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윤
▲허정윤 박사(Ph. D. 역사신학, 케리그마신학연구원, djtelcome@naver.com) ⓒ크리스천투데이 DB
3. 생물의 창조: 식물들과 미생물

생물은 가장 단순하게 생명을 가진 물질적 조직체로 정의할 수 있다. 지구에서 살아가는 생물들을 자세히 보면, 종류별로 매우 다양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지구에는 처음에 물질만 있었고, 생물이 없었던 때가 있었다. 그렇다면 생물에 대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질문은 '물질에서 생물이 어떻게 생겨났는가?'이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는 과정에서 창조론과 진화론은 정반대의 견해를 가지고 논쟁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논쟁을 끝까지 밀고 가면, '생물이 죽으면,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되는가?'로까지 이어지게 된다. 이 과정에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걸쳐 수없이 많은 질문과 대답이 등장하게 된다. 사실 그런 질문들에 일일이 대답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며 전 우주에 걸친 광범위한 연구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아직까지 창조론이나 진화론 어느 쪽에서도 이 과정을 전체적으로 연구한 사람은 없었다. 기독교인들은 하나님이 우주뿐만 아니라, 지구 생물까지 종류대로 창조하셨다는 창조론을 믿는다. 이 칼럼에서는 하나님이 '어떻게' 생물을 창조하셨는지에 대해서 생물학적으로 논의해보려고 한다. 그러나 진화론자들은 생물학적 자료들을 하나님의 창조를 믿지 않는 관점에서 해석하는 경향성이 있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창조론적 관점에서 적절한 지적과 비판을 할 것이다.

창세기에 의하면 하나님은 지구에서 제3일과 제5, 6일에 걸쳐 각종 생물들을 창조하셨다. 모세는 하나님이 제3일의 창조에서 바다와 마른 땅을 나누신 후에, 마른 땅에게 명령하여 풀과 각기 종류대로 씨 맺는 채소와 각기 종류대로 씨 가진 열매 맺는 나무를 내게 하셨다고 서술했다(창1:12). 이렇게 생물 가운데 맨 먼저 식물의 창조를 서술하는 부분을 살펴보면, 3가지 질문이 제기된다.

첫째, 풀에 대해서는 채소 또는 나무와 다르게 종류대로 씨 또는 열매를 맺는지를 왜 언급하지 않았는가? 둘째, 태양이 있지도 않았던 셋째 날에 광합성 작용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하나님이 식물을 왜 성급하게 창조하셨는가? 셋째, 현대생물학이 지구에서 가장 먼저 출현한 생물로 인정하는 미생물에 대해서는 왜 서술하지 않았는가? 이 질문들을 논의해보기로 하자.

첫째, 현재 살아 있는 풀들을 보면 대부분 종류대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므로 풀에 대해서 '종류대로 씨를 맺는'다는 사실을 서술하지 아니한 문제는 아마도 모세가 풀을 꼼꼼하게 관찰하지 않았다는 이유밖에는 다른 대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둘째, 현대인들은 태양이 있기 전에 하나님이 식물을 창조하셨다는 서술에 동의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현대인들은 식물이 태양 빛을 이용하는 광합성 작용으로 생활에너지를 획득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현대 기독교는 모세가 하나님이 식물들을 태양이 있기 전에 창조하셨다고 서술한 부분에는 모순이 있다고 인정하는 수밖에 없다.

셋째, 미생물의 문제는 창세기에는 물론 성경 어디에도 서술된 바가 없다. 미생물은 하나의 세포를 가지고 생존하는 가장 단순한 생물이며 동물계나 식물계로 분류하기 힘든 여러 특징들을 가지고 있다. 창세기에 미생물이 서술되지 않았던 이유는 맨눈으로 보는 모세에게 미생물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가장 타당한 해석일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인간에게 해로운 벌레들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것이 아니라는 기독교 초기의 창조론을 인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식의 대답은 기독교가 유일하게 창조자의 권능을 가지신 분으로 믿는 하나님의 권위를 손상시키는 일이 된다. 창세기에서 하나님의 창조에 의하여 생물들이 출현한 순서들을 보면, 가장 단순한 것에서부터 복잡한 것으로 단계적으로 진행되었다. 이런 순서는 진화론자들도 별 이의 없이 동의하는 사실이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하나님이 창조하신 가장 단순한 생물을 미생물로 인정하고 논의하겠다.

미생물은 세포를 기준으로 분류한다. 단순히 하나의 세포로만 살고 있는 고세균, 세균 등의 원핵생물이 가장 원시적이며, 이것들은 핵막으로 둘러싸인 세포핵이 없고, 막으로 싸인 세포 소기관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리고 하나의 세포 안에 막으로 둘러싸인 세포핵 및 세포 소기관을 가진 살고 있는 곰팡이균류 등이 조금 더 복잡한 형태의 진핵생물이 있다. 원핵생물을 하등 미생물, 형태의 진핵생물을 고등 미생물로 구분할 수도 있다.

바이러스의 경우는 특이하게도 하나의 독립된 세포를 가지지 못하면서도 다른 생물의 세포에 침투하면, 생명현상을 나타내는 특이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 바이러스는 물질에서 미생물이 되는 중간 단계의 반(半)생물처럼 보인다. 따라서 바이러스는 미생물에도 속하지 아니하면서 별개의 연구대상으로 취급하고 있다. 그런데 진화의 중간 고리를 가장 중요시하는 진화론자들이 물질과 생물의 중간 형태인 바이라스를 무시하고 있는 것은 참 의아한 일이다.

진화론에 의하면 생물은 미생물계의 원핵생물에서 진화한 진핵생물이 다시 다수의 진핵세포를 가진 동물계와 식물계로 진화했다. 그러나 진화하지 않은 미생물이 현재에도 지구의 어느 곳에서나 발견되며, 온갖 환경조건에 적응하면서 가장 많은 개체수가 생존하고 있는 생물이다.

미생물은 각종 물질의 변질과 부패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인류는 일찍부터 효모나 곰팡이 등의 미생물을 이용하여 발효 식품을 만들어 먹었다. 어떤 미생물은 동물과 식물에 기생하면서 다양한 질병을 일으키기도 한다. 현대에는 미생물을 과학적으로 대량 번식시켜서 식품, 의약품 등의 산업에 생물자원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유전공학적인 방법으로 인류에게 유용한 균주(菌株)를 개발하는 것도 가능하게 되었다.

또한 미생물은 뛰어난 물질분해 능력을 갖고 있어서 생활 쓰레기 또는 오염물질 등의 환경청소부로 이용되기도 한다. 그리고 최근에는 새로 탐험하는 극한지역에서 새로운 미생물들을 발견하고 있다. 진화론에서 생명의 최초 발생지로 추정하고 있는 곳의 하나인 심해 열수공 근처에서는 100⁰C 이상의 뜨거운 물에서도 쉽게 죽지 않는 미생물이 발견되고, 지하 1,000m 근처의 심층에서도 새로운 미생물이 발견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과학자들은 행성이나 혜성 또는 운석 등에서도 미생물의 존재를 탐구하고 있다.

현대 생물학은 원핵생물의 세포에 최초 생명의 열쇄가 들어 있을 것으로 보고 연구하고 있다. 무신진화론의 견해에 의하면 지구에서 최초로 생겨난 원핵생물은 원시바다에서 유기물이 합성되어 하나의 혐기성 세포를 형성하였다. 그것이 주위에서 섭취한 유기물을 소화하여 생명에너지를 얻었다. 진화론에서 최초의 생물 형태를 혐기성 세포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원시대기를 산소가 없는 환원성 대기로 추정하기 때문이다.

산소는 유기물을 바로 분해하기 시작하므로 살아 있는 세포를 형성하지 못하게 방해한다. 진화론은 원핵생물의 개체수가 늘어나서 먹이가 고갈되자, 혐기성 세포가 빛에너지와 물을 흡수하여 산소를 방출하는 광합성 세포로 진화했다고 주장한다. 광합성 세포가 방출하는 산소가 대기에 축적되면서 혐기성 세포는 산소를 이용하는 호기성 세포로 진화하고 진핵생물이 되었다.

그러나 진화론이 최초의 생물을 혐기성 세포라고 추정하고, 당시 환원성 대기에는 산소가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그런 주장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다. 왜냐하면 원시바다의 물과 대기로 증발했던 물 분자(H2O)에는 산소가 이미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진화론적 견해에 의하면 최초의 진핵세포는 원핵생물이 원핵생물을 잡아먹으면서 진화한 것이다. 진핵생물에 들어 있는 미토콘드리아 또는 엽록체는 2중막으로 둘러싸여 있다. 그래서 진핵세포는 대개 원핵세포다 약 10배나 크다. 이를 관찰한 린 마굴리스(Lynn Margulis)는 1967년에 처음으로 큰 원핵생물이 작은 원핵생물을 삼켰고, 삼킨 원핵세포 내에서 삼켜진 원핵세포가 소화되지 않고 진화해서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가 되었다고 주장했다. 이것이 모굴리스가 제안한 세포내 공생진화설이다.

다음에는 미토콘드리아를 가진 진핵세포가 다세포 동물로 진화했고, 식물은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를 모두 가지고 진화했다. 엽록체에 의한 광합성작용은 식물과 동물을 구분하는 중요한 차이점의 하나이다. 마굴리스의 공진화설은 무신진화론자 오파린(Alexander I. Oparin)의 『생명의 기원』에 있는 치명적인 아킬레스건 하나를 해결했으며, 동시에 현대 진화론에서 가장 중요한 가설의 하나가 되었다.

오파린은 다윈(Charles Darwin)의 『종의 기원』을 더욱 발전시켜 물질에서 최초로 생겨난 원형질(원핵) 세포가 종속 영양체라고 주장했다. 종속 영양체는 외부에서 섭취한 영양소를 에너지로 바꾸는 소화기관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종속 영양체에서 진화한 식물은 물의 흡수를 통해 섭취한 영양소를 엽록체의 광합성작용을 통해 생활에너지로 전환하는 독립영양체이다. 오파린이 종속영양체로 규정한 원핵생물이 독립영양체의 식물로 진화했다는 주장에는 광합성작용을 하는 엽록체의 존재가 설명할 수 없는 장벽이었다. 마굴리스의 세포내 공진화설은 이전의 진화론자들이 감추고 넘어갔던 엽록체의 장벽을 해결했다.

창조 진화
ⓒ출처: [Newton highlight 124], 39
그러나 공진화설의 실상을 분석해보면, 원핵생물이 식물과 동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세포에 뜻하지 않게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가 생겨나서 진핵생물로 진화했고, 또 그것들의 생명 기능을 아무 때나 바꾸는 것이 가능했던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생물의 소화기관에 먹이가 들어가면 그것은 곧 바로 분해되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원핵생물이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를 만들기 위하여 삼킨 먹이(작은 원핵생물)를 임의로 소화시키지 않을 수 있는 조절기능을 가지고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지 않는가? 더욱이 당시 원핵생물에게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는 필요하지도 않았다. 따라서 먹이로 삼킨 것들이 소화기관에서 소화되지 않고 살아서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로 진화했다는 주장은 어린이 동화처럼 과학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가설이다.

생물이 진화하는 과정에서 자기의 생체조직이나 기능을 스스로 아무 때나 바꾸거나, 바뀌는 동안 죽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있었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다. 사실 외부 생물이 몸속에 들어와서 자기 몸의 조직이나 기능을 크게 바꿔버리면, 죽지 않고 살아  남을 수 있는 생물은 없다. 이런 사실은 다윈, 오파린, 마굴리스 외에 어떤 진화이론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비판할 수 있다.

이처럼 진화론자들은 필요하면 누구나 '진화'라는 말을 요술 방망이처럼 사용하여 무엇이든지, 어떻게든지 진화의 가설을 만들어내는 요술을 부린다. 그러나 어쨌든 진화론자들은 진핵세포가 계속해서 효율적인 에너지 대사와 함께 세포들 사이에서 정보교환이나 신호전달 기능을 더욱 진화시켜 마침내는 인간이 되었다고 주장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