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을 함께 한 친구 소식을 들었습니다. 지금은 동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친구는 신학교 4년 동안 참 공부를 잘했습니다. 참 똑똑한 친구였습니다. 그런데 신학교을 졸업하면서 장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결국 목회를 포기하고 공무원 시험을 보고 7급 공무원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들리는 말로는 목회를 해야 하기는 하겠는데 용기가 나지를 않는다고 합니다. 그러니 마음이 불안하고 무거울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이 친구를 보면서 채근담에 있는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킨다'는 말을 생각합니다.


산에 올라가서 듬직하게 서 있는 나무들을 보면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킨다.'라는 말이 생각이 납니다. 잘생긴 나무들은 그 나무의 용도에 맞추어서 일찍 베어져 산을 떠나지만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못생긴 나무는 사람들의 마음에 들지 않아 오랜 시간동안 산에 남아 산을 지킨다는 현인의 말입니다.

저는 항상 저 자신을 못생긴 나무와 같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저는 열등의식이 많았고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띠지 않는 사람입니다. 남을 감화시키는 인격도 없고, 그렇다고 말주변이 좋아서 주변 사람들을 즐겁게 해 주지도 못하고, 또한 뛰어난 지식도 소유하지도 못하였으며 요즈음에는 다 한 가지씩은 필수라는 외국어 하나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지극히 별 볼일 없는 인사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 못생긴 나무가 오랜 시간동안 인내하며 산을 지키는 것처럼 머물러 기다리는 은사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후에 성경을 보니 믿음은 인내와 동전의 양면같이 붙어 다닌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결국 잘생겨서 일찍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띤 나무들은 제대로 커보지도 못하고 사라져 갑니다. 그러나 못생긴 나무들은 산을 지키면서 건실하게 클 수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리고는 나중에 집의 대들보 역할을 하기도 하고 기둥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결국 오래 남는 것은 못생긴 나무입니다. 이 말로 저처럼 자기 자신이 재주도 없고, 능력도 없는 못생긴 나무라고 생각하는 분들을 위로하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믿음의 형제 자매들이여 언젠가는 귀한 목재로 인정받는 날이 오고야 말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도 낙심치 아니하면 하나님의 영광을 보리라고 하셨습니다. 함께 기억합시다.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킵니다.'

이창원 목사(새소망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