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가 선택한 길
고난주간과 부활절 설교의 핵심, ‘복된 소식’

신약 저자들, 예수의 죽음 죄 때문이라 강조
십자가, 우리 신앙을 재는 가장 내밀한 기준

예수가 선택한 길
플레밍 러틀리지 | 류호영 역 | 비아토르 | 476쪽 | 21,000원

“고난주간과 부활절 설교의 핵심은 복된 소식(케리그마 또는 복음)에 집중하는 데 있다. 그 밖의 것은 모두 이 뿌리에서 나와야 한다. 여기 실린 고난주간 설교에서는 윤리 문제를 특별히 언급하지 않겠다는 말이 아니라, 윤리 문제는 핵심 주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1976년부터 2001년까지, 26년간 종려주일부터 고난주간, 성금요일, 부활절로 이어지는 기간 전했던 41편의 설교를 선별해 새롭게 정리했다.

저자는 머리말부터 ‘절기 설교’에 대한 부담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고난주간(성 주간)과 부활절 설교는 그 어떤 설교보다 부담이 크다. 절기 특유의 강렬한 분위기, 설교할 본문의 특이성, 기대에 가득 찬 회중의 눈빛 때문에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또 다른 부담도 존재한다. “오늘날 주류 교회에서 십자가를 설교하면 많은 논쟁과 변증에 시달린다(이 책은 2002년 미국에서 출간됐다). 심지어 반감에 부딪히기도 한다. 고난주간 설교와 관련된 ‘정치적 올바름’의 문제가 존재하고, 고난주간 설교를 근거로 설교자의 성향을 분류하려는 시도도 있다.”

2천년 전 사도의 외침 그대로,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는 아직도 거리끼고 미련한 것 같아 보인다. 그러나 설교자라면, 보고 들은 것을 말하지 아니할 수 없는 법.

“성금요일 설교는 다른 날보다 더 짧고 사색적인 성격이 강하다. 해석의 여지도 많은 편이고, 하나의 설교가 다음 설교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 주님께 합당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하나님의 뜻을 아는 지식’, 특별히 그리스도의 희생 제사가 어떤 의미인지 아는 지식을 채워 나가야 한다.”

렘브란트 십자가
▲렘브란트의 ‘십자가에 달린 그리스도’.
저자는 우리를 향한 사랑으로 자기를 내주신 그분의 삶에 들어가려면,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 달리신 ‘죽음의 의미’와 새 생명을 주시는 ‘부활의 능력’에 관해 더 알아야 한다고 촉구한다.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성금요일 설교에서 저자는 ‘죄’에 대한 설교를 더 이상 좋아하지 않는 세태를 지적하기도 하고, 우리 대신 십자가에 달리신 주님의 ‘수치심’을 언급하기도 하며, ‘우울하다’며 십자가를 회피하려는 우리의 행습을 예리하게 밝혀내기도 한다.

“2천년 전 오늘 예수에게 일어난 일을 지금 우리가 다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이 아닙니다. … 우리가 확실하게 알고 있는 게 하나 있습니다. 신약 성경의 저자들은 예수의 죽음이 죄 때문이라고 거듭 말합니다. 그분은 극한의 수치와 굴욕을 경험하셨습니다. 예수께서는 치명적인 죄의 세력과 우리 사이에 끼어드셨습니다.”

루벤스 십자가
▲루벤스, ‘십자가에서 내려지심’.
저자는 십자가 죽음과 관련해 성경이 우리에게 제시하는 것은 과학적 해설이 아니라 이미지와 은유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스도의 죽음은 기독교 복음과 일반 종교를 구별짓는 사건입니다. 십자가는 우리 신앙을 재는 가장 내밀한 기준입니다. 십자가가 없었다면, 부활절도 없었겠지요.”

성경과 기독교에 있어 가장 본질적인, ‘하이라이트’ 부분이라 할 수 있는 예수의 십자가 지심을 직접적으로 십자가를 묘사하는 장면뿐 아니라, 여러 다양한 성경 구절을 통해 다층한 관점에서 묘사하고 있다.

내용도 좋지만, ‘예루살렘 입성부터 십자가의 길과 죽으심, 부활과 그 이후까지’를 담은 여러 거장들의 명화가 곳곳에 배치돼 있어 또 다른 감동을 안겨준다.

2015 사순절 렘브란트
▲렘브란트의 ‘세 십자가’. ⓒ루브르박물관
저자 플레밍 러틀리지(Fleming Rutledge)는 설교자 겸 강연자로 사랑과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성공회 사제로, 뉴욕시와 인근에서 22년간 목회한 이후 미국 전역을 다니며 설교와 강연에 배진하고 있다. <성경과 뉴욕타임스>, <나의 불신앙을 도우소서> 등의 설교집이 유명하다. 이 책은 2011년 <죽음의 취소>라는 제목으로 번역돼 출간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