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아트홀에서 학회가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기독교통일학회(회장 오일환 박사) 제18차 정기 학술 심포지엄이 ‘중국 내 탈북 여성 사역’을 주제로 29일 서울 서초동 사랑의교회(담임 오정현 목사) 사랑아트홀에서 개최됐다.

이날 심포지엄은 개회예배와 오일환 회장의 대회사, 박경서 박사(이화여대 석좌교수)의 기조강연과 네 차례 발제로 진행됐다.

회장 오일환 박사(보훈교육연구원 원장)는 ‘재중 탈북여성의 인권 문제,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제목의 대회사에서 “김정은이 탈북 시도를 차단하고 있지만, 굶주림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생존을 위한 중국으로의 탈북 현상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며 “탈북을 감행하는 자들은 중국에 가는 것만이 살 길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고, ‘먹는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현 상황에서 탈북 현상을 근절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밝혔다.

오 박사는 “그러나 목숨을 걸고 사선을 넘어 성공적으로 중국 땅에 당도했어도 탈북민들은 중국 체류 과정에서 ‘불법체류자’라는 낙인으로 또 다른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특히 여성들의 경우 인신매매의 대상이 되고 있는데, 이는 최근 조직화·대형화되면서 탈북여성들 중 80-90%가 이러한 피해를 당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대부분의 탈북 여성들은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강제로 매매되고 있고, 중국 조직폭력단과 연계된 브로커들이 조-중 접경지역에서 활동 중이다”며 “중국에는 현재 탈북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현대판 노예시장’이 형성돼 있다”고 했다.

▲오일환 회장이 대회사를 전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오일환 박사는 “심지어 탈북여성들 중 상당수는 강제송환을 피하려 원치 않는 중국 남성과 결혼하거나 동거를 택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인신매매단에 의해 대도시 유흥업소에 넘어간 탈북여성들은 접대부나 주방 보조, 식당 종업원 등으로 배치돼 혹사당하고 있다”며 “일단 인신매매가 되고 나면 감시 또는 감금 상태에서 노동력을 갈취당하거나 ‘성노예’로 전락하고, 탈북여성들의 자녀도 대개 불법 신분이라 불우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고 밝혔다.

오 박사는 “이러한 각종 인권유린 상황을 예방하려면, 탈북여성들을 근원적으로 두렵게 하고 인신매매단이나 중국인 남편들이 악용할 수 있는, 중국 정부의 탈북민 강제북송을 막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며 “우리 정부는 인권을 중시하는 서방국가들의 협력을 구하면서 유엔인권이사회(UNHCR)와 보조를 맞춰, 국제법상 책임을 지지 않는 중국으로 하여금 인권적·인도적 차원에서 재중 탈북여성 문제 해결에 나서도록 유도하는 외교력을 적극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태국의 경우, 중국과 달리 난민협약 체결 당사국이 아님에도 자국으로 들어온 탈북민들을 일단 수용·보호하면서 인도적 차원에서 조용히 해결하고 있다는 것.

그는 “한국교회는 몇몇 선교단체에만 탈북여성 문제를 맡기지 말고, 이제 주요 북방사역의 하나로 삼아 능동적으로 대처할 때가 됐다”며 “보다 효과적인 사역을 위해선 세계교회는 물론, 중국교회와도 협력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한국교회가 중국에서 강제로 인신매매를 당하고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탈북여성들을 물질적으로 돕고 말씀으로 양육하는 사역을 잘 감당할 때, 이들은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심리적 안정과 가정의 평화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교회가 이들의 아픔을 애통해하고 함께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인다면, 주님은 죽었던 나사로를 살리신 것(요 11:33-44)처럼 놀라운 역사를 보여주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한민국 초대 인권대사’를 역임한 박경서 박사는 강연에서 “WCC와 함께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중국기독교협의회와 난징의 애덕기금회(Amity Foundation) 등과 긴밀히 협력해, 우선 중국 내 탈북여성과 2세들의 정확한 숫자와 생활 실태 파악을 해야 한다”며 “외교부로 하여금 인도주의 원칙과 중국이 가입한 유엔 아동권리협약을 적용하도록 설득하고, 중국이 UPR(인권 정례검토제도)을 심의받을 때 국제 여론을 환기시키는 일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박사는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시진핑 주석과 추진 중인 동북아 평화공동체 탄생에, 교회가 타종교들과 협력해 큰 힘을 실어야 한다”며 “일본의 군국주의 기도를 거부하면서, 과거사에 대한 깊은 사죄와 함께 한·중·일이 협력하여 북한의 국제무대 진출에 힘을 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경서 박사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이후에는 ‘성경신학적 접근: 하갈 기사에서 얻는 교훈’을 조남해 박사(총신대)가, ‘정치·사회학적 접근: 중국 체류 탈북여성의 인권침해와 가족해체’를 한미라 박사(경기도여성비전센터)가, ‘실천신학적 접근: 중국 내 탈북여성 문제(위기)에 대한 기독교윤리학적 접근’을 이장형 교수(백석대)가, ‘법률적 접근: 재중 탈북여성의 인권 보장을 위한 법률적 접근’을 노인수 변호사가 각각 발제했다. 논평은 조은식 교수(숭실대)와 임상순 박사(통일미래사회연구소), 유은희 교수(총신대)와 정대진 박사(연세대 북한연구원) 등이 각각 맡았다.

조남해 박사는 “성경에서 탈북여성들이 처한 상황의 예를 찾는다면, 약자이자 피해자였던 하갈의 경우를 들 수 있다”며 “하갈은 피해자이지만 남을 괴롭히는 가해자의 행동도 하고 있어, 마냥 위로만 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조 박사는 “억울한 피해자라는 것만 강조한다 해서 갈등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므로, 하갈이 어떻게 분노와 좌절, 절망의 위기를 극복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탈북여성들 뿐 아니라 모두에게 좋은 지침서”라며 “탈북여성들도 자칫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원망과 분노에 휩싸일 위험이 있지만,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주체는 자신임을 명심하고 보다 근본적인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했다.

한미라 박사는 “폐쇄된 북한사회에서 물자조달과 외부 사회 변화의 흐름을 알리는 것은 중국이나 남한에 정착한 탈북민들이므로, 조선족 재중 교포와 재중 탈북민들이 중국에서 안정적인 생활 터전을 갖고 한반도 통일에 기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이 필요하다”며 “재중 탈북여성들에게 합법적인 신분지위를 부여해 그들의 신변과 혼인생활, 자녀양육이 보다 안정적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장형 교수는 “기독교 정신으로 볼 때, 타인 없이는 나 자신도 존재할 수 없고, 이러한 이상은 결국 하나님나라라는 공동체 의식을 통해 구현되므로 통일은 사회통합 측면에서 이뤄지는 공동체성이라는 특성을 갖는다”며 “이미 제3국에 머물고 있는 탈북민들에 대해서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그들을 최종 목적지까지 인도하는 과정 혹은 정착할 수 있도록 외교·선교적 차원에서 담당할 일들이 많다”고 언급했다.

노인수 변호사는 “재중 탈북민들에 대한 중국 법률이나 조약 혹은 중국 공산당의 방침 등을 연구하고 자료를 축적하여 출판하는 ‘law-tower’를 세우고, 사례를 축적하여 명분을 모으고 그 과정에서 중국 정부를 설득하고 관계를 강화해야 할 필요도 있다”며 “평소 재중 탈북여성들에 대해 소송 주체를 형성하여 탈북민 보호 매뉴얼을 만들어 두고, 이러한 일들을 전담할 주체를 정하며, 중국에 대해 탈북민 몫의 지원을 계속하고, 한국이 탈북민 보호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우리 법제상 미비점들을 보완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