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 일대의 삼각산. 과거 한국교회의 기도가 뜨겁게 타올랐던 곳이다. ⓒ김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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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한국기독교원로목회자재단(이사장 임원순 목사)과 한국원로목자교회(담임 한은수 목사)에 소속된 교인들이다. 이들은 왜 이 아침에 산에 오른 것일까? 평소 말끔하게 차려입던 정장을 벗고 작업복(?) 차림을 한 한은수 목사가 입을 열었다.
"이 삼각산이 어떤 곳인지 아십니까? 불과 20년 전만 해도 이 일대는 기도하는 이들로 가득했습니다. 지금 원로가 되신 목회자 대부분이 이곳을 알 만큼 유명했던 곳이죠. 저도 여기 올라 눈물로 기도했던 기억이 납니다. 무릎을 꿇을 수 있는 자리만 있으면 저마다 돗자리를 깔고 밤을 새워 기도했습니다. 그랬던 이곳이 지금은 잊혀져 갑니다. 어느 때부턴가 기도의 발길이 끊겼어요. 그러면서 그 간절함이 묻은 흔적도 이젠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곳이 존재했음을, 기도가 쌓이고 쌓여 하늘에 닿았던 한국교회의 그 뜨거웠던 역사가 있었음을 기억하고 보존하기 위해 약 40명의 기독교인들이 아침 일찍 삼각산에 올랐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한국교회가 다시 초심을 회복한다면, 이것이야 말로 회개의 진정한 열매라고 이들은 믿고 있다.
▲이주태 장로가 한 기도처를 발견한 뒤 그 주변을 살펴보고 있다. ⓒ김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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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인들이 주변 쓰레기들을 치우고 있다. ⓒ김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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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 목사의 말처럼, 지금은 그 흔적을 찾기가 쉽지 않다. 바위에 새겨진 붉은색 십자가나 누군가 무릎을 꿇기 위해 놓은 것 같은, 지금은 다 해져버린 천 조각 정도만이 한때 이곳이 기도처였음알 알려주고 있을 뿐이다. 수풀은 무성하게 우거졌고, 쓰레기도 이곳 저곳 버려져 있다. 이날 한 목사와 함께 한 이주태 장로(한국기독교평신도총연합회 대표회장)는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우리의 책임이죠. 한국교회의 역사 그 자체인 이곳을 잘 보존하고 후대에 자랑스럽게 물려주어야 할텐데, 그만 잊고 살았던 겁니다. 원로목회자님들께 죄송한 마음이예요. 이제라도 다시 기억하기 위해 오늘, 이곳에 왔습니다."
이들은 이번 대성회를 기점으로 삼각산의 이 기도처를 한국교회에 적극 알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이곳에서 다시 기도의 불이 타오를 수 있도록 이 일대에 '삼각산 기도마을' 조성도 구상 중에 있다.
▲한은수 목사(왼쪽)와 이주태 장로가 누군가 기도했던 곳을 바라보고 있다. ⓒ김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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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을 청소하는 교인들 뒤로 십자가가 새겨진 바위가 보인다. ⓒ김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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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려 있던 쓰레기를 치우고, 엉키고 설킨 나무와 풀을 걷어내자 기도처들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을 통해 한국교회가 다시 새로워지면 좋겠습니다. 산에 올라 하늘의 법을 선포하셨던 주님처럼, 이 산에서 내려온 성령의 은혜가 한국교회를 덮었으면 좋겠어요." 한은수 목사와 이주태 장로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