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통합 총회연금재단(이사장 김정서 목사, 이하 연금재단)에서는, 최근 상환능력이 의심되는 부실기업에 290억원 대출을 결의하고 자금까지 준비했다가 집행 직전에 취소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사의 과반수 이상이 찬성해서 대출을 결의했다가 돌연 취소한 배경이 무엇일까.

토지 매입과 형질변경 주장, 사실과 다른 듯

주식회사 U건설은 용인 루터대학교 인근 상갈동 13번지 외 22필지 61,855평방미터(18,711평)에 공동주택(타운하우스)을 짓겠다며 연금재단에 투자제안서를 보내왔다. U건설은 2011년 2월 타운하우스 부지 토지매입을 완료했으며, 2012년 3월 개발행위(토지 형질변경) 허가를 받아 4월 용인시의 사업계획 승인을 완료했다며 투자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 연금재단 홈페이지는 현재 ‘공사 중’이다.

U건설은 2014년 6월, 연금재단에서 290억을 브릿지론(bridge loan)으로 대출해 주면 2014년 10월 타운하우스 착공 및 분양과 본건 PF(Project Financing·프로젝트 파이낸싱, 신용도나 담보 대신 사업계획, 수익성 등을 보고 자금을 제공하는 금융기법)로 상환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U건설이 타운하우스 건립을 위한 토지 매입과 형질변경을 완료했다는 말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등기부를 열람해 보니 22필지 중 2필지만 U건설 명의였고, 나머지 20필지는 타인 명의인 데다 소유자들의 대출 동의서조차 없었다고 한다.

또 루터대 법인인 루터교학원이 위 대지 144,000평방미터 중 68,000평방미터를 차지, 절반 정도의 면적을 소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학원 관계자에 따르면 U건설에 수익용 재산인 위 토지를 매매하기로 하고 계약서와 계약금을 받았으나, 중도금 결제를 하지 못해 계약을 파기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연금재단 측은 타인 명의 토지의 소유권과 관련, 명의를 이전한 게 중요하지는 않다고 주장한다. 연금재단 이사회 측은 소유권은 대출이 나가기 전 부동산 투자신탁사명의로 정리될 것이고, 부동산 투자신탁사로부터 수익증권 1순위 담보로 제공받을 것이므로 명의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토지의 소유주에게 확인해본 결과, 신탁 동의를 해준 적이 없다고 했다.

재단 이사회, 290억 대출 준비 지시했다 돌연 취소

연금재단 한 가입자는 해당 건에 대해 “재단 총 운용기금의 10% 가까이 되는 큰 돈을 투자함에 있어, 사실과 다른 제안서를 받았으면서도 이사회에서 현장 실사를 간 사람도 하나 없었다”며 “사실 확인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는데 이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현재 이 토지는 이미 U건설에서 P저축은행에 담보로 제공하여 대출을 받았으나, P저축은행은 원리금을 회수하지 못하여 공매·경매를 실시했지만 공매는 8회 유찰, 경매는 2회 유찰돼 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

담보물에 대한 감정평가액도 현재 대출해 준 P저축은행에서 의뢰한 평가액보다 2.5-3배 높게 책정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U건설이 의뢰한 T감정평가사의 산출 근거에서조차 “가격 시점 현재 일부 토지가 김XX 외 소유 토지이나, 귀사의 요청에 따라 사업시행자측이 제시한 사업부지 편입 부분에 대해 소유권이 U건설로 이전됨을 전제로 평가했다”고 돼 있다. T감정평가사는 담보물 평가액이 2.5-3배 높게 책정된 평가서에 대해 “공식 감정평가서가 아니다”는 입장이다.

U건설 대출 결의건 집행은 당초 이사회에서 “290억 대출을 실행할테니 돈을 준비하고 있으라”는 지시가 있었지만, 연금재단 직원들의 기자회견에서 사실이 폭로된 후 돌연 취소됐다. 투자운용본부장은 이에 대해 “다른 곳에서 더 좋은 조건으로 U건설과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렇게 좋은 투자건을 다른 투자처가 가져가도록 놔뒀다면 직무유기이고, 거짓이라면 그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확인된 바에 따르면, 현재 공매로 나와 수의계약 상태로 바뀐 101억 상당의 토지도 매매되지 않았고, 토지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루터교학원의 수익용 재산은 계약이 파기됐다. 더 좋은 조건으로 다른 곳에서 투자했다는 말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것.

U건설의 재무 안전성도 도마에 올랐다. 금융감독원에 올라온 U건설의 과거 5년간 재무제표에 대한 회계감사 보고서를 분석하면, U건설은 D회계법인에서 회계감사를 받아왔다. 2013년 재무제표에 대해 D회계법인은 중요한 회계기록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감사의견을 거절했고, 감사보고서에는 재무제표가 첨부돼 있지 않다.

‘감사의견 거절’이란 재무제표의 신뢰성이 없다는 뜻으로, 상장법인이 회계법인의 의견 거절을 받으면 즉시 상장이 폐지된다고 한다. D회계법인은 U건설의 2009-2010년 재무제표에 대해서도 기업의 불확실성을 사유로 감사의견을 표명하지 않았다.

재무 안전성도 의문… 재무제표는 ‘감사의견 거절’

U건설의 2009년부터 4년간 손익계산서를 봐도, 2008년 이후 영업실적이 전무하고 판매 관리비와 지급이자만 발생하고 있다. 재무상태표를 보면, 2007년 이전에는 잉여금이 있었으나 2008년 이후 비용과 이자만 발생, 2012년 12월 말부터는 자본잠식 상태로 나타난다. 또 건설분양사업을 위한 토지 취득을 위해 지출한 자금이 2009년 말 156억원, 2012년 말에는 173억원에 달하는데, 재원을 차입금으로 조달했으나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해 금리가 높은 상호저축은행 등에서 연 6%-13%의 금리를 부담하고 있다.

연금재단 관계자는 “U건설 자체 신용도와 상관 없이, 소유 부동산에 대한 담보 가치가 540억원이기 때문에 사업성을 보고 재단에서 대출을 결정한 것”이라며 “아무런 하자 없는 경영상 판단이었다”고 해명에 나섰다.

그러나 지난 7월 초 특별감사를 실시한 감사위원들은 이 건에 대해 “사업 계획에 따라 시공했을 때는 담보 가치가 540억원이지만, 시공이 안 되고 경매가 진행되면 160-180억원밖에 회수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위험성이 큰 투자였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전문가들은 “U건설은 이미 토지를 담보로 모든 대출을 받은 상태에서 경매·공매가 넘어갔기 때문에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라며 “이런 회사에 대출을 계획한 것 자체가 상당히 의아하고, 매우 위험한 투자”라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