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 삭이는 게 신앙의 본? 목회자도 털어놔야 건강해져”

송경호 기자  7twins@naver.com   |  

미래목회포럼, 목회자 탈진과 교회 회복에 답하다

▲미래목회포럼 제19-5차 정기포럼이 ‘다음 세대와 한국교회의 회복 방안: 팬데믹 이후 목회자 탈진’을 주제로 5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열렸다. 이사장 이상대 목사가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송경호 기자

▲미래목회포럼 제19-5차 정기포럼이 ‘다음 세대와 한국교회의 회복 방안: 팬데믹 이후 목회자 탈진’을 주제로 5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열렸다. 이사장 이상대 목사가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송경호 기자
교회를 개척해 잘 성장시켜 온 A목사는 믿고 지내 온 장로 두 사람과 심한 갈등을 겪으면서도 “목회자는 화를 내면 안 된다”고 믿었다. 부딪히는 횟수가 잦아지고 결국 부정맥을 앓게 됐다. 교인을 대하거나 설교를 준비하는 일 모두 예전처럼 힘이 나지 않아 목회를 그만둘 즈음 집단 상담에 참여했다. 공감하고 위로해 주는 이들에게 마음 속 깊이 묻어둔 분노를 가감 없이 표출했고, 이후 “부정맥이 없어졌다”고 연호했다. 그러면서 장로들의 진심도 이해하게 됐고, 그간의 무기력함에서 완전히 벗어나 힘차게 목회하게 됐다.

심리학 전문가로서 8년간 수많은 목회자와 사모들을 상담해 왔던 한성렬 고려대학교 명예교수(상담목회 아카데미 <예상>, <예맘> 원장)가 소개한 목회자 사례 중 하나다. 한 교수는 “흔히 목회자가 상담을 받는 것은 나약하거나 믿음이 적은 행동이라 오해한다”며 “그러나 상담은 오늘날 목사들이 소진에서 벗어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찾을 수 있는 첫 번째 단계”라고 강조했다.

‘지쳐 있다’는 목회자 63%

미래목회포럼(이사장 이상대 목사, 대표 이동규 목사) 제19-5차 정기포럼이 ‘다음 세대와 한국교회의 회복 방안: 팬데믹 이후 목회자 탈진’을 주제로 5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코로나19 이후 한국교회를 둘러싼 부정적 지표들이 잇따르는 상황에 대해, 목회자의 탈진을 회피하기보다 이를 공론화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대두됐다.

코로나 이후 한국교회의 변화와 목회자 상황을 진단한 지용근 대표(목회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 대비 한국교회의 상황은 낙관보단 비관에 가까웠다. 현장예배 회복률도 86%(교회학교는 79%) 선에서 정체기를 맞이했으며, 목회자 5명 중 3명 이상이 교회 존립을 걱정했고, 현재 속도라면 향후 10년 뒤 개신교인은 인구의 10%대로 추락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번아웃’된 목회자들의 현실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2021~2022년도 주요 설문에 따르면, 자신의 영적 상태가 ‘지쳐 있다’고 답한 이들은 63%에 달했다. 약 10%는 고민을 함께 나눌 동료 선후배 목사조차 없는 고립된 상황이었다. 목회자의 45%가 최저임금 이하의 사례비를 받고 있으며, 재정 및 교인감소, 업무량 과다, 건강, 교인과의 갈등에서 스트레스를 겪고 있었다.

▲한성렬 고려대 명예교수가 &lsquo;목회자 소진과 상담&rsquo;을 주제로 발언하고 있다. ⓒ송경호 기자

▲한성렬 고려대 명예교수가 ‘목회자 소진과 상담’을 주제로 발언하고 있다. ⓒ송경호 기자
성직자로서 심리적 압력 강해

‘목회자 소진과 상담’을 주제로 발제한 한성렬 교수는 “목회자의 소진은 목회 역할을 수행하면서 겪는 육체적, 정신적, 감정적인 어려움과 피로에서 기인한다”며 “목회자는 영적 지도, 가르침, 진실한 관계 형성, 위로, 조언, 기도, 교회 운영에 대해 거의 모든 책임을 맡는다. 유능한 목사가 되기 위해서는 소위 ‘다중처리능력’이 필요한 직업”이라고 했다.

그는 “마음이 병들면 나보다 주위 사람들이 더 많은 고통을 느낀다. 마음이 건강한 상태를 이해하기 위해선 먼저 마음이 병든 상태를 알아봐야 하는데, 한국 사람들이 제일 많이 앓는 마음의 병은 화병(火炳)”이라며 “마음의 건강을 유지하는 법은 화를 쌓아두지 말고 ‘말’로 푸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목사도 대표적인 감정 노동에 속한다. 당연히 목회하면서 사람들과 갈등하고 화나는 것은 당연한데, 그 화를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못한다”며 “목사는 성직자로서 자의식과 책임감이 강하고 신앙은 물론 일반 생활에서도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심리적 압력이 강하다. 특히 ‘원수까지 사랑하라’는 말씀을 모범으로 보여야 하기에 화를 드러내지 못하고, 잘못이 명백해도 시시비비를 가리기보다 용서와 관용의 본을 보여야 하기에 감정과 행동이 일치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했다.

한 교수는 “마음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마음 놓고 상담받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 예수님도 ‘놀라운 상담자(마11:28~30’로서 많은 사람들을 상담해 주셨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힘들 때에는 하나님께 상담받기도 하셨다(막14:38)”며 “예수님을 본받아 살기를 누구보다 소망하는 목회자도 힘들고 화날 때가 있다. 이때 예수님처럼 주저없이 상담받으면 하늘에서 오는 힘을 받아 소진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태아‧영아부에 집중하라

‘교회의 다음 세대 진단, 돌봄, 치유, 회복’을 주제로 발제한 강은주 교수(총신대 유아교육학과, 마음경영학회장)는 먼저 태아부와 영아부에 집중 투자할 것을 권유했다. 성경과 1년 52주를 예배에 참여하며 성경과 말씀, 자녀교육에 대해 2~5년 철저하게 교육하는 부모교육기관은 세상에 어디에도 없으며, 또한 예비부부나 젊은 부부를 교회로 이끄는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자녀가 성장하며 유치부 유초등부 중고등부에 부모도 함께 승급하면서 주일학교 교사로 섬기게 되면 가장 이상적 부모교육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가장 작지만 중요한 셀인 가정이 건강해야 교회도 건강할 수 있다는 취지로 가족 중심의 교회학교를 만들 것, 다음세대를 위한 지역사회(생활영역) 공동체 연계로 소통을 통한 비전을 심어줄 것, 방과 후 갈 곳 없는 유소년, 청소년들을 위한 방과 후 공부방, 상담센터, 운동시설 개설 등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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