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투자 수업> 서창희 목사 (1)
“주식 투자를 하던 어떤 형제가 모임 중에 고백했습니다. ‘목사님, 제 계좌 좀 보여 드릴까요?’ 그는 투자금의 손실이-80%에 육박하고 있음을 고백했습니다. 제가 충격을 받아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고 있을 때, 옆에 계시던 집사님이 위로하며 대답했습니다. ‘힘내요. 괜찮아요. 저도 -40%예요.’”
지금까지 이런 기독교 도서는 없었다. 지난해 <일상에서 만난 교리>로 크리스천투데이 ‘2022 올해의 책’에 선정됐던 서창희 목사(한사람교회)가 1년 만에 ‘세상의 경제 원리에 갈팡질팡하는 크리스천들을 위한 성경적 투자 이야기’, <하나님의 투자 수업>으로 돌아왔다.
책에서는 교회에서 꺼내기 어려운 ‘투자’에 대한 이야기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저자가 내 집 마련과 부동산부터 주식과 코인 등 파이프라인과 단타 같은 투자 이야기까지 다루는 것은, 단순한 돈의 문제가 아니라 ‘영적 문제’임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투자 성공담이나 실패담을 설명한 책이 아니라, 목사로서 성도들의 다양한 투자 경험담을 들으면서 투자를 결정할 때 신앙적으로 고려해야 할 요소들, 투자 안에서 느끼는 영적 죄책감 등을 다룬다. 무엇보다 ‘투자’에 대한 시각을 근본적으로 전환해 주는 데 이 책의 묘미가 있다.
저자는 경영학과 졸업 후 대기업 재무실에서 근무했고, 한때 투자학회에서 밤새워 공부했으며, 개인적으로도 투자를 경험하는 등 일반 크리스천이나 목회자들보다 투자에 대한 풍부한 사전지식을 갖고 있어, 이런 안내를 해주기에 가장 적절한 인물이다. 특히 그가 개척한 교회에는 청년층이 많아, 그들로부터 다양한 간접 경험(?)을 하기도 했다. 다음은 두 차례 게재될 서창희 목사와의 인터뷰.
교회 젊은 성도들 대부분 투자해
시간 투자 없이 투자 성공 어려워
예수님 제자, 거기 올인해야 하나
-책을 쓰게 되신 계기가 있다면.
“저희 교회 성도들이 이런 문제들로 실제적인 고민을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그리스도인으로서 ‘투자를 하라, 하지 마라’가 아니라 투자 등에 앞서 이런 것들을 먼저 고려했으면 좋겠다는 내용입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이 놓칠 수 있는 부분들을 다루고 싶었습니다. 설교 내용을 토대로 썼고요.
처음 내용이 ‘경제적 자유라는 착각’입니다. 투자도 정말 열심히 하면, 성공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절대 녹록치 않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퇴근하고 조금만 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은 굉장히 허무맹랑한 이야기라는 겁니다.
투자나 부업으로 ‘파이프라인(근로소득을 제외하고 추가로 벌어들이는 수입원)’을 만들어 부자가 되고 일찍 은퇴하겠다는 접근을 하시는데, 투자로 성공하기란 죽기살기로 덤벼도 될까말까 하는 것입니다. 쉽지 않습니다. 투자의 실체를 알고, 우리가 가야 할 길이 맞는지 생각을 해 보시길 원했습니다.
시간을 조금 투자하고도 얻을 수 있는 뭔가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런 투자에 성공한 분들 이야기가 틀린 것이 아니라, 그 분들은 그만큼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성취해낸 것입니다. 시간을 안 쓰는 투자로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싶지만, 그건 아니라는 거죠.
개그맨 출신 황현희 씨가 투자로 많은 돈을 버셨는데, 그분이 꼭 하는 말이 있습니다. ‘다른 뭔가를 성공하려면 시간과 노력을 엄청 쏟아붓는데, 투자는 운이 좋아서 된 거라고 생각한다’는 거예요. 자기가 운이 좋아서 투자에 성공했다고 비웃는다는 겁니다.
부동산도 마찬가지입니다. 몇 년 전 아파트 가격이 막 오를 때는 ‘좋은 입지를 찾아서 일단 사기만 하면 된다’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그게 아니죠. 그때 수혜를 입으신 분들은 지금도 시장에 남아서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경제적 자유라는 말은 투자업계에 평생 종사하면서 그 열매로 일부 나타나는 것이지, 함부로 쉽게 볼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십자가를 지고 소금과 빛의 사명을 다해야 하는 예수님의 제자로서 거기에 올인하는 삶이 맞는가를 점검하고자 했습니다.”
-요즘 청년들이 그렇게 투자를 많이 하나요.
“거의 다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안할 것처럼 보이는 청년도 어디 주식 리딩방 같은 데 하나 들어가 있대요. 매월 몇십만 원씩 내면서 권유하는 종목을 사고 파는 곳입니다. 그래서 ‘지금 마이너스다’, ‘두 배 벌었다’ 이런 것들을 마음 한구석에 다 달고 있습니다.
투자를 극단적으로 반대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저는 그럴 때 ‘국민연금 넣고 계시냐’고 여쭤봅니다. 국민연금은 우리가 노후에 전문가가 투자한 열매를 나눠 갖는 것 아닙니까? 자본주의 사회에 사는 이상, 직접 투자를 하느냐 안 하느냐 정도일 뿐 우리는 투자와 자본의 상대적 가치와 변화의 세계에 살고 있음을 전제로 해야 합니다.
‘사랑의 빚 외에는 지지 말라’는 말씀을 토대로 절대 빚을 져서는 안 된다는 분들도 있습니다. 저도 어린 시절 그런 교육을 받았지만, 교회가 재개발 지역에 묶여 재건축을 하려면 보통 은행 돈을 빌리지 않습니까? 이 구절은 대출받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건 이미 신학적으로 결론이 난 상태입니다.”
같은 아파트 전세와 매매, 결과가…
조급함 대신 미래 준비 개념으로
‘새 아파트’만 원하는 것도 문제
-그러고 보니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것도 일종의 대출이네요. 말씀처럼 누구나 투자를 하고 있지만, 결국 마음 속으로는 ‘일확천금’ 같은 투기성 요행을 바라고 있는 게 문제 아닌가요.
“지금 청년 세대는 직접 이를 경험한 세대여서 더 그렇습니다. 제 경우를 예로 들면, 몇 년 전 구한 신혼집은 1억 얼마였고, 옆에 있던 아파트가 3억 초반대였습니다. 신혼 초반이니 열심히 모아서 아파트로 이사가려는 마음이 있었는데, 3년 후 아파트가 9억 원이 된 것입니다. 제가 살던 곳은 살짝 올랐을까요. 3년 만에 3배가 뛰니, 직장인이 착실히 모아서 갈 수 있는 수준이 안 되는 것입니다.
심지어 저희 교회에는 공무원에 합격한 두 친구가 같은 아파트에 한 명은 2억 얼마에 전세로, 한 명은 조금 더 주고 매매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몇 년 만에 이 아파트 매매가가 8억 원이 됐습니다. 전세를 택했다는 이유로 마이너스가 된 것입니다. 조금만 모으면 같은 집을 살 수 있었는데, 이제 집을 구하기도 힘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기독교인이 주식을 하려면 무조건 ‘기업 분석을 보고 장기 투자를 해야 한다’고 했어요. 저는 이렇게 비유합니다. 바다에서 오랜 기간이 걸리는 가두리 양식을 하는 사람이 있고, 순간순간 오는 파도를 타면서 물고기를 잡는 사람이 있습니다. 파도가 움직이는 원리를 알면, 충분히 이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 소위 ‘단타’를 하는 분들은 주식이나 코인에서 파도가 쳐서 성공치는지를 본 사람들입니다. 그러니 ‘단타는 나쁜 거야’ 이렇게만 말할 수 없어요. 오히려 근거도 없이 오를 것 같으니 장기 투자를 하는 것도 일종의 투기일 수 있습니다.
파도를 타다 보면 당연히 바다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시장에는 어떠한 흐름과 원칙이 있고, 그것을 보면서 코인이나 주식 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투자’라는 것이 어떻게 보면 불안해서, 다른 말로 하나님의 계획을 믿지 못하기 때문에 하는 걸까요.
“불안해서 하는 건 맞겠죠. 저는 투자 자체가 나쁘다기보다, 준비 없는 투자는 위험하다는 것입니다. 뭔가 조급한 마음으로 투자하기보다, 이 시대 현실 속에서 내가 미래를 어떻게 지혜롭게 준비할 것인가 하는 관점에서 생각해야 합니다. 투자하면 불안한 것이고 안 하면 믿음 있는 거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준비가 돼 있는데 투자하지 않으면 이상한 거죠. 마치 ‘은퇴하고 할 거 없으니 치킨집 한다’는 말과 같아요. 그러면 바로 ‘치킨집은 쉬운가?’ 이렇게 되니까요. 치킨집도 잘 준비해서 최선을 다하면 은퇴 이후 멋진 삶의 2막이 될 수 있지만, 노력이나 과정 없이 막연히 ‘돈을 번다더라’고 뛰어들어선 곤란하다는 것입니다.
‘주식이나 부동산은 투자니까, 차라리 치킨집을 하라’는 말은 맞을까요? 사업도 일종의 투자 아닙니까. 사실 인생은 어디에 무엇을 던지느냐 하는 것인데, 준비되지 않은 곳에 소위 ‘지금 뜬다’는 이유로 준비된 역량도 검증 없이 들어간다면 그것이야말로 불안 때문일 것입니다.
책에도 썼지만, ‘돈이 없어 불안하니 투자라도 해야겠다’고 시작한 형제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천만 원을 잃었어요. 물론 자꾸 생각이 나지만, 평범하게 회사를 잘 다니고 먹을 것을 사 먹는 자신이 보였대요. 돈을 잃고는 하나님께 천만 원을 복구해 달라고 기도를 계속 했는데, 결론은 천만 원을 날려도 괜찮은 내 상태가 신기하고 우스웠다는 것입니다.
천만 원이 없어서 그걸 벌어보겠다고 발버둥을 쳤는데, 그 돈이 없어도 지금 괜찮아요. 그런데 이 천만 원을 누가 주신 것인가 했을 때, 마음에 위안과 함께 그분을 향한 신뢰가 회복됐대요.
투자를 부족함에 대한 조급함 때문에 시작하는 것과, 지금의 상황에 감사하면서도 지혜롭게 내게 주신 것들을 활용할 수 있을까 하는 관점에서 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리라 생각합니다.”
-책을 읽고 ‘투자를 마음껏 해도 된다’고 생각할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반대로 ‘투자를 하지 말라는 거야?’라고 하실 분도 있겠고요.
“책을 읽으시고, 반응이 양극단입니다. 사실 지금 한창 투자를 하고 있는 분들 입장에서는 적용점이 적다고 하십니다. 이론과 묵상 정도이지요. 자신의 현실이 훨씬 치열하기 때문에, 이 책을 읽고 투자를 일으킬 만한 여지가 전혀 없다고 합니다.
사실 거칠게 요약하면 부동산 말고는 웬만하면 투자하지 말라는 내용인데, 저도 이렇게 쓰게 될 줄은 몰랐어요. 그런데 이 시대에 하나님 앞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맞는지, 투자를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지 묵상하면서, 이런 결론이 나왔습니다. 책을 읽다 보면, 투자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일확천금’을 노리는 단타성 투자보다 더 문제는, 요즘 청년들이 최대한 ‘새 아파트’에서 살고자 한다는 것입니다. 전세자금 대출을 받거나 지금 살던 곳과 멀리 떨어진 외곽으로 가서라도 새 아파트에 살려는 청년들이 꽤 많습니다.
4년여 전 새 아파트로 옮긴 청년들이 지금은 자산이 없다고 합니다. 처음부터 전세자금 대출을 과도하게 끌어써서 아파트로 왔는데, 전세란 결국 내 돈 주고 살 수 없는 곳에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더 좋은 곳에 살고 싶다는 욕심 때문에 전세를 얻었다가, 지금은 어디로 옮길 수도 없게 된 것입니다.
당시 저는 결혼하면서 비록 조그만 빌라지만 우리 처소라고 생각하고 전세 대신 매매를 했습니다. 누가 더 탐욕스러운 것이까요? 빌라를 매매한 것보다 지금 형편에 갈 수 없는 곳으로 대출을 받아 전세로 간 사람이 더 탐욕이 큰 것 아닐까요?
투자를 경험해 보지 못한 분들이 책을 읽으시면 오해할 여지도 있지만, 저는 진심을 담았습니다. 어떤 분은 ‘좀 더 보편적인 적용을 담았으면 좋겠다’고 하시는데, ‘탐욕을 갖지 말자’ 같은 보편적인 내용은 다룬 책들도 많고 성경에도 써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 정도면 구체적이기보단 충분히 보편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