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
ⓒpixabay.com
생기를 잃은 아이들이 있다. 얼굴 표정이 어두운 아동이다. 이런 아동은 얼굴의 표정만 어두운 것이 아니라, 내면의 심리도 어두운 것이다. 밝게 자라나야 할 아동이 생기가 없다면, 큰 문제이다. 성장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이기에 이를 잘 파악하여 개선해 주어야 한다.

생기를 잃은 아동은 얼굴의 표정이 어두운 아동,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 아동, 소외를 경험하는 아동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생기를 잃은 아동은 다음 상태를 중심으로 원인을 이해해야 한다.

1. 인정을 받지 못한 결과

생기를 잃은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인정과 칭찬을 많이 받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아이들은 자신의 능력과 상관없이 부모로부터 자신의 존재가 인정을 받고 칭찬을 받으면 생기가 발랄해지기 때문이다. 이것은 아동이 부모로부터 부정적인 자극을 더 많이 받은 것을 상정하게 된다.

그러면 아동이 부모로부터 부정적 자극을 받는 상황에서 적절한 정서적 반응을 할 수 있는 능력이 향상되기가 어렵게 된다.

아동에게는 자라나면서 매 순간마다 자신에게 일어나는 정서를 인식하고, 그것의 의미를 잘 파악하며, 상황에 적절하게 반응하고, 조절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인데 말이다.

아동은 정서의 순기능을 잘 활용하지 못하면 대인관계를 포함한 사회적 기능이 손상되고, 적응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처럼 아동의 정서는 개인의 정신건강과 사회적 적응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 요인으로서 지금까지의 연구들은 일관되게 정서와 관련이 있음을 밝히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서에 대해 살펴보면, 정서는 자신 혹은 타인이 현재의 부정적인 정서경험을 변화시키며, 부정적인 정서경험을 방지하고, 긍정적 정서경험을 유지하는 것이며, 내적 감정상태 및 정서와 관련된 생리학적 과정의 발생, 강도, 지속시간을 조정하는 것이다.

즉 정서는 하나의 결과이면서 동시에 과정이다. 이는 개인의 목표를 수행하는 정서적 반응을 모니터하고, 평가하고, 수정하는 외부적이고도 내재되는 과정이기에, 정서조절 능력은 정서를 표현하는 상황에서 사회문화적으로 용인된 방법으로 반응하는 능력으로 정의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2. 존재를 불신하는 상태

생기를 잃은 아이들은 자신도 모르게 자기의 존재에 대해 불신감을 갖고 있다. 존재에의 불신은 물론, 긍정적 에너지의 결여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아동의 존재에의 불신은 심리학적으로 비난이나 책임감의 내사로부터 기인된다. 아동에게는 작은 비난이 존재의 위축을 초래한다. 비난은 그것이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아동의 존재를 끝내 박탈하고야 마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아동의 박탈감은 흔히 자신이나 어머니 혹은 부모 모두에게 연결되어 경험되는 편이다. 이로써 아동은 무모한 책임감이 느껴지는데, 이런 과정에서 아동이 자신의 박탈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인정한다면 침울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박탈의 근본 원인이 아동에게는 없지만 아동이 그 책임을 스스로 지게 될 경우에 침울해지는 것이지만, 자신이 아니라 외부의 대상에게로 미루거나 투사한다면 대상을 의심하는 편집적 경향을 발달시키게 될 것이다.

정신의학에서는 이러한 침울 증상이 대개 나쁜 어머니에게 향해진 파괴적인 감정에 대한 죄책감과 가책을 포함하고 있다. 여기서 ‘나쁜 어머니’라는 개념은 아동이 생각하는 대상에 대하여 부정적인 감정의 측면을 의미한다.

이런 우울증상에서 어머니에게 향해진 파괴적 감정은 심지어 좋은 어머니도 손상시킨다는 생각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기까지 하다.

3. 가치감이 저하된 상태

생기를 잃은 증상은 이미 존재가치감의 저하를 나타낸다. 아동이 자신의 존재에 대해 그다지 가치감을 갖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침울은 아동으로 하여금 대개 자신의 결핍, 자신이 중요하지 않음, 자신의 의미없음과 직면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러한 침울 증상은 사실상 아동에게는 견딜 수 없는 생각에 대한 거부이며, 그것을 보상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이런 증상은 물론 병리적 현상으로서는 전술한 박탈감과 다르지 않지만 여기서의 박탈은 조금은 전술한 것과 차이가 있는데, 그것은 자신이 스스로 만든 박탈이라는 점이다.

아동이 스스로 자신을 대수롭지 않은 존재라고 생각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런 아동의 박탈감은 대개 자신이 스스로 행동한 어떤 것 때문이 아니라 그 자신이 타인에게 가치 없는 존재라고 느껴진 결과인 것이다.

이러한 박탈감에 기초한 존재에의 가치감을 심리학적으로 우리는 ‘열등감’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심리학자들은 아동이 자신을 가치 없는 존재로 여기는 이런 열등감은 대개 초기 유아기 때 겪은 자기애적 상처로 인한 자기애적 고착에 기반해 있다고 본다.

따라서 이런 존재에의 무가치감이 마음에 걸리므로 다른 아동에 대해 아무렇지도 않게 그리고 순순하게 활동에 참가하거나, 친구들이 함께 노는 데 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달리 아동의 침울이 일시적인 경우도 있는데, 신체에 원인이 있는 경우이다.

아동은 신체에 아픈 부분이 있을 때 능력에 자신감을 갖지 못하므로 부모는 혹시 이런 신체와 관련되어 존재의 가치감이 저하되는 경우인지를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김충렬
▲김충렬 박사. ⓒ크리스천투데이 DB
4. 정리

생기를 잃은 아동을 둔 부모라면, 전술한 심리적 원인을 참고해 스스로 반성할 필요가 있다. 부모가 올바르게 양육을 한다 해도 거기에는 반드시 원인이 될 만한 조건이 얽혀 있다. 부모가 자신을 냉정하게 분석해야 개선 가능성이 보인다.

김충렬 박사(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전 한일장신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