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I Am Not a Christian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리처드 캐리어는 콜롬비아 대학교에서 고대 로마사로 박사학위를 마친 미국 역사가이다. 그는 회의적이고 합리적인 역사가이자, 예수의 역사성 대부분을 부정하는 학자이기도 하다. 나아가 적극적인 무신론의 대변자이다. 그는 활발하게 토론하고, 글을 쓰고, 자신의 전공을 살려 예수의 역사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두꺼운 책도 출판했다.

그런 그가 총체적으로 왜 자신이 기독교인이 아닌지, 역사적·철학적·과학적 소견을 밝히는 얇은 책을 썼다. 그는 자신이 기독교인이 아닌 혹은 기독교를 믿지 않는 네 가지 이유를 제시한다. 우선 그의 의견을 소개하고 간략하게 그것에 대한 생각을 적어본다.

그에 앞서, 리처드 캐리어가 비판하고자 하는 기독교는 C. S. 루이스가 제시한 '순전한 기독교'이다. '순전한(mere)'이라는 말이 와 닿지 않는다면, 교파를 떠나 다수의 기독교인이 일반적으로 믿고 있는 기독교로 이해하면 된다. 캐리어는 C. S. 루이스의 글을 인용하고, 다소 바꾸어 자신이 비판 대상으로 삼는 기독교를 소개한다.

나(저자)는 C. S. 루이스가 옳았다고 이 책에서 전제할 것이다. "정의상 선하거나 공의롭고", "편애하고, 사랑을 사랑하고 미움을 미워하며 다른 길이 아닌 한 길로 행하기를 원하며", "우주를 생각하고 만들어 낸", "한 분 하나님이 존재한다"는 믿음이 "순전한 기독교"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하나님은 또한 "위대한 이들이 이 세상에서 그릇된 길을" 갔다고 생각하며, 따라서 "다시 그들이 올바른 길로 들어서도록 강요"하며, 이 목적을 이루기 위해 그는 "자신의 거룩한 아들" 예수 그리스도(창조주의 육화 또는 대리인)의 죽음과 부활을 계획했고, 만약 우리가 이 예수를 고백한다면 우리를 "영원한 죽음"으로부터 "구원"할 것이다. 이는 그의 유명한 책 순전한 기독교에서 끌어와 맞추어 인용한 것이다.

위와 같은 기독교의 정의에 대해 반대할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면 그는 구체적으로 무엇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는가?

첫째, 신은 침묵한다. 이 세상에 신의 뜻을 안다고 주장하는 기독교뿐 아니라, 모든 종교가 서로 다른 신의 진리를 주장한다. 진정 사랑이 넘치고 선한 신이 계시를 했다면, 모두에게 그것을 분명히 알게 했을 것이며, 현실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이토록 서로를 미워하고 심지어 죽이는 일을 그저 방관하지 않았을 것이다.

전능한 신이라면, 친절한 교사가 학생들을 지혜롭게 지도하듯 자유의지를 포함한 인간의 존엄성을 침범하지 않고도 충분히 진리를 인류에게 가르쳐 주었을 것이다. 리처드 캐리어가 볼 때, 서로 다른 이론을 가진 과학자들도 기본적인 사실에는 동의하는 내용이 있지만, 종교간 진리 주장의 불일치는 너무도 심해서 종교 내에서는 그러한 것조차 발견될 수 없다.

둘째, 신은 방관한다. 신은 인간보다 더 도덕적이고 더 선해야 한다. 그러나 신은 이 세상의 악과 고통에 대해 너무도 무심하다. 신께 인간의 도덕이 적용될 수 없다면, 신에 대한 선악, 도덕, 정의 등에 대한 말 자체는 의미를 잃는다. 더욱이 아무리 심오한 뜻이 있더라도, 자녀에게 교통 법규를 가르치기 위해 차에 치이도록 두는 부모는 없다.

셋째, 기독교의 주장은 비역사적이다. 예수에 대한 기록은 기독교의 기록 밖에 없고, 그것은 당대에 발견될 수 있는 신화 이야기와 다르지 않다. 리처드 캐리어는 자신이 지어낸 이야기를 하나 들려준다.

만약 베트남 전쟁의 어떤 영웅이 있는데, 그가 기적을 행했다고 하자. 그의 그러한 생애에 대한 기록은 베트남 전쟁 이후 수십 년이 지나, 출처도, 저자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문서들에 남아있다. 유일하게 저자가 알려진 사람의 편지에는 정작, 베트남 전쟁의 그 영웅의 삶에 대해서는 전혀 존재하지 않고, 그의 이름만 차용한 상당히 다른 내용이 적혀 있다.

그런데 그 유일하게 알려진 저자는 베트남 영웅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그렇다면 베트남 전쟁에 정말로 기적을 일으킨 영웅이 있었다는 주장을,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일 수가 있는가?

넷째, 기독교의 주장은 비과학적이다. 초기 기독교는 단순한 우주를 생각했고, 그런 우주를 신이 창조했다고 믿었다. 그러나 실제 과학이 밝혀낸 우주는 그러한 우주와 너무 다르다. 종종 기독교인이 주장하는 미세 조정도 역시, 기독교의 신과 무관하다. 기독교의 신은 인간을 위해, 자신의 영광을 위해 우주를 단숨에 창조했다. 그리고 그 목적이 바로 미세조정에서 드러난다.

따라서 기독교는 미세조정을 통해 지적 설계자를 추적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가 관찰하는,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는 그렇지 않고 장대한 세월에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여기까지 왔으며, 심지어 생명에 결코 호의적이지 않다. 우주가 미세조정되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블랙홀 생성을 위한 것이지, 생명의 출현과 유지를 위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리처드 캐리어는 이와 같이 세상은 가혹하고 신도 없기에, 인류가 스스로 의학과 과학을 통해 죽음에 저항하고, 도덕적이 되고, 진실을 추구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짧지만 강력하고 단호한 리처드 캐리어의 책은 철저하게 회의적이다. 리처드 캐리어는 최소한의 근거가 있다면 기독교를 기꺼이 받아들이겠지만, 그러한 근거가 전혀 없기에, 그러한 기독교는 틀렸다(Christianity is false)고 여러 번 말한다.

필자는 이 책을 읽고 반성한 부분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기독교나 신학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채 정체되어 있다는 점은 뼈아픈 지적이다. 하지만 기독교는 언제나 변했다. 시대에 맞추어, 과감히, 교리 혹은 윤리를 개혁했다.

실제로 과거와 달리, 이제 더 이상 기독교는 마녀 사냥을 하지 않고, 노예 제도를 옹호하지 않으며 인종차별을 정당화하지 않는다. 그리고 천동설을 주장하지도 않고, 피부병을 저주라고도 생각하지 않고, 정신질환을 귀신들림으로 환원시키지 않는다. 그러나 여전히 변해야 할 부분이 있다. 따라서, 많은 부분은 신학이나 기독교가 정체되어 있기에 받는 비판이고, 기독교인은 이를 정직하게 인정하고 개혁해야 한다.

믿음이란, 지식을 통한 이해와는 다르다. 가설을 이론으로 발전시키고, 그것을 가장 신뢰할 만한 정설로 정착시키는 과정과 차이가 있다. 예를 들면, 비록 세상이 혹독할지라도 사랑과 선의 하나님에 대한 변함 없는 신뢰는 기독교 신앙의 한 측면이다. 도처에서 그 믿음이 희망으로 작용하며, 리처드 캐리어가 말하는 그러한 선을 추구하는 하나의 원동력이 된다.

분명, 예수의 기록에 대한 그의 비판은 최소주의적이고, 개연성 높은 주장이다. 하지만 우리가 로물루스의 신화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해서 로마라는 나라의 시작과 흥망까지 부정할 수 없다. 만약 역사를 통해 로물루스를 추적해 보면, 정말로 로물루스라는 인물은 이름만 있고, 테오도어 몸젠이나 여느 역사가의 주장처럼 로마를 상징하기 위해 후대에 만들어낸, 실존하지 않았던 인물일 수도 있다.

그와 마찬가지로 예수가 실존 인물이 아니고, 네 복음서 속 그의 부활 이야기가 역사 기록이 아니며, 바울이 주장한 기독교의 신의 섭리와 구원 계획이 근거를 제시할 수 없는 교리에 불과하더라도, 이것들에 대한 믿음을 버려야 하는 당위성이 발생하진 않는다.

불치병에 걸린 이를 위해 여전히 기도하고, 누군가 죽음에 이르렀더라도 행복한 곳에서 영원히 살 것이라는 내세에 대한 소망을 품는다 해서, 의학을 버려야만 하는 것이 아니다.

언제나 사실을 말하는 것이 좋은 것이라 생각하며, 괴로움을 겪는 사람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지 않는 것은, 좋은 일도 아니며, 전체 사실을 말한 것도 아니다. 단지 일부 사실로 잔인하게 괴롭히는 것뿐이다.

신학과 기독교는 분명, 많은 부분에서 그의 지적처럼 모순 투성이이며, 근거 없는 말로 사람들을 속였다. 이것을 인정하자. 그러나 동시에 무신론자들에게 종교, 기독교, 믿음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던 부분도 있음을 말해주자. 예수도 그 날과 그 시를 모른다고 말했고, 선한 분은 하나님 외에 없다고 가르쳤고, 재물 나누는 자로 자신을 세우지 말라고 경고했고, 비참하게 십자가에서 죽음 당할 때조차 신께 모든 것을 맡긴다고 기도했다.

이 숭고한 모습을 단순히 재단하기엔 리처드 캐리어가 비판한 신만큼이나 인간도 무지하고, 악하고, 침묵하고, 다른 생명에 가혹하다. 무엇이 이러한 인류를 구원할 수 있을까? 오늘날 눈 먼 기독교의 신이 아니라 진짜 하나님이 오늘도 모두에게 구원을 보여주시기를 나는 기도한다.

도서 정보
제목: Why I Am Not a Christian: Four Conclusive Reasons to Reject the Faith
저자: Richard Carrier
가격: $10. 95

진규선 목사(서평가, 독일 유학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