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협, 청소년 마약류 범죄 실태 분석·평가
전체 5.9%, 청소년 48.6% 증가
펜타닐패치는 84.2%, 20배 이상
처방 마약류 합법이나 연구 필요
마약범죄 인원도 1년에 3배 증가
수도권 대학들을 중심으로 수백 명 규모의 연합 동아리를 조직해 마약을 유통·투약한 대학생들이 검찰에 적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회원 중에는 서울대·고려대 등 명문대 재학생과 의대·약대 재입학 준비생, 법학전문대학 진학을 위한 법학적성시험(LEET) 응시자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마약 문제가 갈수록 심각함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
이렇듯 어린 시절 마약에 노출되기 전 예방활동의 필요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사단법인 한국가족보건협회(대표 김지연 약사, 이하 한가협)는 최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하 연구원)에서 지난 5월 발표한 『청소년 마약류범죄 실태 및 대응방안』을 수집해 분석·평가한 주요 자료들을 한가협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연구원은 디지털기반 의사소통 생활화와 국제적 물류이동 확대로 마약류 범죄 유입이 쉬워지면서 국내 청소년 마약중독자 확산 위기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범정부 차원의 대응이 전개되는 가운데, 다각적 연구방법을 통해 청소년 마약류범죄 실태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대응방안을 모색하고자 연구를 수행했다.
주요 내용은 청소년 마약류 범죄 양상과 대응 방안, 그리고 정책 제언으로 구성돼 있다.
먼저 마약류 범죄 양상에서 대검찰청 마약류 범죄 국가 통계 분석 자료를 보면 2022년 전체 마약 사범 1만 8,395명 중 19세 이하 청소년은 2.6%인 481명으로, 낮은 비중으로 보이나 2017년 119명에 비해 4배 이상 증가하며 타 연령대에 비해 큰 확산세를 보이고 있었다.
의료용 마약류 처방환자 1인당 처방량 분석(식약처 자료)에서는 2022년 의료용 마약류 전체 처방환자 1인당 처방량은 2019년 대비 5.9% 증가했으나, 10대 이하 청소년은 48.6%로 무려 8배 증가했다.
펜타닐패치는 전체 처방환자 1인당 처방량은 2019년 대비 4.2% 증가한 반면, 청소년의 경우 84.2%로 전체 대비 20배 넘는 증가세를 보였다. 처방된 의료용 마약류는 불법은 아니나 청소년 1인당 처방량 증가 원인에 대한 후속 연구가 필요한 실정이라고 한가협은 밝혔다.
청소년 마약류 범죄자 특성(경찰청 자료)을 분석해보면 성인을 포함한 전체 범죄자의 범죄력을 보면 전회처분, 전과, 재범 비율 모두 마약범죄자가 전체범죄자 평균보다 높지만 청소년 마약범죄자는 전체 청소년범죄자 평균보다 낮게 나타난다. 그러나 마약범죄자는 성인이 되면 범죄력이 더 강화되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마약 실무 전문가가 청소년 마약사범들을 심층 면담한 결과 청소년은 무지, 기대, 환경의 영향(돈벌기 수단, 또래관계, 유학 등)으로 마약류 범죄에 가담하고, ‘자가발전’하며 약물 전환(강력, 불법, 멀티유저), 신분 전환(유통판매자, 성착취 대상 등)을 거치며 빠르게 중독이 깊어진다.
청소년 마약류 범죄는 발달기적 특성, 사회적 방임, 온라인 기반 사회환경 변화와 시너지를 일으키며 범죄 접근성 및 확산성이 더욱 강화되는 특성이 있다.
2023년 5월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청소년 마약류 차단을 위한 정부 추진사항으로 △마약류 판매 및 투약행위 근절 △마약교육 실효성 강화 △협업체계 강화 및 인프라 확충 △홍보 및 소통강화 등을 발표한 바 있다.
정부의 사업수행 근거가 되는 조례는 17개 광역자치단체 모두 마련돼 있으나, 226개 기초자치단체는 18.1%(41개)에만 조례가 제정돼 아직 미흡했다(2023. 9.15 기준)
최근 청소년 마약류 범죄 대응 방안은 △예방교육 △처우 및 치료재활 △환경체계 등 세 영역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거시적 관점에서 큰 틀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여러 기관에서 산발적으로 추진하는 마약류 차단 대응으로는 자원 중복이나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효율적 정책추진을 위한 중앙기구가 필요하며, 특히 청소년 약물중독 예방교육을 위해 교육 전문가들의 참여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정책 제언은 △교육전문가 중심의 예방교육 역량 밀집 △청소년 정신건강 기반의 통합적 접근 △단속 초기, 법적 처분 전 치료 연계 체계 구축 △국가연구기관 및 상시 중앙기구 설립 등이 시급함을 전했다.
한가협 관계자는 “갈수록 청소년 마약류 범죄가 급증하고 마약중독 피해 사례를 자주 접하는 어려운 시기에,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에서 ‘청소년 마약류범죄 실태 및 대응방안’을 제시한 것은 시의적절했다”며 “이를 계기로 우리 국민들이 마약중독 피해가 더 이상 남 이야기가 아닌 우리 모두가 처한 현실임을 자각해,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마약 없는 청정 대한민국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절박함으로 마약중독 예방에 깊은 관심을 가져주시길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2023년 청소년 마약범죄 인원도 1,477명으로 전년 대비 3배나 증가한 심각한 청소년 마약중독 속에서, 한가협 김지연 대표는 관련 정부기관, 학계, 교계 등 현장 중심 마약중독 예방교육에 집중하고, 마약중독예방지도사 과정을 통한 강사양성 등에 협회의 모든 역량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최근 미국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는 마약예방 기관 코야드(COYAD) 한국지부 대표로 임명받아, 마약 예방과 성가치관 세움의 활동 반경이 국제적으로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