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치고 실패해 소망이 없는 신자들 다시 품어 안고
저들 가슴에 거의 다 꺼져 버린 하나님 말씀의 불씨
다시 일으켜 내고 생명의 숨 불어넣는 목회 이야기

우성균
▲<행신교회 이야기> 저자 우성균 목사는 “저는 이 땅의 교회가 하나님 나라를 가장 잘 드러내는 기관이라고 믿는다”고 책에 썼다. ⓒ이대웅 기자

“교회를 생각하면 낙담과 욕이 나오다가도, 어느새 애증으로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흐릅니다. 잊어버리려 해도 잊을 수 없고 지우려 해도 지울 수 없는 이름, 교회! 아직 교회를 사랑하시나요? 당신에게 행신교회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너무 사랑해서 상처받고 쓰러져 돌아섰지만, 그 사랑을 멈출 수 없어 다시 모인 사람들의 이야기, <못난 인생 못난 교회: 행신교회 이야기>이다.

책은 교회 이야기 하면 떠오르는 한국교회의 거창한 대안이나 교회 성장론이 아니다. 오히려 필립 얀시의 <교회, 나의 고민 나의 사랑>처럼 교회에 대한 상처와 아픔을 이끌고 모여든 평범한 사람들이 서로에게 기대어 복음으로 회복되는 ‘별 볼일 없는 이야기’들이다. “오직 실패하고 파산한 심령이 하나님을 갈망할 수 있고, 하나님은 실패를 통해 일하시기 때문”이다.

책을 쓴 이는 행신침례교회 우성균 목사다. 지난 2년간 SNS에 남긴 글들을 기초로 ‘못난 교회, 못난 인생, 못난 목사, 못난 신앙’ 등 네 부분에 ‘못나고 실패한 인생들로 진짜 교회를 만드시는 하나님의 역전 드라마’를 담았다. 우 목사도 평신도로 교회를 찾았다가, 그곳에서 다시 사역을 시작해 벌써 5년째다.

부교역자인 저자는 담임인 김관성 목사와 동고동락하며 설교를 함께 준비하고, 심방도 같이 다닌다. 심지어 같은 원고로 주일 1부와 2부 각각 한 번씩 설교한다. 저자는 “도제식 훈련을 받고 있는 행운아”라고 고백하고, ‘담목’은 책 출간 소식을 알리며 성도들에게 “10권씩 사라”고 웃으며 농담한다.

그들은 “지치고 실패하고 더 이상 소망이 없는 신자들을 다시 품어 안는 것, 저들의 가슴에 거의 다 꺼져 버린 하나님 말씀의 불씨를 다시 불러 일으켜 내는 것, 그 생명의 숨을 또 다시 불어넣는 것”을 위해 “진실하게 말씀을 전하고, 복음의 야성을 잃지 않으려고 발버둥치고” 있다.

매일같이 성도를 심방하다, 가끔은 성도들로부터 심방을 받기도 한다. 청년들은 착한 척, 좋은 사람인 척 대신 있는 그대로 자기 모습을 꺼내 보이며 “교회가 집처럼 편해요”라고 고백한다. 우 목사가 전하는 행신교회 이야기를 두 차례에 나눠 연재한다.

-행신침례교회 ‘정착기’가 궁금합니다. 처음엔 평신도로 교회를 가셨지요.

“신학교(감신대)를 졸업하고, 10년간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한국교회 현실에 여러 가지 회의를 많이 느끼고 있었지요. 사역자로 들어서기에는 시간이 많이 지나가 버렸고, 출구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집안에 목회자도 없고, 선후배 관계를 잘 맺어놓은 것도 아니어서, 굉장히 막막했고 방황하고 있었습니다.

직장생활 하면서도 주말에 사역을 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역을 잠시 쉬게 되니, 처음으로 ‘교회’를 선택해서 갈 수 있게 됐습니다. 여기저기 다녀보다 붙든 것이 책이었어요. 감리교 배경이라 장로교나 개혁주의를 접할 기회가 없었는데, 장로교회를 섬기게 되면서 나름 개혁주의 신앙에 뿌리를 내렸습니다. 그게 토대가 되어 여러 서적들을 접했습니다.

다들 그렇듯 마틴 로이드 존스나 조나단 에드워즈 등을 읽다가, 박영선 목사님으로까지 갔습니다. <구원 그 이후>, <하나님의 열심> 등, 박 목사님은 일상에서 살아내는 신앙의 중요성을 많이 강조하셨고, 장로교 목사님 같지 않았습니다. 박 목사님의 설교와 책을 많이 접하던 중, 그 분이 누군가 젊은 목사님과 대담을 하셨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그걸 토대로 나온 책이 <직설>이었는데, 여러 번 읽었습니다.

대담자를 확인했더니 김관성 목사님(행신침례교회)이었습니다. 그래서 찾아보게 됐습니다. SNS에서도 잘 알려져 있고 <본질이 이긴다>, <살아 봐야 알게 되는 것> 등 책도 쓰신 분이었지요. 읽어봤더니 실패를 많이 하셨더라고요(웃음). 나도 많이 실패했는데, 이 분에게 가면 위로를 받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냥 청년이라고 소개하고 교회에 찾아갔습니다.

그 때가 개척 후 6개월 정도 지났을 때였습니다. 목사님을 만나면서 다시 목회를 해볼 수 있겠다는 소망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목사님께서 ‘같이 교회에서 지내자’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뭔가 있을 줄 알았는데, 아무것도 없었지요(웃음). 담임목사님 사례비 드리기도 빠듯했던 곳이었습니다.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교회에서 먹고 떠들면서 저 자신이 회복됐고, 교회를 같이 섬기게 됐습니다.”

우성균
▲우성균 목사는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수단으로 보지 않으시고, 당신을 교회를 부흥시키기 위한 일꾼이나 부속품으로 여기지도 않으신다”고 책에 썼다. ⓒ이대웅 기자

-그렇게 시작된 사역 이야기가 한 권의 책이 됐습니다.

“청년부를 맡았는데, 처음엔 4명이었습니다. 주로 같이 놀고 밥 먹었습니다(웃음). 그런데 사람들이 계속 찾아왔어요. 자연스럽게 담임목사님을 도우면서 여러 사역들을 함께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동안 통과했던 여러 교단과 신학과 신앙의 결들을 뒤돌아보게 됐습니다. ‘하나님께서 왜 이런 시간들을 주셨을까?’ 이런 시간들이 다 실패라고 생각했는데, 이것들을 하나로 꿰어서 주시는 메시지가 있었습니다. 그것이 책 프롤로그부터 나오는 이야기들입니다.

김관성 목사님과 함께 지내면서, 소명이 생겼습니다. 교회에 상처받은 사람들이 주로 오시다 보니, 제가 할 일이 있었습니다. 그 분들 이야기가 공감도 되었고요. 한국교회가 가진 아픔과 성도들의 슬픔에 대한 공감이 제게는 사역의 물맷돌이 된 것 같습니다. 저도 경험해본 것들이었으니까요.

SNS에 글을 쓰라고 압박(?)하신 분도 목사님이셨습니다. A4 2장씩 100회를 쓰라고 하셨지요. 글을 써본 사람이 아니었지만, 교회 이야기와 제 느낌, 생각들을 재료로 글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돌아보니 이것도 하나의 큰 그림인 것 같습니다. 뭔가 남겨주고 싶고, 뭐라도 주고 싶으셔서….

많이 끙끙댔습니다. 어떨 땐 밤을 새워야 했어요. ‘이 긴 글을 누가 끝까지 읽을까’ 의문이 있었지만(웃음), 1년간 매일은 아니지만 띄엄띄엄 분투하며 쓰다 보니 설교가 좋아지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설교 글쓰기가 편해졌고, 책을 비평적으로 읽는 눈도 생겼고, 사람이나 사물 등에 대한 통찰도 조금씩 글로 표현하게 됐습니다.

무엇보다 감정이나 인사이트를 글로 표현해내는 건 담임목사님이라는 ‘교보재’가 있어 가능했지요. 정말 글을 쓰듯 말을 하시고, 말을 하시듯 글을 쓰십니다. 목회자로서 굉장히 정확게 메시지를 전달하시고, 명징한 표현으로 하나님 말씀을 오롯이 담아 설교하십니다.

요즘 말로 ‘설교계의 비와이’ 같습니다. 귀에 때려박혀요. 흐트러짐이 없습니다. 제게도 자극이 됐고, 이를 악물고 썼습니다. 그런데 그 때는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들 때였습니다. 첫째가 태어났거든요. 갓난아기를 안은 채로 자판을 두드리기도 했습니다. 육아를 함께해야 했기 때문에, 임팩트 있게 빨리 써야 했습니다.

그렇게 1년간 혹독하게 훈련했더니 반응도 조금씩 있었고, 출판사 대표님의 제의를 받게 됐습니다. 2년 전부터 SNS에 썼던 글들이 재료가 됐는데, 초창기 글들은 도저히 그대로 낼 수가 없어 손을 봤는데, 새로 쓰기보다 더 힘들었습니다(웃음).”

-이때까지 담임목사님 칭찬만 하셨는데, 가까운 사이라지만 아쉬운 점은 없으신가요.

“물론 아쉬울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단점이나 아쉬움이라기보다, 제가 보완해야 할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보통 부교역자들은 담임목사를 ‘상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평가하게 됩니다. 하지만 우리는 가족입니다. 형 동생처럼 지내는데, 장점·단점이 의미 있을까요.

부족한 부분도 많습니다. 역기능 가정 출신에서 나오는 것들이 있고, 사람이다 보니 감정적 동요도 많고 자책하거나 비관적일 때도 많지요. 그런데, 이런 부분들은 서로 영향을 미친다고 봐요. 저는 비교적 건강한 가정에서 자랐습니다. 이번 ‘빼빼로데이’ 때 딸에게 빼빼로를 주셨다는데, 많이 발전한 부분이라고 봅니다. 이런 점은 제가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우성균
▲행신교회 김관성·우성균 목사(왼쪽부터)가 성도들과 대화하고 있다.
목사님이 어느 방송에서 그렇게 표현하셨습니다. ‘글에 사람이 가지고 있는 약점이 드러나 있다. 부목사도 나도 약점이 있다. 그런데 그걸 한 번도 점검받지 않고 강단에 올라가는 것이 이 시대 목사들이다. 그래서 글도 설교도 늘지 않지만, 나는 성균이의 약점을 보완하고 성균이는 나를 보완하고 그런 차원에서 점검받고 디테일한 부분들을 보완하는 것이 함께 설교를 준비하는 목적이다.’

저희는 약점이나 보완점들을 숨기지 않습니다. 담임목사님은 못하는 것은 못한다고 하십니다. 찬양할 때 손드는 것도 싫어하고, 빠른 찬양도 싫어하십니다(웃음). 하지만 그걸 옳다고 하는 게 아니라, 본인 취향이라고 하십니다. 그런 솔직함과 건강함이 같이 ‘목회의 합’을 맞추는데 도움이 됩니다. 그 부분에서 제가 할 일도 생기지요.

부교역자로서의 행정과 뒤치다꺼리가 아니라, 담임목사님에게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동역자로서 자존감과 존중감을 갖게 해주십니다.”

-주일 설교 준비를 같이 하신다고 들었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시는지요.

본문이 정해지면 각자 묵상을 합니다. 주일 저녁부터 본문을 봅니다. 월요일이 지나고 화요일 아침이 되면, 초고 논의를 합니다. 주일과 월요일에 자료를 참고하면서 본문 묵상과 핵심 주제, 강해 초점 등을 파악한 뒤, 화요일 아침에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줄기를 잡습니다.

목사님이 다독가이셔서, 소스가 많은 편입니다. 읽고 있거나 참조할 책들도 소개해 주십니다. 그래서 초고는 제가 씁니다. 문장력은 제가 더 좋은 것 같습니다(웃음).

수·목요일 중 큰 얼개나 초고를 써서 대략 설명해 드립니다. 저는 메시지보다 주해에 초점을 맞추고, 목사님은 이를 토대로 메시지에 초점을 맞추면서 계속 고민하십니다. 뺄 건 빼고 넣을 건 넣으면서, 완성도를 높이지요. 그걸 토대로 한 번 더 써서 금요일 저녁쯤에 드립니다.

그러면 목사님이 토요일 아침에 완성도 있는 설교로 구성해서 주십니다. 제가 설교하는 1부와 목사님이 설교하시는 2부 구성원이 다소 다르다 보니, 다룰 예화도 다르고 말투도 서로 조정해서 토요일 밤에 최종 통화합니다.

목사님은 주일 새벽에 이것을 한 번 더 만지십니다. 그래서 같은 원고이지만 설교가 조금 다를 수 있는데, 1부 설교 후 2부 설교를 들으면서 한방 먹을 때가 있습니다. 1주일 내내 설교 내용을 놓고 계속 ‘티키타카’를 하는 것입니다. 함께 심방을 다니면서도 나누고, 둘이 함께 계속 묵상합니다. 쓰는 것은 제가 많이 합니다(웃음).”

행신교회 이야기
▲행신교회 이야기 우성균 | 세움북스 | 320쪽 | 18,000원
-원고가 같지만, 아무래도 ‘애드립’이나 영감, 스피치 부분에서 서로 꽤 다를 것 같습니다.

“같은 원고인데도, 느낌이 다릅니다. 내공이 다르다 보니, ‘어떻게 이렇게 하시지’ 할 때가 있습니다. 제가 쓰고도 가끔은 소화를 다 못 시킨 것 같을 때가 있는데, 목사님은 아예 체화시켜서 설교하십니다. 거성과 피래미의 차이랄까요(웃음). 1부 설교를 하고 나서 2부 설교를 들으면, 제게 피드백이 많이 됩니다. 도제식 훈련을 받고 있어서 행운아라고 생각합니다. 시기 질투도 받아요.”

-그렇다면 담임목사의 1주일과, 부교역자의 1주일은 얼마나 다른가요.

“저희 교회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설교와 심방입니다. 그게 다입니다. 행사나 다른 게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목사님과 제 하루 사이클과 동선이 거의 같습니다. 심방을 함께 다니거든요. 청년들만 청년부 전도사님이 하십니다.

하지만 청년이든 장년이든, 처음 오는 성도들은 무조건 목사님과 제가 함께 가서 만납니다. 새가족반이 없지만, 저희가 새가족반인 셈입니다. 요즘은 집으로 심방 가는 것보다, 밖에서 밥 먹고 차 마시면서 이야기합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