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에덴교회 참전용사 보은행사
새에덴교회가 올해도 어김없이 ‘6.25 한국전쟁 참전용사 보은행사’를 개최한다. 이번엔 흥남철수 유공자와 그들의 가족들 약 50명을 초청했다. 맨 앞줄 오른쪽 세 번째가 소강석 목사. ⓒ새에덴교회
"미국에 갈 때마다 항상 가는 곳이 있습니다. 보훈병원입니다. 그곳에 가면 6.25 참전용사들이 있어요. 그 분들에게 '고맙다'고 찾아오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고 해요. 그리고 새에덴교회(웃음). 미 전역에 있는 보훈병원이 다 새에덴교회를 압니다. 항상 다녀갔기에. 그래서 '새에덴교회 왔다' 하면 바로 안내해 줘요. 소문이 나 있거든요(웃음)."

새에덴교회(담임 소강석 목사)는 오는 16~21일 '6.25 참전용사 보은행사'를 개최한다. 올해로 12년째다. 2007년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해외의 참전용사들을 초청해 그들의 은혜에 보답했다. 그리고 "올해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소강석 목사. 보은행사를 10여일, 제63회 현충일을 이틀 앞둔 지난 4일, 마침 국회서 있었던 '북미정상회담 성공기원·한반도 평화통일 비전선포식' 후 잠시 짬을 낸 그와 마주했다.

-이번에는 특별히 흥남철수 작전 유공자와 그들의 가족을 초청한다고 들었습니다.

"네, 미국과 캐나다에서 한 50명쯤 올 것 같습니다. 흥남철수는, 잘 알려져 있듯, 장진호 전투에서 부상을 당한 우리 군과 유엔군, 그리고 자유를 찾아 월남하던 북한의 주민들이 퇴로가 막히자 흥남항구를 통해 해상으로 철수한 작전이죠. 장진호 전투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6월 방미 때 장진호 전투 기념비를 참배하면서 더 유명해지기도 했습니다. 문 대통령의 부모님께서 흥남철수 피난민이었던 사연도 함께 알려졌고요.

이 장진호 전투로 인해 흥남철수도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미 해병 일개 사단이 완전히 전멸된 그런 참혹한 전투였는데, 그들이 버텨줌으로써 중공군의 남하가 지연됐기 때문이죠. 이번 보은행사에, 당시 미 10군단장으로 이 전투에 참여했던 故 아몬드 장군의 후손이 오십니다. 아몬드 장군이 바로 20만 명에 달하는 군과 피난민의 흥남철수를 지휘했던 분이죠. 뿐만 아니라 아몬드 장군을 설득해 흥남철수를 이끌었던 故 포니 대령의 후손들, 그리고 피난민들을 수송했던 메르디스빅토리아호의 1등 행해사 로버트 러니께서 이번에 한국에 오십니다."

-올해로 12년째, 매년 빠짐없이 참전용사 보은행사를 개최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기억하기 위함입니다. 아무리 이 땅에 평화가 온다 해도 6.25 한국전쟁을 잊어선 안 되는 까닭입니다. 성경도 망각은 죄라고 합니다. 유대인들이 절기를 소중히 지켰던 것도 그래서입니다. 지금 많은 이들이 평화를 말하고 그것을 고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럴 때일수록 과거의 아픔을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가 누리는 지금의 평화, 그리고 앞으로 올 평화도 결코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찬란했고 아름다웠던 것만 기억할 게 아니라 비록 고난과 수치, 아픔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기억하고 잊지 않을 때, 역사는 마침내 이어집니다."

새에덴교회 참전용사 보은행사
▲해마다 새애덴교회의 초청으로 한국을 다녀간 참전용사들과 그들의 가족들은 이후 미국 등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 그곳에서 한국을 알리는 ‘홍보대사’가 된다고 한다. ⓒ새에덴교회
새에덴교회 참전용사 보은행사
▲새에덴교회에서 ‘6.25 참전용사 보은행사’가 진행되던 모습. ⓒ새에덴교회
-얼마 전 남북정상회담을 했고, 북미정상회담도 앞두고 있습니다. 올해 보은행사가 갖는 의미가 특별할 것 같습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아무리 평화체제가 이뤄지고 종전을 선언한다 해도 역사는 잊어선 안 됩니다. 한 번은 평양에 갔더니, 공산당 간부가 다짜고짜 이렇게 묻더군요. '소 목사님, 뭐하게 참전용사들은 초청해서 우리를 불편하게 합니까? 싸우자는 겁니까?' 그래서 대답했습니다. '싸우자는 게 아니라, 싸우지 말자고 그러는 겁니다.' 그렇습니다. 6.25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아픈 역사입니다. 그러나 그런 역사가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도록, 그 아픔을 기억하는 것, 그것이야 말로 바로 진정 평화를 위한 길이 아니겠습니까?

지금 용산에 있는 전쟁기념관을 짓자고 했을 때, 반대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제 생각은 달랐습니다. 오히려 북한을 위해서도 그것을 지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앞으로 통일이 되면, 북에도 전쟁기념관을 지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성숙한 역사관 아닐까요? 이스라엘이 독립했을 때 가장 먼저 지었던 것도 박물관이었습니다. 이스라엘에 있는 야드바셈 홀로코스트 박물관에 가면, 그곳 동판에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망각은 포로 상태로 이어지나 기억은 구원의 빛이다.'"

-이런 일에 특별히 교회가 먼저 나서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요?

"교회는 시대의 정신과 사상을 이끌어가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시대의 나침반이자 이정표라고 할 수 있죠. 사상적 선구자로서의 사명 또한 필요합니다. 또 시대가 오염되었을 때는, 항체의 역할도 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역사에서도 교회는 언제나 그랬습니다. 나라를 잃었을 때 그 독립에 가장 앞장섰던 것도 교회 아니었습니까? 그렇게 교회는 시대와 민족을 일깨우는, 빛이었고 소금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고 피를 흘렸던 참전용사들의 희생에 보답하는 것이 교회의 마땅한 도리이겠지요."

-혹시 그 동안 보은행사를 치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58년 만에 우연히 재회한 두 분의 참전용사들이 가슴에 오래 남네요. 지난 2009년 보은행사 중 만찬행사 자리였습니다. 두 분은 한 테이블에 앉았어요. 미리 서로를 알았던 것도 아니었는데, 알고 보니 6.25 때 함께 한 부대에서 적과 싸웠던 전우였던 겁니다. 한 분은 한국인이었고 다른 한 분은 미국인이었죠. 두 분은 동시에 적의 포로가 되었다가 함께 탈출했던 기억도 떠올렸습니다. 어쩌면 이런 우연이 있을 수가 있나요? 정말이지 너무나 감격스럽고 놀라운 장면이 아닙니까? 비록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두 분은 눈빛만으로 서로를 알아보았던 것입니다. 58년이나 지났는데도 말이죠. 순간, 울컥했습니다."

새에덴교회 참전용사 보은행사
미국의 로렌조 오르테가(왼쪽) 씨와 한국의 학도병이었던 김영헌 씨가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 ⓒ새에덴교회
소강석 목사는 이 때의 기억을 최근 월간 「샘터」에 자세히 풀어놓기도 했다. 그 주요 구절을 옮긴다.

"그들은 너무나 반가운 나머지 서로를 부둥켜안고 흐느꼈다. 두 사람은 열아홉 살의 나이로 한국전쟁에 자원한 미국의 로렌조 오르테가 씨와, 당시 열일곱 살이던 한국의 학도병 김영헌 씨였다. ... 두 사람이 58년 만에 우연히 만난 것도 신기했지만, 어떻게 한눈에 서로를 알아볼 수 있었을까? 그만큼 총탄이 빗발치는 사선에서 목숨을 걸고 탈출했던 그 길고 길었던 하루의 기억이 강렬했기 때문일 것이다. ... 그러한 눈물의 롱기스트 데이(Longest day)가 있었기에 한눈에 알아본 것이 아닐까. 그런데 어느덧 세월이 흘러 두 분 다 고인이 되었다. 초조하고 숨 가빴던, 그 길고 길었던 지상의 하루를 끝내고 하늘나라로 떠난 것이다. ... 나는 하나님을 믿는 목회자로서 두 사람의 만남이야말로 역사의 필연이고 보이지 않는 그분의 손길이 인도한 결과라고 믿는다. ... 6월의 가슴 시리도록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하늘나라에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을 김영헌과 오르테가의 해후를 떠올려본다. 아직도 분단이라는 길고 긴 겨울을 보내고 있는 우리 민족의 동토 위에 따뜻한 봄날, 평화의 롱기스트 데이가 오기를 기원한다."

-앞으로도 계속 보은행사를 개최하실 예정이신가요?

"아마 올해가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 해요. 참전용사들이 많이 연로하시거든요. 그러나 설사 이번이 마지막이 된다 해도, 우리가 보은행사를 통해 전하려 했던 정신과 가치는, 다른 방법으로라도 후대에 물려줄 생각입니다. 어떤 방법이 좋을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더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면.

"젊은이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와 평화는 결코 거저 생긴 게 아니라는 겁니다. 이 나라와 민족을 위해 싸우다 돌아가신 호국영령들의 피와 땀으로 인해 지금 우리가 이렇게 발을 딛고 서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 피흘림의 희생과 헌신을 반드시 기억해주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 피는 지금도 이 땅에 흐르고 있습니다. 이것만은 잊지 말고, 우리가 추구해야 할 자유민주주의의 가치, 그 평화와 자유의 복을 누렸으면 합니다."

새에덴교회 참전용사 보은행사
소강석 목사는 올해가 마지막 참전용사 보은행사가 될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러나 그 정신과 가치만은 어떻게든 이어가겠다고 했다. ⓒ새에덴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