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희망연대 공동대표이기도 한 한태수 목사는 ‘대한민국이 아플 때 한국교회가 바로 그곳에 있었다’고 자신있게 말하고 싶다고 이야기 했다. ⓒ 송경호 기자

얼마 전 은평성결교회(담임 한태수 목사)의 임직예배 소식은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2백여 명의 임직자들은 임직헌금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하기로 결정함으로써 이전의 관습에 따른 명예와 감투가 아닌 ‘내어놓음’을 택했다.


교회 창립 46주년을 맞아 열린 임직 감사예배에서 4명의 장로와 157명의 남녀 권사, 40명의 안수집사들은 자신들의 헌금 대부분인 6천5백여만원을 어려운 이들을 지원하는 데 사용하기로 만장일치로 뜻을 모았다.

이들은 헌금을 먼저 역촌초등학교, 명지중고등학교를 비롯해 지역의 5개 학교 학생들의 장학금으로 지급했다. 또한 해외 선교사 및 외국인근로자 치료를 위해 세브란스 병원에 1천만원의 후원금을 지원했으며 은평구청을 통해 지역주민들에게도 이 같은 뜻을 나눴다.

뿐만 아니라 지난달 21일 한국교회희망연대 주최로 열린 ‘장애인들과 함께하는 행복한 금강산 나들이’에서는 교회에 배정된 25명의 장애인들의 모든 활동비와 이들을 돕는 봉사자들의 활동비를 전액 제공했으며, 교회가 그간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북한 양강도 고아원 및 결핵어린이 지원과 희귀질환 목회자 자녀 장기이식수술 지원에도 힘을 더했다.

임직을 전후해 계속되는 섬김에 부담을 느낄 법도 하지만 누구보다 기쁨을 나타낸 건 당사자들이다. 담임 목사의 뜻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한 임직자들은 누구 하나 반대하지 않았고, 타 교회에 본이 되는 은평성결교회의 임직식 문화는 이렇게 자리잡혀갔다.

은평성결교회가 교회 비전을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교회로 전환한 것은 3년 전 한태수 목사가 부임하면서부터다. 하지만 한 목사와 은평성결교회의 나눔에 대해 이야기하기에 앞서 먼저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한국교회희망연대다.

지난해 평양대부흥 1백주년을 맞아 한국교회 전반에 대부흥의 염원이 가득할 때 갑자기 발생한 아프간 피랍사태는 당사자인 샘물교회뿐 아니라 전체 한국교회와 사회에도 커다란 아픔이었다. 하지만 그 아픔은 곧 분노로 변해 안타깝게도 한국교회를 향해 표출됐고, “한국교회가 나라에 도움 준 것 하나 없이 피해만 안겨준다”는 가슴 아픈 비난이 퍼부어졌다.

한국교회희망연대(이하 한희년)는 그러한 때에 한국교회가 좀 더 단합해서 사회를 섬기는 뜻을 실현하자는 취지에서 12개 교단의 힘을 모아 탄생했다. 한 목사는 한희년의 6명 공동대표 중 한명으로 헌신에 앞장섰다. 한 목사는 당시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대한민국이 아파할 때 한국교회는 어디에 있었냐고 물을 때 ‘거기 있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하고 싶었습니다. ‘우리 민족과 나라가 어려움을 당했을 때 바로 그곳에 있었다’고요.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어려움을 겪는 지역으로 떠났습니다. 우리 교회도 태안반도 기름제거 봉사에 그간 9번이나 다녀왔습니다. 성도들은 모처럼의 휴일도 반납하고 장애인들과 금강산도 다녀왔지요”

하지만 한 목사는 한국교회가 무조건적으로 비난받는 이유에는 한국교회의 잘못도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개교회주의였다. 하나되지 않고 분열된 개교회의 헌신은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기 충분치 못했다.

“한국교회는 소위 ‘통’이 좀 작습니다. 진리를 제외하고는 모든 것을 수용할 수 있는 폭넓은 생각을 가져야 하는데 종파, 교파가 나뉘어 자신과 다른 것을 아름답게 볼 수 있는 눈이 없어요. ‘한국교회’라는 하나된 이름으로 나가지 못했기 때문에 그만큼 인정받지 못했죠”

특히 한 목사는 현재 한국교회를 진단내리면 ‘중병’에 걸렸다고 말했다. “교회도 사람이 모이는 곳이니 이기적인 욕망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할 순 없습니다. 실제 90년대 말 이미 독일 연구소에서 한국교회를 진단했는데 매우 건강치 못하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런 것이 겹쳐 교회만 배불리 한다는 느낌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몸부림치고 힘써야 합니다.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21세기의 주체는 큰 교회가 아니라 건강한 교회입니다.”

그렇게 교계 지도자들과 함께 한국교회가 하나로 힘을 합할 수 있는 봉사 단체를 만들자고 뜻을 모았다. 하지만 또 하나의 걱정스런 부분이 있었다. 목회자들이 새로운 감투를 만들어 내려 한다는 우려였다. 그래서 한희년 목회자들은 규칙을 세웠다.

“‘한국교회만 내세우자. 긴급 재난시 명분 때문에 뜸들이지 말자. 우리끼리 싸우는 일은 없도록 하자.’ 모두 같은 생각이었고 감투싸움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공동대표들도 사실 분과위원 밑에서 섬기는 일이라고 볼 수 있죠.”

한 목사는 선교와 나눔 봉사에서만큼은 교단을 초월해 공통분모를 갖고 하나되어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직이 하나로 되어 있는 천주교와 같이 한 마음이 된다면 대사회적으로 큰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교회 창립 46주년을 맞아 임직 감사예배에서 4명의 장로와 157명의 남녀 권사, 40명의 안수집사들은 이날 자신들의 헌금 대부분인 6천5백여 만원을 어려운 이들을 지원하는 데 사용하기로 만장일치로 뜻을 모았다. 사진은 은평성결교회 전경

한국교회를 향한 이 같은 다짐은 3년이란 짧은 시간 안에 은평성결교회 안에도 고스란히 투영되었다. 한 목사 부임 후 갖는 첫번째 임직식을 앞두고 한 목사는 임직자들이 내어놓은 헌금으로 당사자들이 좋은 옷을 해 입는 것이 자칫 고귀한 직분을 사고파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그렇다고 소중한 직분을 아무런 헌신 없이 받아들이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은 데다 자신들만의 잔치로 끝나는 것도 내키지 않아 이를 사회봉사에 사용하자는 방안을 내어놓았다. 그러자 행사가 끝난 이후 가장 좋아한 이들이 바로 임직한 당사자들이었다고 한다.

부임 후 1년여 지났을 때 한 목사는 섬김과 나눔을 향한 은평성결교회의 다짐을 담아 ‘21C 은평교회 비전’을 선포했다. 이때 선언한 7개의 비전 중 세 가지가 나눔에 대한 다짐으로 ‘장애인도 충분히 행복하고 대우받는 교회(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사랑으로 세워주는 교회), 황혼이 더욱 행복하도록 이끌어가는 교회(노인복지에 심혈을 기울여 전인적으로 세워주는 교회), 내 지역을 책임지고 섬기는 지역사회의 중심이 되는 교회(내 지역에 속해 있는 모든 사람들(불신자 포함)을 책임지고 돌보며 섬기는 교회)’가 그것이다.

한희년이 준비한 봉사 모임에는 온 성도가 적극적으로 앞장섰다. 서해안 태안반도 기름제거만도 지금까지 9차례나 동참했다. 지난 4월에는 교회에 배정된 25명의 장애우들과 함께 교회 봉사자들이 금강산 나들이에 나섰다. 장애우들과 함께하는 산행이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었으나 봉사자들은 “생애 최고의 순간”이었다며 입을 모았다는 게 한 목사의 설명이다.

은평성결교회 베데스다 선교회는 장애우들을 위한 특별한 모임이다. 교사 1명에 학생 2명을 둘 정도로 많은 관심을 쏟고 있으며 지적 장애, 육적 장애아들을 위해 토요일마다 특수 교육과 훈련을 함께하고 주일예배는 일반 성도들과 함께 드린다. 처음에는 어색해 하던 성도들도 이제는 함께하는 게 일상처럼 자연스러워졌다.

은평성결교회의 나눔에는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이 구별되지 않는다. 오히려 믿지 않는 이들을 위한 마음이 더 넓게 자리잡혀 있다. 이번 임직자 헌금으로 후원한 신진과학고등학교는 미션스쿨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과학기술 인재 양성의 취지에서 선뜻 이 같은 뜻을 담았다. 지난해는 역촌초등학교의 백혈병 어린이를 위해 치료비 전액인 2천여만원을 지원하기도 했었다.

무엇보다 청년들의 적극적인 봉사를 보는 한 목사의 마음은 보다 흐뭇하다. 은평성결교회 청년들은 약 3백여 명이 한 지역을 선정해 2, 30명씩 팀을 지어 봉사활동을 펼친다. 방학이 되면 편히 쉬고 여행을 가도 부족할 나이에 지역 어르신들과 함께 농사를 지어주고 공연을 펼치는 젊은 청년들을 보면 보람으로 가득해진다.

또한 지역의 노인들이 건강한 노후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실버스쿨을 운영하며 어린이들이 건전한 공간에서 교육받을 수 있도록 방과 후 교실을 운영 중이다. 노숙자들에게도 교회의 문이 활짝 열려 있어 주일마다 점심을 제공한다. 7그릇을 요청해도 넘치듯 부어준다는 것이 한 목사의 설명이다. 이외에도 농수산물 직거래 장터를 개설에 주민들에게 선사하고 미용봉사실 센터를 운영해 노인들을 지원하고 밑반찬을 만들어 제공하기도 한다. 천재지변으로 인한 재난시에도 구호팀을 운영해 구호에 앞장서고 있다.

“이 시대와 내 민족을 책임지고 섬긴다”은 은평교회 사명을 손수 선언한 한 목사는 어려움 속에서 시대의 아픔을 같이 하고 남의 일이 아닌 나의 일처럼 함께 하는 것이 교회의 사명이라고 말한다. 보이진 않지만 그러할 때 한국교회가 언젠가 많은 이들에게 하나님께 영광을 돌릴 것이라는 다짐이다. 한 목사는 마지막으로 “‘앞으로 교회가 이 지역에 있었기에 좋았더라’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교회를 만들고 싶습니다”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