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진화론 강의 교수 징계와 교단 신학교 학문 자유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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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한 칼럼] 신학교들, 초기 창립 정신 지켜주길

신학교도 학자의 신앙과 양심 존중
교단 신앙고백 훼손 경우 제재해야
이번 사건 마녀사냥·종교재판 아냐
학교법인과 교수 계약 관계로 이해
계약 위반 시 처벌, 교수는 따라야
학문의 자유, 양심 제약 속에 있어

▲김영한 박사. ⓒ크투 DB
▲김영한 박사. ⓒ크투 DB

2024년 3월 학교법인 서울신학대학교(총장 황덕형) 백운주 이사장은 유신창조론을 강의한 박영식 교수에 대하여 징계를 의결하였다. 이유는 박 교수의 저서 『창조의 신학』(동연, 2018)을 포함한 그의 창조신학이 기독교대한성결교회 교단의 창조론과 배치된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여러 진보 진영 학회들이 “마녀 사냥“이라면서 해당 교수를 옹호하고 있으며, 복음주의 학계 안에서는 “교단 신앙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필자는 기독교학술원에서 여러 해 창조론 포럼을 진행해온 학자로서, 본인의 의견을 진술하고자 한다.

1. 신학의 학문적 자유는 일반대학에서는 허용될 수 있다

독일 튀빙엔 대학에서 재직했던 한스 큉 교수가 교황의 무오설 부인 등 가톨릭 교리에 대하여 비판하는 강의를 했을 때, 학교 당국은 튀빙엔 가톨릭 신학부에서 큉 교수가 가르치는 것을 금지하고 일반대학부에서 자유롭게 강의하는 신분을 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톨릭 신학부에서는 기본적으로 교수가 가톨릭 전통 안에서 가르쳐야 한다는 제약이 주어져 었다. 큉의 강의는 이에 위배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튀빙엔 대학 일반학부에서는 제약없이 종교에 대한 학문적 자유로운 논의가 가능한 것이었다.

오늘날 이처럼 일반대학과 신학대학원의 차이가 있다. 일반대학에서는 진화론이나 유신진화론이나 창조론은 얼마든지 자유롭게 각 학자들의 학문적 소신에 떠라 강의할 수 있다. 신학대학원은 그렇지 않다. ‘교단의 신앙고백 아래’라는 제약이 있다.

신학대학원에서의 교단 신앙고백에 위배된 강의는 교단과의 계약 위반에 해당하는 것이며, 이에 대한 징계가 주어지는 것이다. 심지어 오늘날 기독교 대학에서도 학문의 자유가 허용된다 하더라도 무신론 사상까지 비판적 여과없이 가르치게 된다면 교회적 내지 사회적 지탄을 받을 수 있게 된다.

2. 신앙고백 위에 운영되는 교단 내에서는 교단의 정관에 맞추어야 한다

기독교 신학은 하나님에 관하여 논하는 학문적 성찰로서 2천 년 역사를 통하여 발전해 왔다.

역사적 전통의 기독교회는 성경 계시에 입각한 사도적 전승을 이레네우스 이래 중요시해 왔고, 성경에 합치하지 않는 영지주의 문서 및 오리겐의 보편화해론 등 비사도적 교리는 성경에 합치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하고 배제하면서 정통 교리와 신앙을 지켜왔다. 역사적 교회는 성경적 가르침에 합치한 것만을 가르치고 지켜왔기 때문에, 2천 년 기독교 역사는 중세 교부, 종교개혁, 그리고 청교도들의 전통을 통하여 오늘날 기독교의 본질을 지켜온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성결 교단같이 자기 교단의 목회자를 양성하는 교단 신학교에서 교수들에게 교단의 신앙고백을 지켜서 강의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학교법인과 교수와의 약속인 것이다. 교수들은 이 약속에 서명하고 그 교단 교수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교수는 교단과의 약정(約定)을 지켜야 한다. 만일 교수가 그 약정을 지키지 않았다면 이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진화론을 주장한 다윈. ⓒ크투 DB
▲진화론을 주장한 다윈. ⓒ크투 DB

3. 유신진화론은 전통적 창조론을 오늘날 시대 흐름에 맞게 타협한 비성경적 이론이다

유신진화론 내지 진화적 창조론은 “생물학적 진화는 과학적 사실이다”라는 신념 때문에 창세기를 진화론에 적극적으로 꿰어 맞춘 타협이론이다. 전통적 창조론이 발전하는 과학기술과 시대정신에 대해 만족한 설명을 하지 못하자 간격 이론(Gap Theory, 재창조설), 점진적 창조론, 유신진화론, 다중격변론, 진화적 창조론 등 다양한 타협 이론들이 나왔다.

타협 이론들의 공통점은 지질시대표로 상징되는 오래된 지구연대를 주장하는 진화론을 과학적 사실로 믿고, 성경(특히 창세기 1장에서 11장까지)에 기록된 내용들을 진화론에 꿰어 맞추는 노력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나님이 진화와 빅뱅을 이용해 세상을 창조했다는 유신진화론은 무신론적 진화론자들도, 성경적 창조론자들도 받아들이기 힘든 주장이다. 유신진화론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인류는 창조의 결과가 아니라, 자연법칙에 따라 하등한 공통조상에서부터 진화한 결과’라고 주장한다.

4. 유신진화론은 창세기의 역사성 부인, 기독교의 원죄 교리 등 기본 교리에 위배된다

유신진화론은 인류의 조상인 아담이 실제로 존재한 역사적 인물이 아니라고 본다. 유신진화론에 의하면 현대 유전학에 따라 오늘날 인류는 단지 아담과 하와 두 명에게서 유래될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다양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유신진화론자들은 방향이 결정되지 않은 물질의 과정에 의해 낮은 영장류에서 사람이 기원했다고 본다. 이들은 인류의 조상이 수만 명이었다고 본다.

하지만 창세기 1장은 아담을 첫 번째 사람으로, 하와를 아담의 아내가 되도록 창조된 여자라고 증언하고 있다: “하나님이 자기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로 창조하시고”(창 1:27).

창세기 2장에서는 하나님이 하와를 아담의 아내로서 지으심에 대하여 상세한 설명을 하고 있다: “여호와 하나님이 이르시되 사람이 혼자 사는 것이 좋지 아니하니 내가 그를 위하여 배필을 지으리라 하시니라”(창 2:18).

당시 “아담이 돕는 배필이 없었다”(창 2:20). 이 구절은 당시 지구에는 다른 어떤 사람도 없었다고 단언한다. 그러므로 당시 아담과 하와 외에 수만 명이 있었다는 유신진화론자들의 주장은 성경 가르침과 배치되는 해석이다.

인류가 아담에게서 유래한 것이 사실이 아니라면, 아담이 하나님께 대항한 단 한 번의 반역행위의 결과로 모든 인간이 도덕적으로 부패한 성품을 물러받았다는 원죄 사상은 치명적으로 손상된다.

역사적 아담의 부인(否認)은 바울의 로마서에서 증언하는 바울의 원죄 교리에 명백히 배치된다: ”그러므로 한 사람으로 말미암아 죄가 세상에 들어오고 죄로 말미암아 사망이 들어왔나니 이와 같이 모든 사람이 죄를 지었으므로 사망이 모든 사람에게 이르렀느니라“(롬 5:12).

이와 더불어 한 사람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 죽음과 그를 믿음으로 의에 이르는 칭의론도 부인된다. 기독교 교리의 기본이 무너지는 것이다.

5. 유신진화론은 비판적인 관점과 더불어 신학생들이 판단할 수 있도록 소개돼야 한다

필자도 기독교 대학에서 현대 신학을 강의해 왔다. 교수는 현대 신학을 소개할 수 있으며, 다양한 신학 흐름들을 학생들에게 소개해야 한다. 그러나 무비판적으로 소개하거나 자기 사상을 학생들에게 주입하기보다, 비판적 견해와 더불어 학생들이 충분히 취사선택하도록 강의해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여진다.

그런데 교단 신학교 강의실에서 유신진화론을 마치 사실인양 주입식으로 강의하는 것은 무책임하고 계약 위반이다. 그러므로 학교 재단은 이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다.

▲해당 도서 <창조의 신학(박영식 | 동연 | 388쪽 | 18,000원)>
▲해당 도서 <창조의 신학(박영식 | 동연 | 388쪽 | 18,000원)>

6. 창조과학은 사이비 과학이 아니라, 하나님 창조에 대한 하나의 진지한 과학적 설명이다

창조과학이 젊은 지구론을 말하는 것이 지구 역사 수십억 년을 말하는 오랜 지구론과 너무 동떨어지고, 창세기의 하루를 오늘날 24시간으로 계신하는 것에 대해 태양이 생기기전 사건이라 하여 유사(類似) 과학 내지 사이비 과학으로 매도하는 것은 경솔한 태도가 아닌가 보인다.

필자는 창조과학자들과 함께 여러 해 세미나를 개최해 보았다. 한국 창조과학자들은 권위있는 해외 유명 대학교에서 과학의 자기 분야에 박사학위를 받은 권위자들이다.

이들 가운데는 예전에 창조론을 비판하고 진화론에 심취했다가 회심을 경험하고 기독교 신앙을 가진 후 지구와 자연 질서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고 고백하는 자들도 있다. 이들은 창조를 증명하고자 하지 않고, 단지 과학적 증거로써 설명하고자 노력하는 자들이다. 이들을 사이비 과학자로 매도하는 것은 오만한 태도가 아닌가 보여진다.

7. 학문의 자유는 일반 대학 영역에서는 보장되나, 교단 신학교 테두리 안에서는 절제돼야 한다

오늘날은 지동설을 주장한 갈릴레오에 대해 당시 천주교가 이를 제재한 중세와 같지 않다. 학교법인은 대체로 학자의 신앙과 양심을 존중하는 태도를 가진다. 단지 학문의 자유 아래 신앙고백이 훼손되는 것을 제재하는 책임감이 학교 경영자들에게 있는 것이다.

이번에 서울신대에 일어난 징계 사건은 마녀사냥이나 종교재판으로 간주하기보다는 학교법인과 교수 사이의 계약 관계에서 이해하면 된다. 계약은 지켜져야 하는 것이다. 위반할 때 처벌이 따르는 것이다.

해당 교수는 자기에게 주어진 징계에 대해 성숙의 기회로 받기 바란다. 학교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자기가 강의할 수 있는 기관을 찾으면 된다. 또는 자기가 뜻을 펼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면 된다. 본인의 자유에 맡겨진 것이다.

이러한 선택의 폭이 넓게 주어지는 것이 오늘날 개방된 자유사회의 모습이다. 포스트모던 시대라도, 절대적 자유는 어느 기관에도 없다. 학문의 자유는 양심과 양식의 제약 속에서 누려져야 한다고 본다.

8. 오늘날 기독교 교단 신학교는 신학적 정체성을 지켜서, 탈진리 시대에 성경적 진리를 지키는 목회자 양성이라는 사명을 다해야 한다

포스트모던 시대 들어 구미 기독교가 전통에서 탈피하여 세속주의를 비판적으로 방어하기보다, 이에 침잠하면서 기독교 정체성이 약화됐다.

신학교도 마찬가지다. 오늘날 서구 및 미국 신학교의 학생 수는 현저히 감소했다. 신학의 자유주의화 여파와 신앙의 세속화에 따라, 교인 수가 감소되고 신학생 수도 감소했다.

이에 대한 실례로 미국 뉴욕 유니언 신학교가 회자되고 있다. 뉴욕 유니언 신학교는 1940년대 나치 정권에 맞서기 위해 독일로 떠나는 디트리히 본회퍼를 교수로 붙들려 했을 때, 라인홀드 니버와 리차드 니버 등 저명한 복음주의(기독교현실주의) 신학자들에 의하여 학문적 명성을 떨쳤다.

그 후에 과격한 성경비평학, 해방신학 등 자유주의 신학이 득세하면서 미국 교회가 약해지고 신학생 수가 줄어들기 시작하여, 2천년대 들어 반세기 전의 명성이 빛을 상실하고 무명해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소위 보수주의 신학의 맏형이라는 신학대학교가 동성애를 비판하는 복음주의적 열정의 교수를 동성애를 반대하는 교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당시 정부 방침에 따라 “성희롱 강의를 했다”는 누명을 씌워 해임 조치하면서 오랜 전통에 불명예를 초래했다. 그리하여 입학 지원생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이에 반해 기성 총회 서울신학대학교는 학교법인이 교단의 성경적 진리에 따라 운영되기 때문에 많은 신학교가 미달 사태를 맞을 때도 이 학교만은 학생들이 차고 넘쳤다. 이 사실은 그만큼 교단 정체성이 살아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 신학교가 초기의 창립 정신을 지켜주기를 소망해 본다.

김영한
기독교학술원장
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 설립원장,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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