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영 교수. ⓒ크리스천투데이 DB

총체적복음사역연구소(Holistic Gospel Ministry, 소장 김광열 교수) 산하 ‘하나되고 성숙한 교회 세우기 연합 사역본부(Unified & Mature Church Network·이하 하성연)’ 주최 봄 정기 세미나가 8일 용인 양지 총신대 신학대학원 3세미나실에서 개최됐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성장 이후기 바람직한 교회 생태계를 위한 방안’을 정재영 교수(실천신대)가, ‘대형교회의 역기능과 그 대안으로서 성숙한 작은교회’를 양현표 교수(총신대)가, ‘아름다운 숲을 이루는 목회’를 이문식 목사(광교산울교회)가 각각 발제했다.

김광열 소장은 인사말에서 “지난 세기 전 세계 교회들에게서 주목받던 한국교회의 놀라운 성장의 모습들이 다 사라지고 모든 면에서 위기에 처하게 된 현실 앞에, 우리는 통회 자복할 뿐 아니라 이제는 정신을 가다듬고 성경적 대안을 찾아야 한다”며 “이번 세미나를 통해 대형교회와 작은교회를 막론하고 한국교회 모두가 각자 자신의 모습을 성찰하고 성경적 교회관을 회복해 조국 교회들이 성숙한 모습으로 거듭나기 위한 대안들을 찾으려 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이후 세미나에서 정재영 교수는 “10년마다 실시되는 인구센서스의 2015년 결과에서는 개신교가 천주교보다 적어질 우려가 나오는 상황으로, 한국교회는 이제 성장 이후기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양적 성장은 유럽과 미국 교회가 그랬듯 무한정 성장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이미 시작된 하강 곡선의 경사도를 완만하게 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보다 근본적으로는 교회 성장에 얽매이기보다 질적 성숙과 공교회성에 입각한 교회 생태계의 관점에서 새롭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재영 교수는 성장이 멈춘 한국교회가 직면한 문제들로 △귀속감 저하와 출석 동기 다양화, 관료주의화 등으로 인한 교회 제도화의 딜레마 △공공성 부재로 인한 교회 공신력의 약화 △가나안(안 나가) 성도 문제 등을 꼽았다. 이 같은 문제들 이면에는 교회 공동체성의 약화가 있다. 정 교수는 “한국교회 성장의 이후에는 교회 공동체성의 약화라는 중대한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며 “기성 교회가 제도화의 딜레마를 극복하고 보다 수용성 있는 공동체 환경으로 전환되는 것이 교회를 떠나는 이들을 근본적으로 줄이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공동체성에 대해, 그는 ‘교회 생태계’라는 용어를 꺼냈다. 일반 생태계와 마찬가지로, 교회들의 관계도 생태계처럼 연결돼 있어 직·간접으로 영향을 주고 받는다는 것. 이에 대해선 “교회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다양한 개체와 주체들이 서로에게 건강한 영향을 미치며 도움이 되고 있는가 하는 측면에서 개교회 뿐 아니라 전체 교회의 공동체성(공교회성)을 생각할 수 있다”며 “그러나 지금은 큰 교회로 교인들이 몰리고 작은 교회에는 교인들이 더욱 줄어드는 이른바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양극화의 주 원인은 ‘수평이동’으로, 이는 포화상태에 이를 정도로 교회들이 많이 생겨나면서 교인들이 많은 교회들 가운데 하나를 소비자 입장에서 시장에서처럼 자유롭게 취사선택할 수 있게 됐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다. 그는 “대형교회는 익명성이 보장돼 부담 없이 교회생활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유리할 수 있지만, 점차 유동성이 증가하고 파편화되는 현대 사회에서는 사람들에게 점차 공동체를 추구하는 욕구가 증대할 것”이라며 “그러므로 멀리 바라보면 대형교회보다는 아래로부터의 의사소통이 가능한 회중 중심의 중소형 교회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고, 가나안 성도의 증가는 이를 방증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점에서도 대형교회와 작은교회가 상생하고 공교회성을 향상시킬 방안이 시급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연구소 제공

바람직한 교회 생태계를 위한 방안으로는 먼저 ‘공동체성 회복에 적합한 작은교회 구조’에 대해 설명했다. 정재영 교수는 “기존 성장주의 패러다임으로 교회를 운영한다는 것은 더 이상 적실성을 갖지 못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며 “이제 한국교회는 생태계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현실을 분석하고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할 상황”이라고 전했다. 여기서 ‘작은교회의 가능성’이 발견되는데, 이는 교회의 본질적 특성이자 성경에서 말씀하는 ‘공동체로서의 교회’에 보다 가깝기 때문이다. 그 기준은 성도 수 250명 이하이다.

정 교수는 “이런 점에서 작은교회는 단순히 규모가 작은 교회라기보다, ‘교회의 공동체성을 중시하는 작은교회의 가치를 존중하고 그 의미를 추구하는 교회’라고 보는 게 옳다”며 “이렇게 작은교회의 정신을 추구하는 것이 현재 한국교회가 직면한 많은 문제를 극복할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작은교회의 강점으로는 △교회 공동체성 구현에 유리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역동적 참여 가능 △아래로부터의(bottom up) 리더십을 통해 쌍방향 의사소통 구현 △지역사회와의 근접성 등을 꼽았다. 그는 “사회봉사에 반드시 거대 자금이 필요하거나 대형교회만이 이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며 “작은교회들이 사회봉사와 사회활동에서 제 역할을 담당할 때 한국교회는 공공 종교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게 되고,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공공 영역이 확장될 것”이라고 했다.

‘작은교회와 중대형 교회와의 연계’도 제시했다. 정 교수는 “작은교회는 먼저 자존감을 회복해 큰 교회가 되지 못했다는 열패감을 딛고, 작은교회로서의 성경적 가치와 존엄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하지만 작은교회라도 권위적 리더십을 앞세워 교인들을 단순히 목회 대상으로 여기는 독단적 목회를 한다면 공동체의 의미와는 매우 멀어질 것이고, 이런 점에서 큰 교회라도 ‘교회 안에 작은 교회(ecclesicia in ecclesia)’의 정신에 따라 공동체 회복에 힘쓴다면 얼마든지 연대하고 협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1차적으로는 작은교회들 사이의 연합활동들이 필요하고, 작은교회들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전개되는 지역 운동에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며 “이와 관련해서 지역 교구협의회 등의 활동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작은교회들의 자원이나 인력 부족을 큰 교회들과의 네트워크로 극복하는 방안도 있다. 그는 “대부분 중대형교회들이 작은교회들에 5-10만원을 후원하고 이는 대부분 목회자 생계비로 사용되는 게 현실로, 생계 자체가 쉽지 않은 현실에서 많은 도움이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를 통한 규모 있는 사역이나 활동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의미 있는 사역 계획을 가진 작은교회들을 발굴해 규모 있는 재정과 인적 자원을 지속적으로 지원해 지역에서 뿌리내리도록 돕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정재영 교수는 마지막으로 “큰 교회가 성장과 이익을 위해 주변 다른 교회를 고려하지 않고 활동한다면, 결국 교회에 대한 인식이 나빠져 전체 한국교회에 악영향을 미치고 공멸할 수 있다는 인식이 필요하다”며 “그러므로 작은교회 정신이 하나의 존재 양식 또는 교회 문화로 자리잡도록 확대 재생산함으로써, 새로운 대안 문화가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세미나에서 양헌표 교수(가운데)가 발제하고 있다. 양쪽에는 이문식 목사(왼쪽)와 정재영 교수. ⓒ연구소 제공

양현표 교수는 작은교회의 순기능으로 △관계 지향적 교회 설립 △참된 목회 가능 △제자화 △미래 대안 등을 열거하면서, 작은교회들을 위해 △바른 교회론과 정체성 △정책 수립과 지원 △교회성장 패러다임 변화 △분명하고 특화된 사역에 대한 집중 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양 교수는 “20세기 후반 대형교회가 출현하기 전까지 거의 모든 교회는 작은교회의 범주에 속했고, 동네를 대상으로 전도와 목회를 하면서 동네에 봉사하면서 서로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며 “이러한 시절을 통해 놀랍게 성장한 한국교회는 그 시절로 돌아가 동네 안에서 기능을 감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문식 목사는 자신의 교회 개척 및 분립 경험을 바탕으로, 건강한 중형교회가 어떻게 건강한 작은교회를 계속 분립할 수 있을지에 대해 전했다. 이에 대해 그는 △분립에 관한 확실한 비전을 온 교회가 공유한다 △분립 개척에 관한 장기 재정 계획이 선행돼야 한다 △분립 개척을 위한 지도력 양성이 선행돼야 한다 △분립 개척 1년 전에는 당회 안에 공식적인 교회개척위원회를 설립한다 △교회 분립시 목회자 개인에 의한 개척이 아닌, 공동체적 개척임을 분명히 한다 △세 차례 부목사 중심의 분립은 지역사회에서 함께 선교 동역하는 의미에서 근거리 개척을 허락했다 △분립 교회의 지역 선정은 선교적 부르심과 연관돼 있다 등으로 설명했다.

발제 이후에는 권영만 목사(용인시냇가교회)가 ‘가족 같은 교회 공동체 세우기’, 이경민 목사(와우카페교회)가 ‘물과 같이 캠퍼스와 일터를 선교하는 교회! 주향기 wow!’, 박종용 목사(예수마을교회)가 ‘은혜와 사랑의 예수마을교회’를 각각 사례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