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대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 영익기념강좌 모습. 왼쪽부터 김성건·배덕만·박명수·이길용 교수. ⓒ이대웅 기자

4·11 총선을 앞두고 지난 4년간 이명박 정부의 종교정책에 대한 평가가 진행됐다.

서울신학대학교(총장 유석성 박사)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 주최 제16회 영익기념강좌 ‘정치와 종교: 한국과 미국’에서 연구소장 박명수 교수(공공정책포럼 대표)는 “이명박 정부에서 불교는 선거를 잘 활용하여 자신의 입장을 관철시킨 반면, 기독교가 제기한 현안들은 매우 지지부진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불교계, 종교편향 시비 걸다 종교 자유까지 침해

28일 오전 서울신대 우석기념관에서 열린 강좌에서 박명수 교수는 “올해는 총선과 대선이 있는 해이고, 한국 선거를 움직이는 중요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종교”라며 “종교만큼 전국적인 조직망을 가진 단체와 결속력 있는 집단이 별로 없기 때문에, 선거 때면 정당 후보자들은 종교단체 대표들을 찾아다니며 표를 호소한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최근 한국사회의 중요 화두 중 하나가 종교편향”이라며 “불교는 장로 대통령이 기독교 편향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기독교는 오히려 역차별을 받고 있으며 불교에 편향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후 이명박 정부의 불교와 기독교 관련 정책 비교가 이뤄졌다. 박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종교정책 중 가장 혜택을 많이 본 종교는 불교”라며 “불교는 종교차별금지법·자연공원법·전통사찰보존법의 개정과 템플스테이 예산 증액, 연등회 주요무형문화재 지정 등을 주장했고 모두 관철됐다”고 말했다.

특히 종교차별금지법에 대해 “소위 종교편향이라 부르는 사건들이 계속 발생하고 시청 앞 대규모 범불교도대회가 열리면서 법이 제정돼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종교차별예방교육을 실시하기 시작했다”며 “그러나 한국교회는 이런 종교차별에 대한 지나친 시비가 오히려 선교의 자유를 위축시키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고, 공직자도 공공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종교의 자유를 갖고 선교할 수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박 교수는 또 자연공원법에서는 국립공원 입장료 징수 문제, 전통사찰보존법과 템플스테이에서는 대규모 지원문제, 연등회 문화재지정에서는 왜색 문제 등이 특정종교 지원 및 우대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불교는 ‘지원’에 역점, 기독교는 ‘탄압’ 막는 데 급급

이에 반해 기독교 정책들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역사(국사)교과서의 기독교 홀대와 과학교과서의 진화론 우대문제, 재개발로 사라지는 개척교회들 문제에는 별 진전이 없고, 동성애차별금지법이나 수쿠크법, 선교사 여권발급 등은 기독교계의 적극적인 반대로 실현이 보류된 상태다.

종합하면 불교가 내세운 정책들은 주로 재정지원 강화가 초점임에도 정치권과 정부에서 모두 실현됐다. 그러나 기독교계가 내세운 정책들은 지원은 고사하고 주로 기독교 선교에 악영향을 미치고 교세를 약화시키거나, 사회윤리에 역행하고 발전을 저해하는 법안들의 통과를 겨우 막아내는 정도에 그쳤다는 결론이 나온다.

▲서울신대 우석기념관에서 영익기념강좌가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박 교수도 “불교와 기독교가 제기한 과제들을 비교해 보면 불교는 문화를 고리로 정부 지원을 적극 받아내고자 하는 반면, 기독교는 여권법과 수쿠크법 등 선교에 장애가 되는 요소들을 제거하려는 목적”이라며 “불교는 이명박 정부로부터 구체적인 결과를 얻어낸 반면, 기독교는 정부가 제기한 문제를 일시적으로 봉합하는 데 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명수 교수는 “불교계 인사들은 이명박 정부가 기독교를 편향 지원하고 불교를 차별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질적으로 이명박 정부 아래 이뤄진 정책들을 보면 불교는 여러 숙원사업을 해결한 반면 기독교는 숙원과제인 학원 선교자유 등의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도 못했다”며 “이런 점에서 불교계 인사들이 주장하는 이명박 정부의 기독교 편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논평에 나선 이길용 교수(서울신대)도 “현 정부가 펴는 종교관련 정책은 대부분 불교 관련이고, 지향하는 바는 제한·규제가 아니라 ‘지원’에 치우쳐 있다”며 “반면 기독교 관련 정책들은 애초에 기독교를 의식하거나 지원하려는 정책적 판단이나 의지 없이 진행되는 등 애초부터 관련 문제들과 기독교의 연계성을 고려치 않아 생긴 일들”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불교계가 ‘종교편향’을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하는 사회적 배경은 우리 사회 여론주도층의 구성비율에서 기인하는데, 실제 한국 사회 주류의 다수는 범기독교계이고 개신교는 그 중에서도 다수”라며 “따라서 불교의 소외감은 단순한 감성적 반응이 아니라, 개신교 위주로 형성된 주류에 속하지 못한 도는 덜 속한 박탈감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배경으로는 조계종으로 대표되는 불교가 1천년 이상 역사를 지닌 전통종교라고 하지만 조선조 5백년간 탄압받고 위축돼 오다, 아이러니하게도 일제강점기에 다시 중흥하기 시작한 점을 꼽았다. 그는 “당시 많은 지식인들과 민족주의자들이 개신교를 중심으로 독립운동을 펼치자, 일제는 여기에 대항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불교를 중흥시켜 나갔고, 여기에는 물론 재정적 후원도 해당된다”며 “이런 역사적 정황을 본다면 조계종의 역사는 70여년 정도에 머물게 되고, 그간 종단 자체를 추스르는 데 급급해 주류사회에서 큰 비중으로 자리잡기 여의치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길용 교수는 “지금 불교는 마치 하나의 이익단체나 정당 단체처럼 영남권 투표자들을 볼모로 대정부 압박에 몰입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 종단으로서의 모습은 아니다”며 “정부 지원이 커질수록 오히려 종교로서의 불교는 그 힘을 잃어가게 되므로, 불교는 ‘종교편향’ 운운하며 필요 재정을 정부에서 지원받는 일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불교적 가르침 함양과 개인적 수양에 전념해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이날 열린 영익기념강좌에서는 이에 앞서 제1발제로 김성건 교수(서원대)가 ‘미국 복음주의의 정치 참여’를 발표했고, 배덕만 교수(복음신대)가 논평했다.