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론, 누군가의 기독교 신앙에 문제 일으킨다면…”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연세대 ‘2024 창조신학 컨퍼런스 1’

박영식 교수 옹호 신학자들 주최
박 교수, ‘ex nihilo’ 부인하지 않아
신앙 명운, 과학에 달려 있지 않아

▲컨퍼런스가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컨퍼런스가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나는 창조의 하나님을 믿습니다: 기독교 교양인을 위한 창조신학’을 주제로 한 ‘2024 창조신학 컨퍼런스 1’이 1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원두우신학관 2층 예배실에서 개최됐다.

이날 컨퍼런스는 유신진화론과 관련해 서울신학대학교 박영식 교수의 징계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기자회견을 개최했던 전국신학자공동대책위원회(위원장 손호현 교수)를 비롯해 한국기독교교양학회, 연세대 한국기독교문화연구소, 한국문화신학회, 한국민중신학회 등이 공동 주최했다.

인사말에서 한국문화신학회 회장 박일준 교수는 “자칫 외롭고 절망적인 상황에서 포기할 수도 있었을 우리의 동료 박영식 교수와 더불어, 오늘의 난국에 함께 머물고 연대하기 위해 모인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오늘 우리의 모임과 연대가 한국교회와 신학의 힘찬 새 희망의 시작(詩作)이 되어, 새로운 시대를 시작(始作)하는 발걸음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첫 발표에서 손호현 교수(연세대)는 ‘무(無)로부터의 창조(creatio ex nihilo) 교리’를 주제로 “4월 17일 기자회견과 여러 글을 통해 박 교수 자신이 ‘무로부터의 창조’ 교리를 전적으로 신앙한다고 여러 차례 밝혔음에도, 관계자들은 박 교수의 신학을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로부터의 창조’ 교리의 역사를 정리한 뒤 손호현 교수는 “‘창세기 1장에서 무로부터의 창조 교리를 발견하기 어렵다’고 보는 것이 무로부터의 창조 교리를 전적으로 거부하는 것과 같다고 여기는 태도는, 성서 해석학(biblical hermeneutics)과 조직신학(systematic theology)의 구분을 오해하는 것이자 서로 다른 두 주장을 같은 하나의 주장처럼 취급하는 논리적 비약”이라고 말했다.

손호현 교수는 “‘무로부터의 창조’ 교리의 의도와 핵심은 성부·성자·성령 하나님이 바로 무로부터 우주를 창조하셨다는 ‘사실(fact)’ 자체를 고백하는 것”이라며 “이른바 한꺼번에 혹은 진화론적으로 등 ‘어떻게(how)’ 무로부터 우주를 창조하셨는지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해서는 어느 하나의 견해를 유일하고 배타적인 신앙 규범으로 정하고 있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손 교수는 “‘무로부터의 창조’ 교리가 가르치는 기독교 신앙의 궁극적 의미는 부정적으로 ‘물질로부터의 창조(creatio ex materia)’를 거부하고, 긍정적으로 ‘하나님으로부터의 창조(creatio ex Deo)’를 의미한다”며 “이 교리가 담고 있는 하나님의 창조 활동에 대한 심오한 성찰은 기독교 전통의 소중한 유산으로서 오랫동안 발전되고 유지돼야 한다. 그러나 이 교리도 절대 바뀔 수 없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무로부터의 창조’ 교리는 우리 운명의 시작점과 종착점을 분명히 보여주지만, 모든 교리는 인간이 사용하는 ‘문법적 언어들’의 한계로 하나님의 궁극적 신비를 온전히 전달할 수는 없다”며 “신학적으로 겸손하지 못한 목회자나 신학자는 하나님의 신비 앞에 겸손해지는 법을 배우지 못할까 두렵다. 우리는 무한한 창조의 바닷가에서 언어의 모래알 하나를 만지작거리고 있을 뿐”이라고 정리했다.

▲김학철 교수(왼쪽)가 강의하고 있다. 오른쪽은 정대경 교수, 손호현 교수. ⓒ이대웅 기자
▲김학철 교수(왼쪽)가 강의하고 있다. 오른쪽은 정대경 교수, 손호현 교수. ⓒ이대웅 기자

◈기독교교양학의 전망에서 창조 논란 이해하기

이어 유튜브 ‘잘잘법’으로 알려진 김학철 교수(연세대 교양교육연구소 소장)는 ‘기독교교양학의 전망에서 창조 논란 이해하기’라는 제목으로 “기독교교양학은 일부 기독교 신앙인들이 공인된 체계 밖 지식을 주장하면, 가능한 범위에서 진위를 가늠하는 동시에 그 현상의 배후를 탐구한다”며 “이번 ‘창조’ 논란은 ‘창조과학’이라는 공인되지 않은 지식에 대한 박영식 교수의 비판에서 출발했다. 그는 동시대인들에게 ‘공인된 학술 지식 밖에 있는 지식’이 대학이라는 공간에 자리잡는 것에 반대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학철 교수는 “현재 생명 현상을 설명하는 공인된 지식은 진화론(들)이다. 만약 진화론에 치명적 결함이 있어 이를 전면적으로 부정해야 한다면, 공인된 학술공동체의 기준과 절차에 따라 논문을 제출하고 검증받으면 된다”며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고 학술공동체의 카르텔, 무신론, 세속화 등을 운운하며 이 절차 밖에 있고자 하면, 이는 흔히 ‘음모론적 사고’라고 평가받는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진화론이 누군가의 기독교 신앙에 문제를 일으킨다면, 이는 진화론이 반신앙적이어서가 아니라 문제를 느끼는 이가 수용한 ‘신앙 이해’와 충돌하기 때문”이라며 “그 충돌은 자신의 ‘신앙 이해’와 부딪히는 것이지, 진화론이 기독교 신앙 전반을 부정하는 전투적 무신론의 선봉에 있기 때문이 아니다. 기독교 신앙은 자연주의적 오류를 범하는 진화주의자와는 격론을 벌일 수는 있겠지만, 자연과학으로서 진화론의 말은 경청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학으로서 진화론과 특정한 복음 이해가 부딪히고 이로 인해 과학으로서 진화론을 전면 부정해야만 그 신앙이 가능하다면, 그것은 저 예전 유대인이 곡해하던 ‘예루살렘 성전’이나 ‘율법’과 다를 바 없다”며 “이는 진화론이 수용돼야만 적절한 신앙이라는 뜻이 아니라, 기독교 신앙은 진화론이라는 과학 이론이 이후 잘못된 가설로 증명되든, 그렇지 않고 여전히 가장 강력한 설명으로 존속하든 간에 성립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럴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현재까지의 과학적 결론을 부정하고서야 성립되는 신앙이라면, 그 신앙은 자신의 명운을 과학의 흥망성쇠에 맡겨둔 꼴이다. 과학주의 혹은 과학환원주의와 대결하고자 근본주의자가 될 이유도 필요도 없다”며 “자연과학주의는 다른 학문 영역에서도 수용하지 않는다. 신앙 담론(신학)은 자체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유지할 수 있고, 이른바 과학과의 ‘대화 혹은 융합’에 신학의 생존이 달린 것은 아니다”고 했다.

김학철 교수는 “기독교교양학과 그 방법론에 따라 창조를 말하자면, 기독교 경전인 성서와 전통, 그리고 이를 이으면서 풍성한 현대적 사유를 전개한 신학 담론을 ‘교양의 차원’에서 숙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때 ‘교양의 차원’이란 기독교 신앙이 인간 생명 및 생명 현상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기독교와 그 범위를 넘어서 갖고 있는 ‘보편적 포괄성’을 찾아내는 것”이라고도 했다.

또 “기독교 창조 신앙이 여타 생명 및 인간에 대한 학술적 설명에 기여할 수 있는 대표성을 발견하고, 보편적 포괄성과 대표성을 통해 교수자와 학습자의 자기 형성(Bildung)과 시민성 함양을 도모한다”며 “진화론이 ‘무너뜨리는 특정한 신앙 이해’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탐색하고 그 ‘신앙 이해’에 어떤 대안, 아니 신앙 본질 측면에서 무엇을 간직하고 우연적인 것으로 판정할 수 있는지 구분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정대경 목사(연세대 교수, 삼애교회)가 ‘과학신학의 창조 이해’를 주제로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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