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륜교회 김은호 목사
▲오륜교회 김은호 목사는 책 <하나님의 사람이여, 도전하라>에서 “우리는 결과를 보기 전에는 그분의 섭리를 알 수 없다. 그래서 순간순간 원망하고, 불평하고, 좌절할 수 있다”며 “하지만 뒤를 돌아보라. 내 삶을 지켜온 하나님의 섭리가 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경호 기자
오륜교회 김은호 목사는 12월 65세 조기 은퇴 후 본격적인 2기 사역을 시작할 계획이다. 타이어를 갈아 끼운다는 의미의 ‘은퇴(retirement)’ 이후, 김은호 목사는 ‘DNA 미니스트리’를 설립해 한국교회 목회자와 성도, 해외 선교사 등을 섬기고 그들에게 흘려보내는 사역을 이어간다. 2기 사역의 ‘네이밍’까지 완료한 것은, 구체적 사역의 목표와 방향까지 이미 정해졌다는 의미일 것이다.

DNA는 이니셜이다. 먼저 ‘D’는 ‘다니엘(Daniel)’. 김은호 목사와 다니엘은 이미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그는 다니엘에게서 ‘누구에게서도 찾을 수 없는 영적 DNA’를 발견하고, 이를 전수하기로 했다.

두 번째 ‘N’은 다음 세대, ‘넥스트 제너레이션(Next Generation)’이다. 다음 세대 목회자나 외국에 나간 선교사들에게도 다니엘의 거룩한 영적 DNA를 이식시키려는 것이 목표. 마지막 ‘A’는 ‘액셀러레이터(Accelerator)’, 자동차 운전 시 오른발로 밟는 가속장치다. 추진력을 얻고 도약하게 만들어 주는 장치를 자처해, 한국교회가 한층 높이 뛰고 달릴 수 있도록 ‘부스터’를 달아주겠다는 각오.

요약하면 “다니엘에게 있는 영적 DNA를 우리 다음 세대와 목회자들에게 접목시켜,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2기 사역 목표라고 한다. 다음은 김은호 목사 2기 사역, ‘DNA 미니스트리’의 구체적인 내용.

다니엘의 거룩한 영적 DNA
정체성: 하나님 앞 거룩과 순결
습관: 하루 세 번씩 감사기도
이 시대 영향력 있는 사람으로
21가지 DNA, 책으로 정리할 것
청년국·꿈미, 눈높이 맞게 정리

-2기 사역의 구체적인 내용을 말씀해 주신다면.

“저는 다음 세대를 위해, 그리고 다음 세대 목회자들을 위해 ‘다니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자 합니다.

다니엘서를 묵상하면, 다니엘이 가진 거룩한 영적 DNA가 있어요. 먼저 ‘정체성’입니다. 그가 포로로 끌려가 ‘다니엘’이라는 이름을 ‘벨드사살’로 바꾸게 됩니다. 하지만 그는 벨드사살로 살지 않았습니다. 하나님께 속한 하나님의 사람 다니엘이라는 정체성을 잃지 않았어요. 정체성, DNA가 분명했습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세상이라는 영적 바벨론의 한복판에서 살고 있는데, 오늘 하나님의 사람들이 하나님의 사람이라는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어요. 모든 문제는 거기서부터 시작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무너지고 있는 크리스천들의 정체성, DNA를 심어주고자 합니다.

정체성을 갖게 되면, 이제 뜻을 정해야 합니다. 다니엘은 뜻을 정했습니다. ‘나 자신의 거룩을 위해, 왕의 진미와 포도주를 마시지 않겠다.’ 세상에서의 성공과 출세가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거룩함과 순결을 더 중요하게 여긴 것입니다.

그리고 다니엘에게는 잘 아시듯 하나님께 감사드리는 ‘습관’이 있었습니다. 하나님께 감사했다는 기도 내용이나, ‘전에 하던대로’ 하루 세 번씩 기도했다는 표현 등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것도 다니엘이 가진 영적 DNA입니다.

이런 다니엘의 영적 DNA를 21가지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내년에 책으로 나올 텐데, 21가지 정체성과 DNA를 하나씩 소개하면서 어떻게 우리가 접목시킬지 이야기할 것입니다. 적용은 구호나 공부로 되지 않습니다. 삶의 습관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정리된 내용을 청년국에서 청년들에 맞도록 다시 정리하고, 꿈미(꿈이 있는 미래)에서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해 새롭게 정리할 것입니다.

그렇게 다니엘이 가진 영적 DNA를 21과를 통해 성도들을 훈련시키고 습관을 갖게 만들어, 이 시대에 다니엘처럼 영향력 있는 하나님의 사람들을 세우는 ‘다니엘 프로젝트’를 해 나갈 것입니다. 단순한 성경공부가 아닌 거룩한 습관을 만들어주는 훈련이기 때문에, 한국교회에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목회 계획 위한 전략 컨퍼런스
3040 목회자 멘토링은 투 트랙
현지 찾아 선교사 영성 수련회
유학 없이 상가 개척교회 경험
공감 포인트, 멘토링 요청 이유
다니엘기도회 흔들림 없이 준비

-다른 사역들도 있을까요.

“두 번째로, 매년 10월쯤 ‘목회 전략 컨퍼런스’를 구상 중입니다. 목사님들은 연말이 되면 내년 목회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됩니다. 시대는 변하고 있는데, 시대 변화를 잘 읽어내지 못하는 모습이 있습니다.

그래서 목사님들 대상 컨퍼런스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이슈들을 놓치지 않고 목회의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자 합니다. 목회자 2천여 명을 초청해서 ‘원데이 컨퍼런스’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세 번째로는 ‘3040 목회자 멘토링’입니다. 현장을 다니다 보면, 많은 목사님들이 멘토링을 부탁하세요. 그래서 특히 3040 목회자들을 두 가지 방식으로 멘토링할 것입니다.

하나는 가평 수양관인 ‘오륜 비전빌리지’에 힘들어하는 목사님들 30여 가정을 초청해 2박 3일 동안 같이 지내면서, 위로하고 격려하고 기도하면서 멘토링을 할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교단별로 추천을 받아서, 부산이나 목포 등 지역별로 분기(3개월)마다 한 번씩 계속 만나는 모임입니다. 멘토링이라는 것이 단번에 끝날 수 있는 없기 때문입니다. 분기별 멘토링이지만 때로는 강사님을 모시고, 때로는 책 한 권을 놓고 토론을 하고, 때로는 함께 여행하면서 네트워킹을 하고자 합니다.

한국교회는 교단이나 지역이 다르면 만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많지 않습니다. 다른 목회자들을 만나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멘토링 그룹을 만들어 네트워크를 만들어 드릴 것입니다.”

오륜교회 김은호 목사
▲오륜교회 김은호 목사는 책 <인생의 밤을 만났을 때>에서 “전능하신 하나님의 은혜를 알면 두렵지 않다. 복음의 가치를 드러내는 것이라면 무엇이라도 꿈꾸며, 무엇에라도 헌신할 수 있다”며 “어두운 절망 속에서도 역전을 기대하게 된다. 모든 상황에서 주님을 전적으로 신뢰할 수 있다. 은혜는 하나님의 역사하심과 신실하심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증거”라고 했다. ⓒ송경호 기자
-목회자 멘토링을 생각하게 되신 계기가 있으신가요.

“저보다 훌륭하고 똑똑하고 경험도 많으신 분들이 많은데, 왜 제게 멘토링을 요청하는지 (요청하는 분들에게) 여쭤봤어요. 그분들이 한결같은 대답이 이것이었습니다. ‘목사님은 유학파가 아니잖아요.’ 제가 유학을 가지 않은 부분에 대해 이번처럼 은혜받은 적이 없어요(웃음).

그분들 이야기가 맞습니다. 유학을 다녀와서 큰 교회를 맡으신 분들은, 개척교회 목회자의 심정을 모른다는 것입니다. 교인 20-30명일 때 지하 교회에서 목회하는 목회자의 심정이 어떤지 모르기 때문에, 그런 분들은 멘토링이 불가능하다는 거예요.

그런데 저는 감사하게 유학도 다녀오지 않았고, 상가 개척교회를 해 봤기 때문에 교인 10여 명 있을 때의 목회자 심정을 알고 있거든요. 그래서 그들에게 공감할 수 있고 이야기도 나눌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분들이 제게 멘토링을 요청하시는 것 같습니다.

선교사님들을 위한 영성 수련회도 계획 중입니다. 저희 팀이 1년에 4개국 정도를 찾아가 지역 선교사님들을 2박 3일 정도 좋은 리조트나 호텔에 모셔서 위로해 드리고, 영성 수련회를 통해 그분들을 격려하고 세워 드리면서 자녀들까지 같이 훈련시키고자 합니다.

뿐만 아니라 다니엘기도회도 당장 내려놓으면 여러 혼란도 있을 수 있기에, 지금처럼 계속 준비할 것입니다. 이상이 제 2기 주요 사역입니다.”

다음 세대 소통? 변화 두려워 말자
변하지 않는 절대적 진리의 복음
변화하는 시대 향해 전하는 방법
매년 13-15억 소요, 기도·후원 필요

-3040 목회자들과는 연령대 차이가 좀 있는데, 이 외에도 다음 세대와의 여러 차이들은 어떻게 극복하시는지요.

“제 목회 철학 중 하나가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자’입니다. 진리는 변할 수 없잖아요. 절대적이죠. 하지만 진리를 담는 그릇은 시대마다 새로워져야 하지 않습니까.

변하지 않는 절대적 진리의 복음을 이 시대를 향해 어떻게 전할 것인가를 오늘 목회자들이 고민해야 합니다. 영적 진리는 변할 수 없지만, 이러한 진리를 담고 있는 DNA를 어떻게 다음 세대들이 접근하고 적용하게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아까 말씀드렸듯 청년국과 꿈미에서 그들 눈높이에 맞게 교재를 별도로 만드는 것도 그런 차원입니다. 눈높이가 달라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니엘 프로젝트’라는 책은 한 권이 아니라, 원 텍스트가 있고 청년과 청소년들을 위한 텍스트가 따로 있게 됩니다. 그들 눈높이에 맞춰서 접목해야 하니까요. 영상 등도 따로 준비할 예정입니다.”

-이런 많은 2기 사역을 진행하려면 재정 등이 필요하니, 오히려 담임목사직을 유지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제가 35년 목회를 했는데, 담임목사 역할을 하면서 이 사역을 동시에 진행할 수 없어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장례가 한 번 나도 몇 시간씩 빠지는데, 그걸 메우기조차 쉽지 않아요. 외부 사역은 정해진 시간에 따라서 움직여야 하는데, 담임목사직을 유지하면 다른 일에 신경을 쓸 수 없어요.

심방을 가지 않더라도, 화요일마다 교역자 회의를 해야 하고, 결재하는 시간도 필요하고, 국장들 회의도 있고, 순장들 공부도 있고, 금요기도회도 해야 하는 등 목양국 안에서만 움직이는 사역들이 계속 있기 때문에 외부 사역은 하기 힘들죠.

지금 계획 중인 2기 사역 중에서는 밖에 나가서 하는 것들도 많습니다. 일례로 목회자 멘토링은 교회에서 할 수 없으니 나가야 하고, 선교사 영성 수련회도 1년에 4개국씩 나가야 해요. 다 밖으로 나가는 사역이거든요.

그러면 사역에 소요되는 재정과 맨파워는 어떻게 할지 궁금하실 것입니다. 감사하게도 교회에서 ‘DNA 미니스트리’ 사역에 매년 3억 원 정도를 후원해 주기로 약속해 주셨어요.

장로님들은 좀 더 많이 지원해 주겠다고 하셨지만, 저는 그 정도만 해 달라고 말씀드렸어요. 이런 사역은 돈만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많은 분들의 기도가 함께 필요해요.

오륜교회 김은호 목사
▲오륜교회 김은호 목사는 책 <오늘 하나님을 만나다>에서 “내 힘으로는 고난과 역경을 극복할 수 없고, 세상의 물질과 명예의 꾐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며 “그러나 하나님이 주신 꿈이 분명하면 그 꿈 때문에 고난을 이겨낼 수 있고, 세상의 유혹도 이겨낼 수 있다”고 전했다. ⓒ송경호 기자
정확한 예산은 나오지 않았지만, ‘DNA 미니스트리’ 사역에 매년 13-15억 원 정도 예산이 필요할 것 같아요. 저희 사역이 돈을 받고 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 섬기고 흘려보내는 사역이다 보니, 굉장히 재정이 많이 들어가는 사역입니다.

그래서 저는 성도님들로부터 재정 후원을 받고, 그분들을 회원으로 관리하면서 함께 기도를 나누고자 합니다. 끊임없이 기도를 요청드리고, 진행되는 일들도 알려드리고, 그분들은 기도해 주시고 하다 보면, 교회의 재정 지원과 성도들의 재정 및 기도 후원이 함께해 충분히 감당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목회자들, 교회 성장론 매몰돼
하나님, 각자에게 맡기신 일 있어
소명 분명히, 내 힘으론 목회 안 돼
오륜교회, 비전 때문에 성장시키셔

-끝으로 담임목회의 결승선에 와 계신데, 출발선에 선 후배들에게 조언해 주신다면.

“최근 목회자로 부름받고 사역을 시작하는 분들을 보면, ‘저래 가지고 앞으로 목회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참 많아요. 어떻게 하면 교회를 성장시켜 볼까 하는 어떤 마케팅이나 교회 성장론 등에만 몰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서두에 말씀드렸듯, 목회란 자신의 마음에 있는 것이 흘러가는 것입니다. 하나님과 나와의 관계가 중요하고, 부르심의 소명도 각각 달라요. 예수님도 ‘아버지께서 내게 하라고 하신 일을 이루어 내가 이 세상에서 아버지를 영화롭게 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처럼 하나님께서 각자에게 맡기신 일이 따로 있거든요. ‘누구처럼’ 목회하고, ‘어느 교회처럼’ 돼야 하는 것이 아니잖아요. 하나님께서 나를 부르실 때는, 내게 하라고 맡기신 일이 있어요. 그 일을 이뤄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면 그것이 곧 인생의 성공인데, 목회자들은 다 대형교회 목회자가 되는 것을 성공처럼 여깁니다.

저는 하나님이 주신 비전이 다 다르다고 생각해요. 여호수아와 갈렙도 서로 비전과 사명 달랐던 것처럼, 교회마다 하나님께서 주신 비전이 다르기 때문에 부르심의 소명을 좀 더 분명히 했으면 좋겠습니다. 왜 하나님께서 나를 부르셨는지, 그 부르심의 소명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결코 내 힘으로는 안 된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목회는 죽었다 깨어나도, 내 힘으로 한 영혼도 살릴 수 없고, 한 영혼도 변화시킬 수 없습니다. 성령님께서 역사하지 않으면, 한 영혼도 살릴 수 없습니다. 목회는 내 힘으로 하는 게 아닙니다. 성령님께서 하십니다.

목회자는 부르심의 소명을 분명히 하고, 하나님의 영으로 충만함을 받고, 내 안에 충만함이 있어야 그것이 성도들에게도 흘러가게 됩니다. 내가 주님 때문에 행복해야 성도들도 행복하지, 내 안에 불안과 두려움이 있고 목회하면서 그런 것들을 흘려보내면 성도들이 행복할 수 있을까요?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분명한 소명 의식이 필요합니다. 그들이 하나님의 영으로 충만해지면, 비교하지 않고 행복한 목회자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 비전의 공동체를 이뤄야 합니다.

저희 교회를 보니까 그래요. 하나님께서는 비전 때문에 오륜교회를 이렇게 성장시켜 주셨어요. 하나님께서 주신 비전이 있잖아요. 그 비전 때문에 이 마지막 때에 성도들을 만나게 하셨고, 재정도 주셨고, 우리의 만남도 허락해 주셨어요. 저희 교회가 비전에서 벗어난다면, 지금이라도 존재의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요. 오륜교회는 하나님께서 주신 비전 때문에 존재하는 교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