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복음주의 선교신학자 피터 바이어하우스 박사는 기독교 역사는 희생을 바탕으로 흘러 온 역사임을 강조했다. ⓒ김대원 기자

“한국교회는 오랫동안 평안한 시기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현재 대부분의 한국 그리스도인들은 경제적 번영을 누리며 편안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젊은 세대는 부유한 사회가 모든 사람들이 누리는 평범한 사회라고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한국교회가 대부흥 1백주년을 기념하는 때에 아프가니스탄 사건이 벌어진 것은 큰 의미를 지닙니다. 주님과 초대교회 사도들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도 많은 값을 치러서 하나님의 일이 이뤄진다는 사실입니다.”


복음주의 선교신학의 거장 피터 바이어하우스 박사(Dr. Peter Beyerhaus)의 목소리가 떨렸다. 한국을 15번 이상이나 방문했다는 78세 백발의 노학자는 ‘아프간에서의 한국인 피랍 사건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엄숙한 표정과 목소리로 설명을 시작했다.

12일 강변교회 주일예배 후 담임목사실에서 진행된 바이어하우스 박사와의 인터뷰는 대체로 차분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그러나 기독교의 순교의 역사와 현재도 계속되고 있는 박해와 순교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목소리가 한층 흥분되기도 했다. 아프간 피랍 사건과 관련해서는 진심으로 피랍된 성도들과 한국교회를 염려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바이어하우스 박사는 세계 복음주의 선교운동의 최고 신학자 중 한 사람이다. 그는 40여 년 전 세계교회협의회(WCC)가 자유주의 신학으로 방향을 전환하려 할 때 복음의 핵심을 성경에 기반을 두는 ‘프랑크푸르트 선언문’을 발표하며 이를 비판했다. 그는 독일 튀빙겐대학교에서 30여 년간 선교학 교수를 지냈고, 복음주의 신학자의 요람인 벵겔하우스 설립에 기여하며 성경적 복음주의 선교신학의 기치를 높이 들었다.

아프간 사태, 이슬람교의 무자비함 증명... 기독교는 고난 역사

“이번에 피랍된 젊은이들은 전쟁의 폐허 가운데 있는 이들의 고통을 덜어 주기 위해 아프간에 갔으나, 기대하지 않았던 이슬람교의 실상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무하마드(이슬람교의 창시자)는 처음부터 이슬람교를 전세계에 전파하거나 종교적 신념을 위해서 무력을 사용해도 좋다고 가르쳤습니다. 이들의 논리라면 전세계 모든 사람은 무슬림과 제2의 종족 중 하나가 돼야 합니다.”

그는 “이번 사건은 이슬람교의 무자비함을 증명하는 것”이라고까지 말하며 분개했다. 이어서 피랍 젊은이들은 “사실 초대교회의 형편과 비슷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고 말했다. 기독교가 처음 ‘이교세력’으로 로마에 들어갈 때에도 이번 사건과 같은 갈등은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결국 기독교는 순교의 역사로 이어지게 됐다. 그는 말했다. “그리스도의 가르침과 기독교 역사에서 이는 정상적인 상황입니다. 그리스도의 제자들은 전부 순교자가 됐습니다. 한국의 기독교도 오랜 세월 동안 박해를 받았지요.”

그리고 한국교회 순교의 역사를 거침없이 설명하던 그는 순교자인 주기철 목사, 손양원 목사의 생애를 다룬 책이 독일어로도 번역돼 자신을 비롯한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줬다고 말했다. “아프간에 억류된 이들이 처한 상황은 벌써 오래 전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이 경험한 것입니다. 지금 한국교회가 대부흥 1백주년이 됐다고 마냥 축하하기만 할 것은 아닌 듯 합니다. 기독교는 시작할 때부터 값비싼 희생을 치른 것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도 주님을 따르는 자들이 당하는 고난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낙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예수님께서 모든 것을 통치하시는 주님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는 “하나님은 인질들과 가까이 계심을 기억하자”며 “한국교회의 기도를 통해 하나님의 때를 따라 다른 이들도 석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우리도 우리 몫의 값을 치러야 한다”며 그리스도를 위해 받는 고난은 헛되지 않으며, 순교자의 피는 교회의 씨앗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히 그리스도를 위해 받는 고난은 우리가 그리스도께 더 가까이 나아가며, 다른 그리스도인들에게 더 가까이 나아가게 하는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바이어하우스 박사는 또 이번 사건으로 한국을 모르던 대부분의 유럽 사람들이 한국을 알게 됐으며, 세계 그리스도인의 연합과 공동체성을 인식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비쳤다.

한편, 아프간 사건과 관련해 국내에서 반기독교적 목소리가 높아지고 해외에서도 한국선교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상황에서 한국교회의 효과적인 대응 방안을 질문하자 그는 “현지인들에 대해 섬세하지 못하고 준비와 태도 면에서 잘못한 것이 있다면 물론 반성해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하지만 피랍된 봉사단이 현지에서 큰 잘못을 하기보다는 ‘그냥’ 잡혔다고 봉사단을 적극 변호하기도 했다.

“2년 전 아프간 카불에서 12명의 독일인 봉사자들이 피랍돼서 2개월간 억류됐다가 풀려난 일이 있었습니다. 이들도 순수한 동기를 가지고 아프간 사람들을 돕기 위해 갔는데 인질로 잡혔습니다. 특별히 잘못한 것이 없는데도 말입니다.” 아프간에서 피랍된 이들은 미국, 이탈리아, 독일, 한국 등 아프간에 군대를 파견한 나라의 국민들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정치적, 군사적, 종교적 문제가 모두 섞여 있다”며 “무슬림들이 기독교를 서구적, 미국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정치적이면서도 종교적인 문제로 모두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기독교인들은 현지인들을 정말 잘 이해하고 있는지, 고난을 기쁘게 받을 준비가 되어 있는지 점검하는 것입니다. 한국선교가 선구선교의 잘못을 또다시 범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북한선교는 빈곤 해결과 전문인선교 제안

기독교인에 대한 박해가 가장 심한 북한선교에 대해 관심이 있는지 물어봤다. 그는 “상당히 가상적이고도 낙관적인 질문”이라고 대답했다. “단시간에 북한에서 선교가 일어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지금 북한의 몇몇 사람들은 기독교에 대해 적극적입니다. 북한의 한 관리가 기독교인이 되어 복음을 전한 죄로 감옥에 갇혔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는 중국으로 탈출했지만 다시 북송돼 사형을 당했습니다. 북한의 그리스도인들을 위해 기도해야 할 때입니다.”

그가 북한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두 가지라고 말했다. 먼저는 빈곤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고, 또 한 가지는 기독교를 믿는 전문인들이 북한에 가서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우리는 공격적인 방식이 아니라 소극적인 방식으로 북한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기독교를 믿는 한국인 과학자, 교사 등 전문인들이 북한에 가서 자신들끼리 예배를 드린다 할지라도 그 예배가 아름답고 은혜롭다면 북한 사람들에게 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때가 되면 적극적으로 사역하게 될 것입니다. 마치 중국에 직접 선교사를 보내지 못하지만 많은 전문인들이 각자 분야에서 활약하면서 복음을 전하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중국에서 일어나는 일이 북한에서도 일어나길 간절히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