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학술심포지엄이 진행되고 있다. ⓒ김진영 기자

한국개혁신학회와 한국기독교철학회가 24일 오후 서울 새문안교회(담임 이수영 목사)에서 ‘기독교 철학과 개혁신학’을 주제로 공동학술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니콜라스 월터스토프(Nicholas Wolterstorff) 교수(예일대)와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 원장)가 기조강연했고, 총 4개 분과에서 12번의 발표가 진행됐다.

김영한 박사는 ‘포스트모던 시대의 기독교 철학: 포스트모던 토대주의로서의 해석학적 실재론’을 제목으로 발표했다. 김 박사는 “오늘날 포스트모던 시대의 지식인들은 ‘토대주의(foundationalism)가 무너지고 ‘해체주의’(deconstructivism)가 득세하는 포스트모던 전환 속에서 혼란에 빠져 있다”며 고전적 토대주의에 대해 “인간 주체를 진리와 가치 중심으로 보고 절대적인 인식이 가능하며 인간이 진리의 주체라고 선언한다. 이는 인신론적 근본주의”라고 말했다.

해체주의에 대해서는 “포스트모던 시대에 진리와 가치라는 것은 인간을 넘어서 객관적으로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관례적으로 상정하는 것이고, 인간의 삶에 실용적인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해체주의는 인식론적 자유주의”라고 설명했다.

▲김영한 박사 ⓒ크리스천투데이 DB

김 박사는 “해체주의를 극복하고 새로운 형태의 토대주의를 제시한 것이 바로 ‘해석학적(비판적) 실재론’이라며 “이는 인식과 해석에 있어 주관성의 불가피한 역할을 인정한다. 인간이 한정된 오류가 있는 해석의 틀을 가지고 세계와 텍스트를 본다는 것인데, 이것은 개혁주의 전통의 인간의 유한한 실존론과 원죄에 의한 인간 부패론을 수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비판적 실재론자는 자신이 피조물이라는 사실을 자각함으로써 지식과 윤리에 있어서 절대적인 관점을 갖는 자리에 서지 않는다. 이러한 태도가 인신론적 겸허함”이라며 “그러므로 서구의 플라톤 이래 이성주의자들에 의해 지지되어온 토대주의를 배격한다. 오직 하나의 정확한 해석의 도식만이 존재한다는 인식론적 절대주의를 거부한다. 곧 해석학적 실재론은 인식론에 있어서 부드러운 포스트모던 패러다임”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이 같은 해석학적 실재론이 “인신론적 회의주의에 빠지는 것은 아니”라고 김 박사는 강조했다. 그는 “비록 텍스트가 가진 의미에 대한 우리의 지식이 결코 절대적이지는 않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합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텍스트를) 읽는 가운데 독자는 매개된 직접성을 대면하게 되며, 타자의 목소리를 만나게 된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무신론은 종교의 비밀’이라는 포이에르바하의 견해와 ‘무의미성은 해석의 비밀’이라는 해체주의자들의 견해는 옳지 않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역설했다.

김 박사는 또 “해석학적 실재론은 인식론적으로 진리를 해석하는 데 있어 오류가 가능하다고 보나, 신앙적으로는 진리의 토대를 계시적 진리인 성경으로 본다”면서 “해석학적 실재론에 근거한 신학은 신학적 근본주의나 신학적 자유주의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는다. 해석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신학의 다원주의’(칼빈주의, 루터교신학, 성결신학, 아르마니안주의, 오순절주의, 정교회 신학, 가톨릭신학 등)를 인정하면서 여러 신학적 입장들과 공존하며 진리에 접근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박사는 “기독교 지성인에게 포스트모던 사회에서 모더니티로의 회귀는 없다. 그렇다고 포스트모던 회의주의에 빠져 좌절할 수도 없다”며 “포스트모던 사회 속에서 해석학적 독단론과 회의주의를 모두 피할 수 있는 길은 해석학적 실재론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김 박사는 “이 길은 근본주의의 해석학적 독단적 태도, 진리를 전부 알고 있다는 자만과 열광, 그리고 지식에 대해 알 수 없다고 주장하는 해체주의의 진리에 대한 허무적 태도를 극복하는 길”이라며 “절대지식 긍정론과 불가론을 둘 다 피하는 길을 제시한다. 이 길은 완화된 합리성의 길이요, 오류 가능한 토대주의다. 오류 가능한 인간 주체의 오류 가능성은 진리의 궁극적 토대인 최종 텍스트, 즉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에 의해 수정되고 검증받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그는 “이런 점에서 인간의 유한성과 원죄적 부패, 겸손과 확신 및 헌신과 증언을 강조하는 개혁신학은 기독교 철학에 인식론과 통찰을 제공한다”며 “오늘날 그리스도의 교회는 인식론에 있어서 겸손한 확신을 지닌 해석자 공동체, 즉 지성적 신앙인의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신자들의 양심은 성령의 조명을 받아 하나님의 말씀에 사로잡힌 양심이며, 신자들이 이루는 공동체는 텍스트의 의미와 의의를 구현하는 공동체다. 신자들은 말씀을 끊임없이 추구하고 따르는 해석학적 순례자 공동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