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민국 목사(검암 새로운교회).

목욕탕에서 발뒤꿈치를 보면, 한참을 물에 불려 밀어야 개운한 마음이 든다. 열심히 군살을 제거하면서 문득 삶의 여정 중에 쌓인 영혼의 군더더기는 얼마나 두터울까 생각하니, 회개의 침묵 앞에 고개가 저절로 숙여진다.

지극히 제한적이고 한시적으로 살아가면서, 인생들은 참으로 소중한 것들을 제외시킨 채 영혼의 쉼 없는 허상에 매달려 군더더기를 쌓고 있다. 정치인, 경제인, 군인, 스포츠인, 연예인, 종교인까지, 앞다퉈 검찰청에 불려 다니고 있는 현실은, 육신의 안락만을 추구한 영혼의 군더더기 때문에 드러난 안타까운 현실이다.

‘죄 없는 자가 돌로 치라’는 그리스도 말씀의 진리처럼, 인생은 어쩌면 크고 작은 허물을 군더더기로 쌓는 과정일 수 있다. 그러나 짧은 인생이라고 부인할 수 없는 시간이지만, 인생들이 어떠한 변화를 모색하고 인식하고 있는가에 따라 깨닫고, 돌이키고, 시정할 수 있는 여백의 시간으로도 부족함이 없다.

오랜 불황이 지속되고, 자국민의 유익만을 위한 국가 간 경쟁으로, 세계 경제는 좀처럼 활황을 모색할 수 없는 대립 속에 공존하고 있다. 더군다나 남북이 분단된 대한민국은 언제든지 열강들의 힘의 각축장으로 변할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긴장을 풀게 된다면 부러진 한반도의 생존은 그리 녹녹한 환경이 될 수 없다.

유감스럽게도 거리 곳곳에서 연일 군중집회가 발생하고 있다. 이제 모두 한 발씩 물러나고 양보하는 큰 미덕으로 사회에 기여하는 생각을 행동으로 실천해야 할 때이다. 아무리 좋은 비전과 확고한 당위성일지라도, 개인의 유익보다는 사회적인 기여를 재고하는 여유로움으로 국민의 힘을 결집시켜야 할 때이다.

정치인들은 여당이 잘해서 선거에 승리한 것이 아니라 희망 없는 야당의 그릇된 행보 때문에 선택된 민심임을 바로 알고, 겸허함으로 국정을 쇄신해야 한다. 연일 시끄러운 야당은 조속히 국정의 건강한 동반자로 거듭나야 한다.

미래의 자식에게까지 빚을 대물림해야 하는 상황의 공무원연금은 반드시 국민연금으로 통합되어야 하고, 각종 사건사고는 소모적 국력에 위반되지 않도록 조속히 매듭지어져야 하며, 이제 모두 일상으로 돌아가 건전한 대한민국의 재도약을 위한 민초로서의 의무와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이제는 참으로 물질이라는 외투, 권위라는 외투, 개인의 유익을 위한 투쟁의 외투, 지극히 억울한 당위성의 외투 등을 모두 벗어버리고, 어느새 소리 없이 실록을 향하고 있는 풀잎의 도약을 숨 쉬어 볼 때이다.

오락가락하던 봄비의 끝에 이제 팔소매를 걷어붙여야 시원한, 여름을 향한 시간이 흐르고 있다. 이제 모두 외투를 벗어야 할 초하지절이다. 주말이면 아라뱃길 노상공원은 야영장으로 변한다. 강바람을 맞으며 음식을 만들고, 남녀노소 어울려 자전거 하이킹을 하고, 작은 동호인들이 불어대는 색소폰 연주와 무명가수의 공연이 쉼을 선사한다.

문명의 이기는 풍요롭고, 풍요로운 이기를 소유하려는 현대인들의 삶은 맑은 정신을 보장받을 수 없는 고단한 일상이다. 영혼의 돌아봄이 절실한 인생들이다. 그래서 현대인들은 나름대로 바쁜 일상을 쪼개어 여행을 계획하고, 조용한 묵상을 하고, 나눔과 봉사의 시간을 할애하는 등 맑은 정신을 위한 실천을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정신과 영혼은 전혀 다르다. 인생들은 누구 한 사람 예외 없이 영혼을 소유하고 있다. 또한 육신의 죽음을 소유하고 있다. 인생들에게 군더더기가 쌓이는 것은 육신의 옷을 입어서 그렇다. 육신은 언제나 물질의 풍요와 명예, 허울 좋은 권위와 자존심, 고정관념적인 당위성들로 무장되기를 원한다. 

정신은, 쉼과 인식의 변화를 통하여 언제든지 재충전할 수 있다. 그러나 영혼은, 하나님이신 ‘그리스도 예수’를 만나야만 생명으로 거듭날 수 있다.

“예수께서 가라사대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살겠고 무릇 살아서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아니하리니 이것을 네가 믿느냐(요 11:25~26)”.

그리스도 예수, 구원자를 믿는 것은 모든 소욕의 원흉인 육신의 군더더기, 영혼의 군더더기를 제거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다.

그래서 믿음은 곧, 육신의 옷을 벗을 때 보이는 오아시스이다.

옷을 벗자.

/하민국 목사(검암 새로운 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