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가 중국의 무슬림 관광객 유치를 위한 할랄 관광상품을 개발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슬람 극단 세력의 확산으로 중동과 유럽을 넘어 전 세계에 테러 위협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굳이 정부가 적극적으로 무슬림 관광객을 유치하려는 데 의문을 제기하는 여론도 많다.

작년 3월 대통령의 중동 순방 이후 정부는 이슬람 할랄식품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 정책을 펼쳐 왔다. 할랄식품 수출 확대, 할랄 인증 지원,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 내 할랄식품전용단지 조성 등을 추진하는 동시에 이슬람 국가로의 외식기업 진출, 국내 무슬림 관광산업 활성화 등을 계획했다. 그러나 할랄산업이 정부 주도로 이뤄질 만큼 경제적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과, 종교를 배제한 채 '문화'로만 접근하는 것이 향후 국내 이슬람 세력 확산에 따른 국민 갈등과 과격 이슬람 세력의 테러 위협 등에서 자유로울 수 있느냐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이번 한국관광공사가 대상으로 한 중국 무슬림은, 과격 이슬람 세력과는 직접적 연관이 없는 후이족(回族, 회족)으로 보인다. 하지만 분리 독립 운동으로 유혈 충돌이 발생해 온 신장웨이우얼자치구(신장위구르자치구)의 위구르족과 달리 중국 사회에 완벽히 동화된 것으로 여겨지는 후이족도, 근래 중국의 중앙아시아 및 중동 이슬람국과의 교역·문화·종교 교류의 활성화에 따라 이슬람 정체성을 더욱 추구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1991년 유라시안철도 개통 이후 중국 무슬림이 중앙아시아 이슬람 국가들과 쉽게 왕래하면서, 오히려 이슬람 정체성에 점차 관심을 보이고 이를 추구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중국 무슬림 할랄관광상품-중국 무슬림 소수민족
▲중국 10개 무슬림 소수민족 현황. ⓒ예수전도단(YWAM) 선교중국센터(Misson China Center-MCC) 

중국 최대 무슬림 소수민족 '후이족'은?

중국에는 7세기 당나라 때 실크로드를 통해 들어온 아랍인·페르시아인 등을 통해 이슬람이 전파돼, 이들의 후손인 후이족·위구르족 등 10개 소수민족 2,032만 명이 서북 내륙을 중심으로 중국 전역에 확산돼 있다. 이 중 인구 1,058만 명의 후이족은 55개 중국 소수민족 중 장족(1,692만 명)에 이어 2번째로, 10개 무슬림 소수민족 중 가장 많다. 후이족은 사원을 중심으로 모여 사는데, 중국 서북 외 지역에 세워진 이슬람 사원에는 100% 후이족이 살고 있다고 한다. 닝샤후이족자치구를 중심으로 동북·하북·하남 등 후이족이 사는 곳에는 직통버스가 오간다. 또 1천 년이 지나도록 아랍어를 잊지 않고, 이슬람을 믿기 때문에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단 라마단 금식이나 메카 순례 등 이슬람 규율을 엄격히 지키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10개 무슬림 소수민족은 후이족(1,058만)·위구르족(1,006만)·카작족(146만)·똥시앙족(62.1만)·키르키즈족(18.7만)·싸라족(13만)·타직족(5.1만)·빠오안족(2만)·우즈벡족(1.1만)·타타르족(4천) 순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국 전문가는 "중국 무슬림과 세계 이슬람 세계와의 교류 증가에 따른 중국 무슬림의 메카 순례, 이슬람권 대학으로의 유학, 중동 이슬람 지도자의 중국 이슬람 사회 방문 증가 등으로, 중국 무슬림들이 중앙아시아·중동 이슬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은 상당히 우려된다"며 "정부 주도의 중국 무슬림 관광객 유치 노력이 적절한가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바른나라세우기국민운동' 관계자는 "할랄관광코스를 민간이 알아서 만드는 것도 아니고, 국가의 재정 후원으로 할랄음식점이나 기도처 등 시설을 확대하고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은 문제"라며 "중국 정부도 소수민족의 분리 독립 운동에 예민한 가운데 소수민족에 대한 우대 정책 등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스러우며, 한국에 오는 중국의 무슬림의 경제력도 국내 관광산업에 큰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중국 무슬림 할랄관광상품
▲한국관광공사가 지난 11월 중국 서북 3성인 샨시성, 닝샤후이자치구, 칭하이성(굵은 선 표시)의 이슬람교 유력 인사·언론인·여행사 관계자들을 초청해 할랄 관광상품 사전 답사를 실시했다. 

한국관광공사가 관계자들을 초청한 중국 서북 3성은?

한국관광공사는 중국 무슬림을 겨냥한 할랄 관광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작년 6월부터 중국 무슬림 시장 조사를 해 왔다. 작년 11월에는 서북 3성인 샨시성·닝샤후이족자치구·칭하이성의 이슬람교 유력 인사·언론인·여행사 관계자들을 한국에 초청해 할랄인증식당, 기도실, 주요 관광지 사전 답사를 했다. 지난 12월에는 닝샤후이족자치구 인촨시 완도호텔에서 중국 무슬림 1,200명을 초청해 설명회를 열고, 중국 무슬림 특화 방한관광상품 '한국할랄여행'(2종, 서울 4박 5일/서울·강원 5박 6일)과 중국어로 처음 제작한 '한국 할랄음식 가이드북'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지난 2월 11일 춘절 연휴 기간 처음으로 24명의 중국 무슬림 관광객이 한국을 방문했다. 정용찬 한국관광공사 시안지사장은 "할랄인증식당 확대 추이에 따라 제주·부산 등 타지역 연계 중국 무슬림 특화상품도 지속 개발할 예정"이라며 "우선 올해 1,000명 이상 중국 무슬림 관광객을 유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관광공사가 작년 11월 초청한 중국 서북 3성 중 샨시성(陝西省)의 주도 '시안'은 652년 당 영휘 2년에 대식국 사절이 도착하면서 중국에서 이슬람교가 가장 먼저 전파된 곳이자 실크로드의 출발점이다. 이후 중국에서 무역을 하는 아랍·페르시아의 상인들이 장기간 머물며 중국 여성과 결혼해, 중국 내 최초 무슬림 집단을 이뤘다. 송나라 때에는 아랍이 동쪽으로 세력을 확장하며 중앙아시아를 정복하고 신장 지역에 이슬람교를 전파했다. 이후 16세기에 이슬람교가 중국 전역으로 확산됐다. 한편 13세기 칭기즈칸의 몽골 군대에 의해 이슬람교를 믿는 중앙아시아인·아랍인·페르시안인들이 대거 중국으로 이주했는데, 대표적 종족이 후이족이다.

현재 샨시성 인구 3,750만여 명 중 99.5%가 한족이며, 이슬람을 믿는 후이족 등 소수민족은 0.4~0.5%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샨시성과 접경한 중국 화북지역인 산시성(山西省)의 경우, 작년 12월 IS와 연계된 것으로 파악된 이슬람 급진단체 '이지라터' 소속 대원 4명이 공안에 검거되는 일이 발생했다.

닝샤후이족자치구는 중국에서 무슬림이 가장 많이 집중된 '중국 이슬람의 본거지'로, 인구 630만여 명 중 62%는 한족, 34%는 후이족이다. 닝샤후이족자치구의 주도 '인촨'은 중국 공안 특수부대들이 테러 진압 훈련을 해 온 지역이며, 지난 2012년에는 중국 공안이 이슬람 사원을 강제로 철거하자 후이족의 저항으로 2명이 사망하고 50명이 부상당하기도 했다.

칭하이성(주도 시닝)은 인구 562만 명 중 54.5%가 한족, 20.7%가 티베트인, 16%가 후이족 등이며, 티베트 고원의 북동쪽으로 역사적으로 중국이 직접 지배하지 않았으며 대부분 티베트에 속했었다.

중국 무슬림 할랄관광상품
▲중국 4대 이슬람 사원인 청진대사의 석패방. 중국식 이슬람 사원이다. ⓒflickr/Omar A.

중국의 또 다른 이슬람 지역 신장웨이우얼자치구

한편 중국의 화약고로 알려진 신장웨이우얼자치구(주도 우루무치)는 인구 2,130만여 명 중 45.2%가 위구르족, 40.6%가 한족, 6.7%가 카자흐족, 4.5%가 후이족이다. 인종과 언어가 한족과 이질적인 위구르족은, 주로 특정 지역에 모여 사는데, 신장 북부보다는 남부에 많다.

작년 11월에는 신장웨이우얼자치구의 위구르족 300여 명이 IS에 가입해, 중국 당국의 보안과 경비에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신장웨이우얼자치구는 작년 말 전국민인민대표대회에서 반테러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테러 근절을 위한 입법 지원 활동에 앞장서기도 했으며, 극단 종교주의를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인종과 언어의 차이 및 일부 분리 독립주의자들의 테러와 폭동으로, 중국 정부가 통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