 성육신하신 그리스도를 통해 청산하는데 성공하셨는지를 풀어나간다.

구약성경학자 월터 브루그만은 이 책에 대한 논평에서 “놀랍다. 눈을 뗄 수가 없다”는 말을 했다.

이 책은 참으로 놀랍다. 죄의 역사에 따른 예수의 죽음과 부활, 속죄 규정, 자선 행위, 면벌부에 이르기까지 죄와 관련된 거의 모든 영역을 흥미롭게 추적하고 있다.

죄와 관련된 성서적, 종교적, 신학적 주제의 발전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엄청난 몰입감과 흡입력에 사로잡히게 될 것이며, 결국 죄를 죄답게 이해하지 못한 지난날의 죄를 고백하게 될 것이다.

이종수
크리스찬북뉴스 편집고문
의정부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