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부동성결교회
▲체부동성결교회 전경. 오래된 한옥 건물들이 좁은 골목을 끼고 사방을 둘러 싸고 있다. 골목을 조금만 벗어나면 술집과 음식점들이 있는 시장이 나타난다. ⓒ김진영 기자
서울시가 23일, 종로구 체부동에 있는 체부동성결교회를 서울시 최초로 '우수건축자산'으로 등록하기로 했다. '우수건축자산'이란, 문화재는 아니지만 역사적·사회문화적 가치를 지니거나 국가의 건축문화 진흥 및 지역의 정체성 형성에 기여하는 건축물이나 공간환경, 사회기반시설을 말한다.

1931년 건축된 체부동성결교회(연면적 280㎡)는 근대 건축양식과 한옥이 어우러진 형태다. 건축 당시 같은 단에 벽돌의 긴 면과 짧은 머구리 면이 번갈아 보이도록 쌓는 '프랑스식 쌓기'로 지어졌다. 또 이후 확장된 부분에는 한 단에는 긴 면만, 다른 단엔 짧은 면만 보이도록 하는 '영국식 쌓기'가 활용됐다. 이 때문에 서울시가 그 보존가치를 높게 평가한 것.  

그러나 앞으로는 이 건물을 더 이상 교회로 쓰지 않는다. 지난해 5월 교회 측이 건물을 서울시에 매각했고, 서울시가 올해 안에 이를 리모델링해 문화센터와 카페 등으로 사용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물론 외관은 그대로 유지한다. 체부동교회 교인들은 흩어지지 않고 다른 곳에서 그 역사를 그대로 이어간다.

그러나 87년이라는 짧지 않은 역사와 건축사적 의미를 지닌 체부동성결교회의 건물이 이처럼 더는 교회로 그 명맥을 유지할 수 없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나타내는 이들도 있다. 일각에서는 교회 인근이 점차 상업화 되면서 현대 경제논리에 교회가 밀려났다고까지 표현한다.

그러나 교회 측으로서는 서울시에 건물을 매각하는 것이, 그 보존 가능성을 생각할 때, 그나마 최선이었다는 입장이다. △갈수록 상권이 커지면서 원주민들이 떠나 교인수가 줄었고 △그런 가운데 낡은 건물을 개·보수하기에도 그 구조상 어려움이 있었으며 △무엇보다 교인들이 신앙 생활을 이어가기에는 주변 환경이 너무 열악했다는 것이다.

체부동성결교회
▲서울시는 체부동성결교회를 서울시 최초로 ‘우수건축자산’으로 등록하기로 했다. ⓒ김진영 기자
교회 한 관계자는 "술집이 골목마다 들어서 밤만 되면 취객들로 붐비고, 그런 이들이 토해 놓은 것들을 치우느라 교인들이 애를 먹곤 했다"며 “교인들도 여길 떠나지 않기 위해 애를 많이 썼으나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고 했다.

실제 교회는 상권과 골목 하나를 두고 거의 붙어있다시피 했다. 주차는 아예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곳이었다. 일부러 찾지 않는 이상, 여기에 교회가 있다는 것조차 알기 어려웠다.

교계 한 관계자는 "교인들 입장에선 충분히 교회 이전을 고려해 볼 만한 환경"이라며 "건물이 더 이상 교회 용도로 쓰이지 않는 점은 안타깝지만 건물 자체가 교회는 아니라고 할 때, 여전히 교인들이 따로 모여 예배를 드리면서 교회의 정신을 계승하고 있다면, 이를 두고 체부동성결교회가 '없어졌다'거나 '팔렸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했다.

한편, 서울시는 관계법령에 따라 예산을 투입해 체부동성결교회의 건물 원형을 보존할 계획이다. 정유승 서울시 주택건축국장은 "체부동성결교회와 같은 우수건축자산 등록을 서울시 전역으로 확대해 나가겠다"며 "서울의 건축자산을 지속적으로 관리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