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앞두고 ‘장기기증의 날’ 기념행사 ‘Reborn, Restart’

김신의 기자  sukim@chtoday.co.kr   |  

“최대 9명 구할 수 있다” 의미 담아 9일… 올해는 추석 겹쳐 3일 행사

▲퍼레이드에 참석한 장기기증 희망등록자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퍼레이드에 참석한 장기기증 희망등록자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여보, 천국에도 휴가가 있어서 1년에 한 번쯤은 우리 가족들 곁에 머물다 갔으면 좋겠어.”

계절이 변할 때마다 남편의 옷을 깨끗이 세탁해 옷장에 걸어두는 정순이 씨(48세)는, 9월 3일 오후 1시 서울시 중구 청계광장에서 진행된 2022년 장기기증의 날 기념행사 ‘Reborn, Restart’에 참여해 남편 안경상 씨에 대한 그리움을 토로했다.

故 안경상 씨(기증 당시 46세)는 지난 2020년 갑작스런 뇌출혈로 쓰러져 뇌사 상태에 빠진 후, 폐, 간, 신장 등 장기를 기증해 5명의 생명을 살렸다. 안 씨가 세상을 떠나고 난 뒤 줄곧 전업주부로 지내던 정 씨는, 보육교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홀로 중학생, 대학생인 두 자녀를 키우고 있다.

3일 청명한 가을하늘을 바라보던 정 씨는 “하늘을 볼 때마다 그곳에 있을 남편이 그립다”며 “1년에 한 번만이라도 가족들 곁에 다녀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어 “남편의 장기를 이식받은 분들이 누구인지 알 수는 없지만, 같은 하늘 아래서 살아가실 것이라 생각하면 위로가 된다. 남편이 좋은 남편, 좋은 아빠였던 만큼 장기를 이식받으신 분들도 누군가의 사랑하는 가족으로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아가기를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1년에 단 하루만이라도 장기기증을 통해 수많은 생명을 살린 기증인을 기리고 장기이식만을 간절히 기다리는 환자들의 상황을 돌아보고자 지정된 장기기증의 날은, ‘뇌사 시 장기기증으로 최대 9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아 9월 9일이다. 올해 9월 9일은 추석 연휴인 관계로, 9월 3일 서울특별시가 주최하고 (재)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하 본부)가 주관하는 장기기증의 날 기념행사 “Reborn, Restart(새 생명, 새 출발)”가 진행됐다.

장기기증을 통해 새 생명을 전한 뇌사 장기기증인의 유가족 및 생존 시 장기기증인과 그들의 사랑으로 두 번째 삶을 시작하게 된 이식인들이 기념행사에 함께하며, 추석을 목전에 두고 생명나눔으로 가족이 된 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도너패밀리 최병수 씨와  도너패밀리 정순이 씨에게 생명의 별을 전달하는 최재형 국회의원.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도너패밀리 최병수 씨와 도너패밀리 정순이 씨에게 생명의 별을 전달하는 최재형 국회의원.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오후 1시부터 진행된 기념식에는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이하 도너패밀리)에게 ‘생명의 별(기증인의 사진이 담긴 별 모양의 크리스탈패)’이 전달됐다. ‘생명의 별’은 이날 본부 고문으로 위촉된 최재형 국회의원이 뇌사 장기기증인 故 안경상 씨의 아내 정순이 씨와 故 이금례 씨의 아들 고승민 씨, 故 채수영 씨의 아버지 채광석 씨, 故 조용성 씨의 어머니 최정아 씨, 故 최동영 씨의 아들 최병수 씨에게 전달했다.

이밖에도 신장과 간을 모두 타인에게 기증한 표세철 목사(60세, 남)와 국내에서 유일하게 아들과 함께 타인에게 신장을 기증한 엄해숙 씨(69세, 여) 등 생존 시 장기기증인 16명도 참석했다. 엄 씨는 “신장 기증 수술이 떨리거나 두렵기보다는 누군가를 살릴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뻤다”며 “이후 내 모습을 본 아들이 타인을 위해 신장을 기증해 무척 보람 있었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이날 장기를 이식받아 두 번째 삶을 시작한 이들도 함께하며,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담은 장미꽃을 기증인과 도너패밀리에게 전했다. 뇌사자로부터 폐를 이식받은 전길권 씨(67세)는 건강한 모습으로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들 앞에 서 감사 편지를 낭독했다.

그는 “투병하는 동안 소원은 편히 누워 잠을 자보는 것이었다. 누우면 가래가 차올라 한 순간도 편하게 잠을 자본 적이 없다”며 “이제는 기증인의 건강한 폐 덕분에 편안히 잠을 자는 것은 물론, 등산도 할 수 있을 만큼 건강을 회복했다. 앞으로 남은 일생을 기증인께 보답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겠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는 마음을 전했다.

전 씨는 30년 넘게 투병 생활을 이어오다 삶의 끝자락에서 한 뇌사 장기기증인의 폐를 이식받고 건강을 되찾았다. 또한 9월 3일이 신장을 이식받은 두 번째 생일이라는 민명혜 씨도(65세) 참석해 “혈액투석이라는 고통스러운 치료를 끝내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주신 기증인께 정말 감사드린다. 기증인은 저에게 두 번째 인생을 선물해주신 또 다른 부모님이나 마찬가지”라는 소감을 전했다.

▲퍼레이드에 참석한 장기기증 희망등록자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퍼레이드에 참석한 장기기증 희망등록자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이어서 오후 2시부터는 퍼레이드가 펼쳐져 생존 시 장기기증인, 도너패밀리, 장기이식인, 장기기증 희망등록자 및 일반 시민 200여 명이 두 개 조로 나뉘어 생명나눔의 소중함을 알리는 피켓과 풍선을 들고 청계광장에서 광교까지 걷는 퍼레이드를 진행한다. 이번 퍼레이드는 본부 등록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진 만큼 의미가 남다르다.

퍼레이드가 끝나는 오후 2시 30분부터는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청계광장에서 생명나눔의 가치를 알리는 부스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장기기증에 대한 정보를 알리는 교육 부스와, 장기기증의 날 역사박물관, 생존 시 신장기증의 역대 기록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리빙도너 갤러리’, 생명나눔을 결정한 도너패밀리의 일상을 담은 사진전 ‘장미하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장기기증의 필요성을 시민들에게 전했다.

한편 2022년 6월까지 국내 장기기증 희망등록자는 31,565명으로 2021년 한 해 등록자 88,865명의 36% 수준에 머물렀다. 코로나19가 시작된 지난 2020년 한 해 등록자는 67,160명으로 2005년 이후 처음으로 7만 명 아래로 떨어졌으나, 지난해에는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방영 등으로 7~9월 등록자가 증가함에 따라 8만 명을 넘어섰다. 그러다 올해는 다시 2020년 수준의 장기기증 희망등록률을 보이고 있다. 또한 실제 뇌사 장기기증인 역시 2020년 478명, 2021년 442명으로 줄어들었고, 올해 6월까지는 214명이 세상을 떠나며 뇌사 장기기증을 실천했다. 반면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는 올해 6월 기준, 47,666명으로 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한 대대적인 홍보 캠페인이 절실한 상황이다.

본부 이사장 박진탁 목사는 “장기기증의 날을 맞아 서울시와 함께 일반 시민들이 주축이 되어 생명나눔의 소중함을 전할 수 있어 매우 뜻깊다”며 “장기기증의 날 행사를 통해 도너패밀리에게는 장기기증의 자긍심을, 이식 대기자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기를 고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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