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세계 정세 흐름 영향 미칠 핵심 동인
1. 美 대선 정국과 미·중 경쟁 심화
2. 강대국 ‘힘 분산’과 지역별 경쟁
3. 확연히 달라진 민족주의의 양상

2020년 동북아시아 평화질서 구축 모색 콜로키움
▲콜로키움이 진행되고 있다. ⓒKHN
‘2020년 동북아시아 평화질서 구축 모색: 진단과 대안’ 콜로키움이 서울 코리아네이버스(KHN)와 서강대 국제지역연구소 주최로 13일 오후 서강대 정하상관에서 진행됐다.

이날 콜로키움에서는 이정익 목사(KHN 이사장)가 기조강연을 전했다. 그는 “2019년는 연초부터 베트남 제2차 북미정상회담과 6월 비무장지대 만남 등으로 역동적인 한 해였다”며 “2020년에는 미·중 패권 경쟁이 계속되고, 미국의 대선 정국으로 정치와 경제 불확실성이 심화될 것”이라고 한 뒤, 2020년 ‘세계 정치·경제의 흐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핵심 동인’ 3가지를 언급했다.

먼저 ‘미국 대선 정국 속 미·중 전략적 경쟁 심화와 광역화’에 대해 “미국은 2010년대부터 냉전체제 이후 초강대국으로서 압도적 지위에 대한 중국의 도전을 저지하고자, 군사·경제·가치·체제 전 분야에서 전략적 경쟁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2020년은 미국 대선 정국으로 세계 정치·경제와 미·중 경쟁에도 지대한 영향이 있을 것”며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인가 하는 것보다, 후보자들 간의 대선 캠페인 및 경쟁 과정에서 어떤 요소들이 미국 대외정책에 영향을 미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또 미중 경쟁 확산으로, 세계 국가들은 무역과 기술을 넘어 다양한 분야에서 어느 편에 서고 어떠한 입장을 취할 것인지, ‘결정장애’를 느낄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둘째로 ‘강대국의 힘 분산과 지역 차원의 경쟁 심화’에 대해 “금세기 들어 강대국들 간 ‘힘의 분산’이 꾸준히 진행돼 왔다. 특히 미·중 경쟁 중에, 올해도 미국의 ‘힘의 공백’에 대한 반응으로 동북아 역내 세력들의 경쟁이 가시화될 것”이라며 “동북아 차원에서는 ‘미국 우선주의’ 정책으로 생긴 공백에 의해, 주요 국가들의 이합집산에 의한 약진과 경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셋째로 ‘민족주의의 복수’를 꼽았다. 그는 “오늘날 정체성 정치(identity politics)는 전 세계적으로 발현되는 민족주의의 재부상이다. 그러나 작금의 민족주의 현상은 ‘민족주의의 복수’라 할 정도로 전통적 민족주의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목사는 “과거 국가 차원에서 민족국가라는 의미로 응집되고 표출된 것과 달리, 지금의 민족주의는 인종·종파·종교·계급·문화 등 전혀 다른 ‘집단 정체성’에 기반해 결합하는 양상”이라며 “2020년에도 기존 정치 질서와 권위에 대한 도전이 민족주의 및 정체성 정치와 결합해, 정치적 양극화를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정치적 집단 정체성이 반추적 민족주의(retorspective nationalism)나 포퓰리스트 민족주의 형태로 표출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한국의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 시도”라며 “일본이 이를 수출 통제 관련 양자간 협의 채널 재가동과 맞교환하면서 사실상 양측이 한 발씩 양보해 파국을 면했지만, 한일 양국은 민족주의 맥락에서 복합된 역사와 경제-안보 문제의 분리라는 과제가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

이 목사는 “2019년 2월 북미 하노이 회담 결렬 후 남북 관계는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 문제는 앞으로 여러 분야에서 후유증을 낳을 것”이라며 “2020년 상반기에는 남북 관계가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다. 한국은 4.15 총선이 예정돼 있고, 북한은 한국전쟁 발발 70주년 기념행사 등이 이어지면서 국내적 요인으로 남북 관계 개선이 더욱 더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러한 시점에서 콜로키움이 개최돼 매우 시의적절하다. 오늘 발표 내용을 진지하게 청취할 필요가 있다”며 “오늘 콜로키움이 2020년 대한민국이 나아갈 바를 심도 있게 진단하고, 정확한 판단을 전제로 한 올바른 외교정책 수립과 국제정세 이해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2020년 동북아시아 평화질서 구축 모색 콜로키움
▲이규영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이어 이규영 교수(서강대)가 ‘2020년 동북아 평화전망’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동북아 관계에 있어 대한민국의 키워드는 평화(peace)이다. 그러나 북한에도 강조하고 있고 현재 통용되는 ‘평화’는 용어적으로 다소 애매하다”며 “이에 비해 북한은 체제 생존, 미국은 아메리카 퍼스트, ‘Make America Great Again’, 중국은 중국몽에 의한 미·중 무역전쟁, 일본은 납북자 문제 해결과 미일동맹 강화와 보통국가화”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 5개국의 키워드가 함께 소용돌이치면서 동북아 정세가 변화할 것”이라며 “한반도와 동북아가 일종의 시스템이라면, 이것이 운영되고 조직되는 과정 속에서 외부 영향 요소가 무엇인지 알아야 2020년 동북아 질서를 진단할 수 있다”고 전했다.

특히 중국몽(中國夢)에 주목했다. 그는 “국민들이 ‘중국몽’에 대해 정확히 모르고 있어 안타깝다. 이는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00주년인 2049년까지, 1840년 이전 중국이 지배했던 중화천하(中華天下)라는 중국 중심의 ‘조공체제’를 재건하겠다는 꿈”이라며 “이를 위해 등샤오핑은 흑묘백묘와 도광양회, 장쩌민은 전략기, 후진타오는 유소작위 등으로 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실천해 왔다”고 했다.

그는 “지난 20년 간의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자신감을 얻은 시진핑은 ‘신형대국관계’를 제안하면서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를 원칙적으로 존중하되, 중국의 옛 지배지역인 아시아에 대한 중국 주도를 인정해 달라는 것”이라며 “남중국해 대처와 한국의 사드(THAAD) 배치 반대 등 중국의 동북아와 대미전략은 일관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규영 교수는 “중국에게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는 옛 영향력을 회복하는 핵심 지역이자, 지리적으로 중국과 연결된 예민한 지역으로서 일반적인 외국이 아니다”며 “중국 입장에서 북한은 동북 3성처럼 ‘외성화(外省化)되길 원한다. 그리고 한국은 핀란드화(Finlandization)를 시도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핀란드화란 구소련이 핀란드를 다루던 방식을 말한다. 명목상 독립 주권국가 지위를 보장하지만, 중국에 위협이 되는 어떤 행위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또 중국의 최대 위협인 미국과의 동맹을 풀고, 미·일 주도의 안보협력체제에 들어가선 안 되며, 국제 사회에서 반(反) 중국 정책에 대한 동조도 금지한다.

이 교수는 “2016년 사드 배치는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 위협에 대응하고 한국인과 국내 미국인을 보호하고자 한국에 배치하려는 시도였으나, 중국은 한국을 미국의 동맹체제에서 떼어내 중국의 종주권을 수용하는 신형 속국(tributary state)으로 만들려는 중국의 정책구상에 어긋난다고 여겨 반대했다”며 “핀란드화가 그대로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2020년 한반도 정세에 대해선 “우리나라는 28,000여명의 미군이 떠나는 순간, 일본과 중국, 북한과 러시아 등 동북아 주변 4개국이 더 이상 우리를 독립국가로 대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며 “우리가 ‘주한미군 철수’를 외치는 것은 울고 싶은 아이 뺨 때리는 격이다. 미군이 100% 긍정적이라는 말은 아니지만, 우리의 생존을 보장할 ‘인계철선’”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독일 통일 과정을 보면, 우연과 실수가 중첩돼 발생했다”며 “결국 우리의 안보와 평화도 역사를 주관하시는 주님께 달려 있다”고 정리했다.

콜로키움에서는 이 외에도 엄기증 박사(뉴욕주립대)가 ‘기후와 에너지를 통한 동북아 평화전망’, 전찬규 박사(강원대)가 ‘평화 개념의 융합적 이해를 요구하는 동북아시아’, 우순태 박사(서울신대)가 ‘동북아 질서 변동 기제로서 중국몽’을 각각 발표했다. 이날 콜로키움은 강원미래발전포럼 주관, 한국기후변화연구원 협력으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