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총장
"어머니, 엄마, 엄니" 같은 말을 듣거나 내 입으로 발음할 때면 남다른 감회를 느끼게 된다. 고마움, 죄송함, 슬픔, 애잔함, 애석함, 후회 등이 있을 것이다. 그 분이 아니시면 내 한 몸이 이렇게 존재할 수 없을 테니까. 생명의 은인이다. 부정모혈(父精母血)을 얻어 '나'라는 존재가 생겼으니까.

그런데 마음으로 원하는 만큼 봉양하고 효도하지 못했으니 아쉬움과 회한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좀 더 잘 모실걸, 좀 더 자주 찾아뵐걸, 좀 더 따뜻하게 대할 걸, 좀 더 용돈이라도 드릴걸..., 그러나 이제 고쳐 못할 일이 돼버렸다. 그런 복합적인 상황과 느낌을 몇 편의 시로 요약해 본다.

①"엄마가 돌아가신지 벌서 만 4년이 되어간다 / 그런데도 꼭 엊그제 일처럼 느껴진다/눈만 감으면 금세 엄마 얼굴 두둥실 떠오르고 / 엄마에 얽힌 숱한 추억들, 머릿속을 그림같이 스쳐간다/내 곁을 떠났지만, 내 가슴속에 살아계신 엄마 / 몸은 한줌 고운 흙이 되었어도, 영혼은 나와 함께 있는 엄마 / 빛과 어둠이 뒤섞인, 희로애락의 인생살이 속 / 가끔은 어쩔 수 없이 흔들리는, 나의 발길, 나의 마음 / 가만 가만 붙들고 토닥여주는 고맙고 보고픈 엄마"(엄마/정연복)

②"늘 목련처럼 단아하고 고왔던 엄마 / 한평생 이러쿵저러쿵, 잔소리 한번 하지 않으셨지 / 내가 어른이 되기까지, 큰 소리로 야단친 적도 없는 엄마. 뭐든 잘하든 못하든, 그냥 내 모습 그대로 받아주셨지 / 그런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날, 조용히 말씀하셨네 / "잘해라" / 목련꽃 핀 날을 며칠 앞두고, 내 곁을 떠나면서 하신 한 마디 / 이 목숨의 마지막 순간까지, 가슴 속 깊이 새겨두리 / 엄마가 걸어가신 목련같이 맑고 순한 인생의 길 / 나도 한발 한발 걸으리, 감사와 기쁨으로 하루하루 살아가리"(엄마의 유언)

③"들꽃만 같던 엄마는 가을 따라 / 사철 소나무 같던, 아빠는 겨울 따라 / 꿈결인 듯 아스라이, 먼 길 가시었네 / 내 생명의, 두 기둥이 함께 무너졌네 / 혹한보다 더 시린, 가슴 텅 빈 허전함에 봇물같이 밀려오는, 그리움의 홍수 속 / 이제는 지상에 없고서도, 이 맘 가득 차오르는 / 두 분의 크신 존재 / 엄마, 나의 성모 마리아 / 아빠, 나의 묵묵한 사랑의 신"(부모님 추모 시)

④"지상에 따뜻한 몸으로 살아계실 때, 세상의 모든 꽃들, 제 몸같이 보듬고 아끼셨던 어머님 / 그 몸 한 줌, 고운 흙으로 돌아가시더니 / 어느새 다시금, 꽃으로 돌아오셨나 보다 / 봄 비 속에 눈부신, 저 꽃, 꽃들 / 진달래, 개나리, 벚꽃, 목련 / 어느 꽃 하나만 보아도 어머니 생각 더욱 간절한 것을 / 송이송이 두둥실, 어머니 얼굴 떠오르는 것을 / 하나의 몸으로 돌아가, 수천, 수만의 꽃 몸으로 되살아오는 / 엄마!"(엄마 꽃).

육신의 부모와 영적인 하나님 앞에서 천진난만한 어린이로, 순진무구한 창조원형으로 낮아지고 진솔하고 꾸밈없는 모습이 되어야겠다.

"주님, 주님 앞에 나의 손을 내놓습니다/내 마음에 주를 향한 사랑이, 나의 말에 주가 주신 진리로, 나의 눈에 주의 눈물 채워주소서 / 내 입술에 찬양의 향기가, 두 손에는 주를 닮은 섬김이, 나의 삶에 주의 흔적 남게 하소서", "가룟 유다가 그리스도를 배신한 것은 소년다움(순수성)을 잃었을 때다"(조지 윌리엄 러셀)

부모님께 공경하고 예수님께 예배하면서 데이빗 A. 씨멘즈의 시를 읽어보자 "주여, 나를 포로로 삼으소서! 내가 자유를 얻겠나이다, 내 검을 빼앗으소서, 내가 승리하겠나이다, 내가 내 힘으로 삶의 문제를 해결하려들면 패배하겠나이다, 당신의 품안에 날 가두소서, 내 손을 단련하겠나이다.

내 마음은 주님을 찾기까지 약하고 가난합니다. 아무 힘도 없어 바람에도 흔들립니다. 당신의 사슬에 매이기 전에는 자유롭지 못합니다, 당신의 사랑 끈으로 묶으셔서 죽음을 면케 하소서, 당신의 뜻으로 바뀌기 전에는 내 뜻은 나의 것이 아닙니다. 당신 품안에 안길 때 당신 안에서 녹아져 새 생명을 얻게 될 것입니다."

김형태 박사(한국교육자선교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